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4일 발사한 탄도미사일이 일본 상공을 넘어서 태평양까지 날아가 떨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열흘 사이 5번째 탄도미사일 발사다.
지난 1일 합동참모본부가 북한 단거리 탄도미사일은 큰 현안이 아니라는 발언을 하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한반도 유사시 미국 전략자산 발진기지인 태평양 괌을 직접 타격할 수 있는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로 화답한 게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북한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 위반인 탄도미사일을 장사정포처럼 일상적으로 쏠 빌미를, 합참이 준 것 아니냐는 비판도 일고 있다.
IRBM은 미국의 분류 기준상 사거리 3000∼5500km의 탄도미사일이다. 사거리 1000∼2500km인 준중거리탄도유도탄(MRBM)보다 사거리가 길고, 5500km 이상인 ICBM보다는 짧다. 이날 북한의 IRBM은 비행거리 4500여㎞, 고도 970여㎞, 속도는 약 마하 17로 탐지됐다. 한미 정보당국은 구체적인 제원에 대해 정밀분석 중이다.
북한은 최근 3년 간 탄도미사일의 비행 고도, 거리, 속도 등을 조정하면서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 북한판 에이태큼스(KN-24), 초대형 방사포(KN-25) 등을 발사하며 성능 평가를 진행했다. 동시에 대남·대미 현시(show of force) 효과도 극대화하고 있다.
그런데 합참 관계자는 지난 1일 북한이 지난달 말부터 동해로 잇따라 쏜 단거리 탄도미사일 제원 등에 대해 설명하면서 '내륙에서 발사했고 큰 건 아니다'라는 발언을 했다.
그러나 유엔 안보리 결의안 위반인 북한 탄도미사일 도발을 장사정포마냥 가볍게 본 게 아니냐는 논란이 일자, 해당 관계자는 “탄도미사일이 아닌 단거리라는 의미를 강조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합참은 해양수산부 공무원 피격 사건을 9.19 남북군사합의 위반이 아니라고 판단한 바 있다. 그런데 북한 탄도미사일을 두고도 큰 건 아니라고 하자 해양수산부 공무원 피격 사건 유족 측은 ‘문제인 정부의 태도로 일관하는 발언’이라며 비판했다.
유족 대표 이래진 씨는 본인 소셜미디어를 통해 “군 통수권자인 (윤석열) 대통령도 당일 북한에 강력한 경고를 보냈는데 정작 합참은 또 무감각한 안보 의식을 드러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단거리라는 의미를 강조하기 위함이었다는 해명에는 더욱 기가 찬다”며 “이런 합참이 어떻게 국가안보를 지킬 수 있다는 건지 의심스럽다”고 우려했다.
북한 IRBM 발사 직후 김승겸 합참의장은 한미 간 공조회의에 참여했다. 북한 탄도미사일이 큰 건 아니다라던 합참은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는 한반도는 물론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정을 해치는 중대한 도발 행위이며 유엔 안보리 결의에 대한 명백한 위반으로 이를 강력히 규탄하며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한편 북한은 지난달 25일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 1발을 평안북도 태천 일대에서 쏜 후, 28일 평양 순안 일대에서 2발, 29일 평안남도 순천 일대에서 2발, 지난 1일 평양 순안 일대에서 2발을 동해상으로 연이어 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