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카 데 메오 르노그룹 회장은 11일 서울 청담동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을 중대형 차량 수출 허브 거점으로 삼겠다는 중장기 계획을 발표했다.
그는 "르노그룹이 C세그먼트(준중형차)에서 D세그먼트(중대형)로 점프하려는 과정에 있으며, 부산공장은 D세그먼트 차량의 핵심 수출 기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최근 한국 내 대형 완성차 업체들이 D세그먼트로 가고 있어 이런 흐름을 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메오 회장은 한국이 중대형 차량의 핵심 수출 기지가 되려면 부산공장의 수행 능력이 확인돼야 한다는 조건을 걸었다. 메오 회장은 "길리차와 르노의 협력 프로젝트가 계획대로 잘 운영되면 부산공장의 신차 생산 계획도 더 잡힐 것"이라며 "생산 관련 수익성을 담보할 수 있는 중장기적인 운영 계획도 있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메오 회장은 부산공장에서 순수 전기차를 생산할 가능성에 대해 확답하지 않았지만 전기차 생산과 경쟁력 확보는 큰 문제가 아니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는 "르노그룹은 순수 전기차량을 개발한 최초의 자동차 제조사"라며 "GM보다 전기차 출시가 7년 앞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형 전기차 트위지를 통해 쌓은 조립 경험 등 모든 (전기차 관련)필수 요소는 우리 손에 달려 있는 상황"이라며 "(전기차)수요가 늘어나면 그에 대응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미·중 갈등도 거론하며 한국이 지형학적으로 적잖은 비중을 차지한다고 강조했다. 메오 회장은 "르노그룹은 미·중 시장에서 대대적인 활동을 하지 않아 (미·중 갈등은)큰 장벽이 아니다"며 "비즈니스맨 입장에서 미·중 갈등은 위험한 상황이라고 본다"고 진단했다. 이어 "그럼에도 르노그룹은 한국에 투자를 추진하고 있다"며 르노그룹 생산기지에서 한국 시장이 중요한 위치를 점한다고 인식했다.
메오 회장은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등 국내 배터리 3사와 협업하는 데 대한 기대감도 내비쳤다. 그는 "향후 한국 배터리 3사와 관계 강화를 기대하고 있다"면서 "이번 출장을 단행한 이유이기도 하다"며 전기차 배터리 공급망 확충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유럽에 공급하는 배터리 용량을 확장하기로 정했으며 이와 관련해 한국 배터리 3사와 해결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향후 계획을 전했다.
한편 르노그룹은 이날 2025년 출시를 목표로 개발 중인 하이브리드 신차의 디자인 콘셉트 영상을 공개했다. 하이브리드 신차는 국내 연구진이 새로운 플랫폼을 기반으로 개발 중이며 쿠페형 승용형 다목적차(SUV)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스테판 드블레즈 르노코리아 사장은 "올해는 한국 생산량 절반 수준인 6만5000대 이상을 수출할 계획"이라며 "수출 준비가 돼 있고 새로운 수출 시장을 찾는 것이 내 임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