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조달 악순환 빠진 국내기업들···생산비 늘어나고 은행대출 의존도 올라

2022-10-16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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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은 금리인상으로 인해 기업들의 은행대출 의존도는 오르면서 자금사정이 악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최근 전국 2172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최근 경제상황 관련 기업 자금사정’을 조사한 결과, 기업들의 자금조달 수단이 ‘은행·증권사 차입’(64.1%)에 집중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16일 밝혔다.
 
반면 금융기관을 거치지 않고 자금을 조달한다고 응답한 기업은 ‘내부 유보자금’(23.9%), ‘주식·채권 발행’(7.1%) 순으로 4곳 중 1곳에 불과했다.
 
기업의 은행대출에 대한 의존도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코로나 사태 이전과 비교해 늘어난 자금조달 수단이 무엇인지를 묻는 질문에 64.4%의 기업이 ‘은행·증권사 차입’을 선택했고, ‘내부 유보자금 활용’(32.2%), ‘정부지원금’(17.0%)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주식·채권 발행’을 꼽은 기업은 3.3%에 불과했다.
 
실제로 최근 회사채 발행규모는 크게 하락하고 있다. 금감원 통계에 따르면 일반회사채 발행 규모가 올해 1분기 12조9050억원에서 7~8월 4조6135억원으로 크게 감소했다. 채권 발행을 통한 자금조달이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이다.
 
전년 동기 대비 감소율 역시 올해 1분기 기준 –13.7%, 2분기 기준 –43.8%이다. 설령 자금조달이 가능하더라도 높은 금리를 감당해야 하는데, 일례로 만기 3년 BBB- 회사채 금리는 시장 불안심리 확산, 기준금리 인상 등으로 인해 올해 1월 초 8.5%에서 10월 초 기준 11.1%로 2.6%포인트(p) 상승한 상태다.
 
기업의 단기채무 지급능력을 가늠할 수 있는 현금흐름보상비율도 인플레, 고금리 상황이 반영돼 1년 전보다 급락했다.
 
대한상의가 한국평가데이터(KoDATA)와 함께 897개 제조업 상장사의 분기별 현금흐름보상비율을 분석한 결과, 올해 2분기 현금흐름보상비율은 45.6%로 작년 2분기 대비 43.8% 감소했다. 이는 영업활동 현금유입이 48.9조원에서 31.2조원으로 36.2% 감소한 반면, 단기차입금은 60.8조원에서 71.4조원으로 17.4% 늘어난 결과다.
 
자금운용상의 주요 리스크 요인으로 응답기업 4곳 중 3곳이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이자부담 증가’(73.3%)를 꼽았다. 고환율로 인한 ‘외화차입 부담 증가’(25.2%), ‘자금조달 관련 규제’(18.3%)가 뒤를 이었다.
 
이 같은 자금운용의 어려움을 겪는 이유로는 ‘매출부진에 따른 현금흐름 제한’(63.7%), ‘생산비용 증가’(57.5%), ‘고금리 부담’(43.6%)을 꼽은 기업이 많았다.
 
우리 기업들의 부채상황은 국제 비교를 통해서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었다. 9월 국제결제은행(BIS)에서 발표한 올해 1분기 한국의 GDP 대비 기업부채 비율은 43개국 중 15위를 기록했는데, 이는 2017년의 19위에서 4계단 상승한 순위이다.
 
지난 2017년 92.5%였던 GDP 대비 기업부채 비율이 5년 사이 코로나 사태와 고비용 경제상황을 거치면서 올해 1분기 115.2%로 22.7%p 증가했고, 이는 비교 대상국 중 2위에 해당하는 증가세이다.
 
강석구 대한상의 조사본부장은 “지난 9월 대한상의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기업들이 손익분기를 고려해 감내할 수 있는 기준금리 수준이 ‘2.91%’였는데 이번 금리인상 조치로 감내수준을 넘어서게 됐다”며 “국내 경기상황을 고려한 통화정책과 단기적 유동성 위기를 겪는 기업을 위한 정책자금 지원을 늘리고, 기준금리와 시중금리와의 갭을 줄이고, 자금조달 수단을 다양화하는 금융정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상의회관 야경 [사진=대한상공회의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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