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필상 칼럼] 금리만 올리면 부채폭탄 어떻게 하나

2022-10-1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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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필상 서울대 경제학부 툭임교수[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한국은행은 지난해 8월 이후 여덟 차례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기준금리가 0.5%에서 3.0%로 올랐다. 금리 인상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미국의 고금리 정책을 계속 따를 수밖에 없어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이 언제 멈출지 모른다. 우리나라는 가계, 기업, 정부 등 경제의 3부문 모두 부채가 많다. 올해 민간 부채가 GDP 대비 2.2배를 넘어 역대 최대 수준이다. 가계부채가 1869조원, 기업부채가 2476조원에 이른다. 정부부채도 1075조원에 달해 GDP 대비 50%를 넘는다. 설상가상으로 무역수지가 적자다. 무역적자가 쌓이면 외국 자본이 유출되고 외환보유액이 줄어 국가부도 위기를 맞는다. 1997년 국가부도 위기 때는 기업부채가 지나치게 많은 것이 화근이었다. 다행히 정부부채와 가계부채가 적어 IMF 구제금융을 받고 공적자금을 조성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 이번은 다르다. 총부채가 위험 수준에 달해 금리의 급격한 상승으로 인해 한 부문만 부채 상환 능력을 잃어도 3부문이 모두 부도 위기에 처할 수 있다.
 
가계의 부채 상환 능력을 보여주는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지난해 206.6%를 기록했다. 2008년 금융위기를 겪을 때 138.5%였던 것에 비해 현격히 높다. 가계부채 부도의 불안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부채를 상환하지 못해 법원에 개인회생과 개인파산을 신청하는 건수가 크게 늘었다. 대법원 통계에 따르면 개인회생과 개인파산 접수 건수가 지난 2월 5952건, 3025건에서 지난 8월 7920건, 3582건으로 각각 33.1%, 18.4% 증가했다. 한편 소득 중 40% 이상을 원리금 상환에 사용하면서 집을 비롯한 모든 자산을 팔아도 금융부채를 갚을 수 없는 고위험 가구가 38만1000가구에 달한다. 전체 금융부채를 가진 가구 가운데 3.2%다. 3개 이상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고 상환이 어려운 취약 대출자를 포함하면 6.3%나 된다. 자영업자 대출도 불안하다. 2018년 624조9000억원이었던 자영업자 대출은 지난 2분기 기준 994조2000억원으로 늘었다. 금리가 높은 비은행 대출이 많아 부도위험이 높다.     
 
일반 기업 재무 상태도 위험하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재무제표가 공시된 750개 상장기업의 총부채는 지난 6월 말 기준 806조6000억원으로 지난해 대비 15.1% 증가했다. 1년 안에 상환해야 하는 단기부채는 469조8000억원으로 지난해 대비 20.1% 증가했다. 총부채 대비 단기부채비율이 58.2%에 달해 재무구조가 극도로 취약하다. 기업들의 단기부채가 증가했지만 상환 능력은 떨어졌다.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이 작년 상반기 7.6%에서 올해 상반기 7.0%로 낮아졌다.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갚지 못하는 기업들이 증가했다. 한국은행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외부감사대상 기업 중 3년 연속 영업이익으로 이자를 갚지 못하는 한계기업이 지난해 3672곳으로 2017년 이후 14.8% 늘었다. 기업 규모별로는 대기업 537곳, 중소기업 3035곳이다. 올해 들어 경기 침체와 경영 악화로 한계기업이 더욱 증가할 전망이다.     
 
가계와 기업 부문이 부채위기를 맞을 때 방파제 역할을 해야 할 정부 부문도 부채가 많다. 올해 들어 지난 8월까지 정부의 실질적인 재정 상태를 보여주는 관리재정 수지가 85조3000억원 적자다. 적자 폭이 지난해 동기 대비 15조1000억원 확대됐다. 8월 말 기준으로 국가채무가 1030조7000억원을 돌파했다. 내년에 정부의 재정 상태는 더 악화할 전망이다. 정부가 국회에 제출안 내년도 예산은 총 639조원 규모며 본예산 기준으로 올해에 비해 5.2%증가했다. 예측하지 못한 재정수요가 발생해 추경을 편성하면 팽창예산이다. 내년도 예산은 소외계층, 의료, 고용 지원 등 복지 분야에 전체 예산 중 35.4%를 지출한다. 기초연금 증액, 병사 봉급 인상, 부모급여 신설, 청년주택 공급, 청년도약계좌 도입 등 현 정부의 선거공약사업 예산도 포함했다. 복지 지출 증가는 경제성장과 세수 증가가 뒷받침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국가재정 부실과 경제 불안을 재촉한다.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 부진으로 올해 무역적자가 역대 처음으로 300억 달러를 넘어섰다.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0일까지 누적 무역적자는 327억1400만 달러에 달한다. IMF 외화위기 전년인 1996년 206억2396만 달러 적자 기록을 크게 웃돌았다. 지난 8월 우리나라가 벌어들인 외화 총액에서 지출한 외화 총액을 차감한 경상수지가 30억50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9월 말 현재 외환보유액이 4167억7000만 달러에 달해 우리나라가 단기간에 외환위기를 겪을 가능성은 낮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경제가 경상수지적자를 기록하면 외환위기를 피하기 어렵다. 특히 경상수지 적자가 환율을 치솟게 해 외국 자본 유출이 본격화하면 외환위기는 이른 시일 내에 현실화할 가능성도 있다. 현 상태에서 별다른 대책 없이 금리만 올리는 것은 부채 폭탄을 터뜨리고 외환위기를 불러오는 뇌관이 될 수 있다. 경제가 IMF 외환위기 때 이상으로 파국을 맞을 수 있다.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에 앞서 시급한 것은 환율 안정이다. 환율이 안정되면 수입대금이 줄어 무역적자가 감소한다. 원화가치가 안정되어 외국 자본 유출이 완화한다. 물가가 안정되어 소비와 투자가 증가할 수 있다. 정부는 미국과 통화스와프 계약을 서둘러야 한다. 미국의 공급망 확보 정책에 따라 국내 주요 기업들이 미국에 400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진행 중이다. 필요할 때 임시로 달러를 빌려 쓰는 통화스와프를 요구하는 것은 무리가 아니다. 더 나아가 금융 지원, 조세 감면, 규제 완화 등 조치를 통해 수출을 늘려 무역적자를 해소하는 데 역점을 둬 외환위기부터 막아야 한다. 근본적으로 경제가 성장동력을 회복해야 한다. 그래야 기업이 발전하고 국민소득이 증가해 가계부채와 기업부채를 상환한다. 세수가 늘어 정부도 재정 부실에서 벗어난다. 정부는 시장경제를 역동적으로 살려 성장동력을 회복하는 것을 목표로 규제개혁, 노동개혁, 조세개혁, 산업구조조정 등 경제 혁신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관련 법을 고쳐야 할 국회는 신구 정권 간 치열한 정쟁뿐이다. 정치권이 불필요한 정쟁을 멈추고 한시바삐 경제 살리기에 나서야 한다.    
 



이필상 필자 약력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 경영학 박사 △고려대 총장 △제7대 유한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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