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최고경영자가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라면 과태료를 문다

2022-10-18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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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손익찬 일과사람공동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삼가다.' 요즘 세태를 지켜보며 생각나는 말이다. '삼가다'는 순우리말로, '몸가짐이나 언행을 조심하다. 꺼리는 마음으로 양이나 횟수가 지나치지 아니하도록 한다'는 뜻을 갖고 있다. 삼갈 근(謹)자는 삼가는 마음으로 조의를 표현한다고 해 '근조', 잘못을 저지른 경우엔 조용히 반성하라는 의미로 '근신'이라고 쓴다. 군주제 국가였던 조선에서도 신하들은 상소문을 통해서 왕에게 삼갈 것을 간곡히 요청했다. 이렇듯 권력의 정점에 있는 사람일수록 언행을 삼가는 마음은 중요한 덕목이다.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이야기다. 직장 내 괴롭힘에서 '사용자'는 중요한 개념이다. 개인사업주뿐만 아니라, 법인의 사업 경영 담당자(CEO),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해 사업주를 위해 행위하는 자도 모두 근로기준법상 '사용자'이다. 사용자가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을 신고 받으면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에 관해 이제는 어느 정도 알려져 있는 것 같다. 신고를 받으면 지체 없이 조사를 시작해야 하고, 괴롭힘이라고 판단되면 피해 근로자의 요청에 따라 배치 전환 등 조치를 해야 한다. 가해 근로자에게 징계 조치를 할 수도 있다. 이 같은 조치를 하지 않으면 과태료를 받는다. 또 직장 내 괴롭힘 사실을 신고한 사람에게 인사 불이익 조치를 하면 형사처벌도 받는다. 

그런데 그뿐만이 아니다. 2021년 7월 1일부터 사용자가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인 경우엔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근로자 중에선 사용자의 배우자, 4촌 이내 혈족이나 인척이 가해자인 경우도 마찬가지다. 직장 내 괴롭힘을 직접 처벌하는 조항은 없다고 알려져 있지만 잘못된 것이다. 사용자나 사용자의 가족이 가해자인 경우 직접 과태료 처분을 받게 된다. 

사용자와 사용자 가족의 괴롭힘은 그만큼 심각한 사회문제다. 대법원은 '근로자' 개념을 설명할 때 '임금을 목적으로 하고 종속적인 관계에 있는지' 따져본다. 중세시대도 아니고 21세기에 종속이라니? 사람과 사람 사이에? 실상은 '종속'에 가깝다. 남의 돈을 받아서 사는 사람은, 돈을 주는 사람에게 몸과 마음이 종속되기 쉽다. 그래서 종속적 관계의 최정점에 있는 사용자나 그 가족이 가해자라면 직장 상사나 동료에 의한 괴롭힘과 달리 그 자체로 과태료 대상이 된다. 그리고 이들이 가해자인 경우 회사 내에서 조사를 하고 징계를 내리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국가가 직접 규제하는 방법을 택한 것이다. 

직장 내 성희롱의 경우는 어떨까. 남녀고용평등법에선 "사업주가 직장 내 성희롱을 한 경우"에는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한다고 정한다. 여기서 사업주는 사용자와 전혀 다른 개념이다. 사업주는 사업운영주체인 개인이나 법인을 의미한다. 법인이 사업주인 경우 최고경영자나 인사담당자가 성희롱을 해도 직장 내 괴롭힘과 달리 과태료 대상이 아니다. 입법의 불비인 셈이다. 조속한 개선입법이 필요하다. 

사용자나 가족이 직장 내 괴롭힘을 한다면 과태료를 받는다. 제대로 된 부하 직원이라면 사용자가 주도하는 직장 내 괴롭힘에 동조해서는 안 된다. 반드시 말려야 한다. 부하직원 입장에선 노동청에서 조사가 나와도 자신은 불이익이 없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장님은 반드시 과태료를 받게 된다. 높은 자리에 있을수록 삼가고 또 삼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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