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IRA 논란] 피라미 잡으려다 대어 놓칠라···국산차 미·유럽 수출감소 부를 수도

2022-10-07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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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무역 맞대응하기엔 내수시장 좁아

양대시장 반발에 車·배터리 타격 우려

중국 전기버스 보조금 개선 등 보완을

‘한국판 IRA’ 제정 움직임은 비단 국내 중소 전기차 업체의 위기로 끝나지 않을 전망이다. 국내 완성차 산업이 해외시장 중심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전방위적인 파급 효과를 고려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기준 완성차 내수 시장 규모는 173만대 수준이지만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전 세계에 판매한 완성차는 666만대에 달한다.
 
◇한국판 IRA, 제2의 사드 보복 불러올 수도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 이후 3대 완성차 시장인 유럽에서는 ‘유럽판 IRA’로 불리는 ‘유럽핵심원자재법(RMA)’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RMA는 리튬, 희토류 등 배터리 핵심 광물에 대한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유럽과 동맹국 생산을 지원하는 법안이다. 미국 또는 FTA 체결국에서 채굴·가공된 광물 비율 충족 조건을 내세워 미국 IRA와 흡사하다.

아직 EU(유럽연합) RMA에 대한 세부사항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시장에서는 배터리를 비롯해 차량용 반도체와 전기모터 등 전기차 핵심 부품을 망라한 종합 규제를 수립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EU는 유럽에서 생산·판매하는 전기차 배터리에 대한 원재료 출처 공개를 의미하는 ‘배터리 여권제’를 2026년부터 시행하겠다고 밝혀 RAM까지 더해지면 규제망이 한층 촘촘해진다.

이에 따라 국내 완성차‧배터리 업계는 수출 양대 산맥인 미국과 유럽 측 규제를 모두 대응해야 하는 시급한 상황이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미국 완성차 시장 규모는 1492만대, 유럽은 1177만대다. 양대 수출 시장에서 현대차‧기아는 같은 기간 각각 148만대, 86만대를 판매했다.

문제는 미국과 유럽의 전기차 보호주의 기류에 대응해 한국판 IRA가 비슷한 방향으로 흐른다면 강력한 후폭풍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 미국과 유럽은 거대 내수 시장을 발판으로 보호주의 정책을 펼 수 있지만 한국은 상황이 다르다. 자칫 양대 시장의 반발을 사 완성차 전체 수출에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현대차‧기아는 2017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따른 중국 정부의 보복 조치에 치명타를 입었다. 2016년 179만대이었던 판매량은 지난해 48만대 수준으로 3분의 1까지 쪼그라들었다. 과거 미국이 일본 메모리반도체 산업을 붕괴시킨 ‘재팬 배싱(Japan bashing)’ 비관세 보복도 이와 비슷한 사례로 꼽힌다.
 
◇중국 전기버스 문제 해결해야···제도 보완으로 가능

시장에서는 내년 전기차 보조금을 개편한다면 승용차보다 상용차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전기버스는 승용차보다 경쟁이 덜한 국내 전기상용차 보조금 관련 허점을 비집으며 국내 전기버스 시장에서 절반(48.7%)에 이른다.

중국산 전기버스 가격대는 2억원대 초반으로 3억원대 중반인 국산보다 크게 저렴하다. 이러한 가격경쟁력은 중국 정부 보조금을 받아 수출되는 구조에서 비롯된다. 여기에 국내에서 수령하는 전기버스 구매 보조금 최대치인 1억4000만원(정부 7000만원, 지자체 7000만원)까지 더해지면 더 저렴해진다. 

이에 보조금 지급 기준을 세밀히 짜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국내 법에서 전기버스는 수출국에서 안전 인증을 입증하면 국내에서 별도로 추가 인증이 불필요하다. 반면 국산 전기버스는 정부의 수십 가지 인증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여기에 주행가능거리를 보조금 기준에 넣고 국내 제조사가 기술력에서 월등히 앞서고 있는 수소버스 보급 강화, 공공운송이라는 공익적 차원에서 부품 조달이나 AS 등에 보조금을 일부 반영하는 대안이 거론된다. 통상분쟁에 얽힐 수준이 아닌 합리적 수준으로 제도적 허술함을 보완한다면 중국 전기버스 판매가 크게 위축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 “전기차 보조금이 친환경차 보급 수단에서 산업보호막으로 변형되고 있어 정부의 유기적 대응이 절실해지고 있다”며 “전기차 보조금이 세금으로 지급되고 있는 만큼 정부가 운영 방식 효율성을 극대화할 필요가 있지만 전체적인 국익 관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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