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에 이어 파운드까지 패리티 붕괴 직전…대영제국 통화에 무슨 일이?

2022-09-27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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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 1.03달러까지 밀려 역대 최저치...지난해 1.4달러 수준

强달러 + 어려운 英 경제 상황에 급락...투기세력 베팅 관측도

[그래픽 = 아주경제]



영국 파운드화 급락에 전 세계 금융시장이 긴장하고 있다. 파운드 가치가 연일 급락하면서 파운드당 달러 환율이 1달러 부근까지 떨어져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한 가운데 이로 인한 금융시장 위험 회피 분위기에 전 세계 주식시장도 곤두박질치고 있다. 시장에서는 현재 진행형인 달러 초강세와 어려운 영국 경제 상황을 감안하면 유로에 이어 파운드화도 1달러 아래로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파운드화는 26일 외환시장에서 한때 1.0350달러까지 하락하며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파운드화가 가장 최근 1달러 부근까지 하락한 것은 1985년으로 그해에는 강대국들이 모여 달러화 강세 조정을 합의한 `플라자합의’가 이뤄지기도 했다. 인위적인 달러화 약세 조치 이후 파운드화 환율도 크게 올라 주로 1.4~2달러 사이에서 움직였다. 파운드화 환율은 2008년엔 2달러 위에서 거래되기도 했고 지난해 중반만 해도 1.4달러 수준이었다.

한때 세계 금융시장을 주름잡았던 대영제국 통화 가치가 급락한 원인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국제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가 독주를 이어가면서 다른 통화들 가치가 떨어지고 있다. 유로당 달러 환율은 최근 1달러 아래로 떨어져 20여 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 중이다.

여기에 영국 경제 사정마저 좋지 않다. 영국 경제는 고물가와 무역수지 적자 등으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경기 침체 우려에 직면하고 있는데 이에 리즈 트러스 신임 총리와 내각은 대규모 감세 조치로 경제 성장을 유도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그러나 이는 오히려 이로 인해 국가부채가 크게 늘어나고 인플레이션이 심화될 것이란 시장의 걱정만 키우고 있다.

이 같은 상황과 파운드화 약세가 맞물리면서 다른 금융시장에도 충격이 전해지고 있다. 26일 10년 만기 영국 국채 금리가 하루 만에 42bp(1bp=0.01%포인트) 급등했고 이날 아시아 증시와 뉴욕 증시도 약세를 보였다.

자국 통화 가치 급락에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은 “필요시 금리 인상을 주저하지 않겠다”며 대응에 나섰다. 앤드루 베일리 영란은행 총재는 이날 임시 성명을 내고 이같이 밝힌 뒤 “금융시장 동향을 매우 주의 깊게 모니터링하고 있다”는 구두 개입성 발언도 했다.
 
그럼에도 시장에서는 파운드화 가치가 더 떨어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당장 1파운드=1달러인 패리티(등가)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이 레벨이 올해 안에 무너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블룸버그는 “파운드화가 지난 몇십 년 동안 상상할 수도 없었던 레벨까지 하락하는 데 투기 세력들이 베팅하고 있다”면서 외환파생상품 시장인 통화옵션 시장에서 트레이더들이 파운드화 추가 하락을 예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모건스탠리와 노무라 등 해외 금융기관들도 파운드화가 올해 1달러 레벨을 터치하거나 그 이하로 내려갈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노무라는 11월 말 패리티가 깨질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연말 파운드당 달러 환율 예상치로 0.975달러를 제시했다. 모건스탠리는 파운드당 달러 환율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면서 연말 예상치로 1달러를 제시했다.

데이비드 애덤스 등 모건스탠리 통화 전략가들은 보고서에서 “성장과 재정 지속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야기하는 영국의 긴축 통화정책은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파운드화 강세라는 반응을 끌어내지 못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로이터는 9월 첫 2주 동안 파운드화 가치 하락에 대한 베팅이 2013년 이후 최대였다고 보도하면서 이것이 트러스가 총리에 오른 뒤 헤지펀드들이 `파운드화 숏’ 포지션을 늘리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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