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공은행(SCB)에서 예금 대량인출(뱅크런) 사태와 관련해 베트남 중앙은행(SBV)과 베트남 재무부가 사태 진화에 나섰다. 은행 예금이 보장될 것이므로 서둘러 인출하지 말라는 것이다.
10일 베트남넷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응우옌티홍(Nguyen Thi Hong) SBV 총재는 지난 10일 오전 열린 기자회견에서 SCB 운영과 관련해 "중앙은행은 SCB가 정상적인 운영과 유동성 확보 등을 유지하도록 필요한 조치를 취했다"면서 "베트남의 모든 은행 예금은 어떤 상황 하에서든 정부의 보장을 받는다"고 말했다. 이어 "SCB 고객은 서둘러 돈을 인출할 필요는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예금자의 예금 전액 지불 능력을 보장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며 "피해를 입지 않도록 시민들이 만기일 이전에 인출하지 말아야 한다"고 권고했다.
SCB뱅크런 사태는 응우옌띠엔탄(Nguyen Tien Thanh) 떤비엣증권(TVSI) 회장 겸 SCB 이사회 회원의 갑작스러운 사망으로 촉발됐다. 거대 부동산 개발업체인 반틴팟(Van Thinh Phat) 그룹의 쯔엉미란(Truong My Lan) 회장이 재산 횡령등 사기 행위로 당국의 조사를 받자, 조사 확대를 두려워한 띠엔탄 회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 아니냐는 소문이 삽시간에 퍼졌다.
현지 언론은 띠엔탄 회장이 지난 7일 자택에서 뇌졸중으로 사망했다고 보도했지만, 소문의 확산은 잠재우지 못하는 모습이다.
이번 사태는 안동투자그룹(An Dong)에 대한 조사에서 시작됐다. 공안부 실장인 또안쏘(To An Xo) 중장은 공안부 수사경찰청이 채권 발행, 자금 동원 등과 관련해 안동투자그룹과 연관된 회사들의 위반 혐의를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미란 반팃팟 그룹회장을 수천만 달러 규모의 채권 불법 발행·거래와 관련된 사기 혐의로 체포했다.
미란 회장 외에도 호부프엉(Ho Buu Phuong) 반팃팟그룹 재무 담당자, 쯔엉후에반(Truong Hue Van) 반팃팟그룹 대표이사, 응우옌프엉홍(Nguyen Phuong Hong) 보조원 등 고위 간부 3명도 체포됐다. 이들은 개인 투자자들로부터 거액을 빼돌리기 위해 불법적인 회사채를 발생한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SCB 측은 보도자료를 내고 안동투자회사, 미란 회장 등과는 아무 관련이 없다고 반박했다. 안동 투자회사가 SCB의 주주가 아니라는 설명이다. 또한 미란 회장은 SCB에서 어떤 직책도 갖고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SCB는 "언급한 인물과 사건이 SCB의 정상적인 운영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며 "SCB가 예금자와 파트너, 고객의 권리와 이익을 보장할 수 있는 해결책과 자원을 보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SCB는 기존 사이공은행과 De Nhat(FCB), 베트남 띤응이아(TNB) 등이 통합돼 민간 은행 가운데 가장 많은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베트남 5대 은행 그룹에도 속한다.
올해 2분기 말까지 SCB의 총 자산은 760조동(약 45조5240억 원)을 넘어섰고, 고객 예금은 595조4400억동으로 연초 대비 16% 이상 증가했다. 올해 상반기에 모회사의 세전 이익은 6820억동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약 50% 증가했다. 9월 30일 기준 SCB의 주주는 4100명 이상이며 그중 외국인 주주 7명이 27.9%, 국내 기관 주주 11명이 15.7%, 나머지 국내 개인이 56.11%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