16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시진핑 주석이 이날 당대회 업무 보고를 통해 "국제 정세의 급격한 변화, 특히 외부 세력의 위협, 억제, 봉쇄, 극한 압박에 직면해 있는 상황에서 (우리는) 국익이 가장 중요하고 국내 정치가 우선시하는 원칙에 따라 전략적 집중력을 유지하고 투쟁 정신을 발양하며 국가 발전과 안보의 주도권을 견고하게 장악했다"고 자평했다.
SCMP는 시 주석이 정치적 상황을 묘사할 때 '위협'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짚었다. 미국과의 갈등 격화, 코로나19 재확산 속에서 '안전'과 '안보'를 그 어느 때보다 강조하는 가운데 외부 세력으로부터의 '위협'이라는 단어가 등장한 것을 주목했다.
이번 당대회에서 시 주석은 안보, 안전을 유독 강조하고 있다. 시 주석의 당대회 업무 보고 전문을 분석한 결과 '안전' 혹은 '안보'가 89회나 언급됐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이는 5년 전인 2017년 19차 당 대회의 55회보다 증가한 것이다. 전날 시 주석이 당대회 연설에서 낭독한 업무 보고 요약본에서는 안전, 안보라는 단어가 73회 등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업무 보고에서 '미국'이라는 단어는 한 차례도 거론하지 않았지만 시 주석은 '패권주의'나 '외부 세력' 등의 표현으로 사실상 미국에 날을 세웠다. 특히 대만을 둘러싼 미국과의 갈등이 커진 상황에서 시 주석은 대만에 대한 무력 사용을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밝히고 '애국자가 다스리는 홍콩', '애국자가 다스리는 마카오' 기조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시 주석은 자신이 집권해온 지난 10년을 평가하면서 "중국 특색 대국 외교를 전면 추진했다"고 강조했다. 대외적으로 '전랑(戰狼·늑대전사) 외교'로 불리는 현재 기조를 견지, 이른바 핵심 이익을 수호하기 위해 다른 나라와의 첨예한 갈등을 불사하는 것임을 시사하기도 했다.
문제는 대만 문제로만 그치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대만 문제뿐만 아니라 반도체 등 핵심 전략 기술 영역에서 대(對)중국 디커플링(탈동조화)을 시도하는 미국에 맞서겠다는 의지를 피력해 전방위적 갈등이 계속될 전망이다.
뉴욕타임스(NYT)는 16일(현지시간) "앞으로 최소 5년 더 집권할 시 주석은 독재를 확대해나갈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미·중 갈등이 격화할 수 있음을 우려했다. 특히 NYT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취임 후 첫 국가안보전략을 통해 중국 견제 메시지를 공식화한 이후 시 주석 역시 당대회를 통해 '국가안보'를 수십 차례 언급했음을 상기시키기도 했다.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은 "시 주석이 강국 건설을 향한 의욕을 전면에 드러냈다"며 "군사·경제 면에서 미국을 추격하기 위해 국력 강화를 노린 통합 자세를 다시 부각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