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리셀(재판매)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리셀 인기 브랜드로 꼽히는 나이키와 에르메스, 샤넬 등 명품 브랜드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재판매를 통해 시세차익을 누리고 제품을 구매하는 ‘리셀러(재판매 업자)’들로 인해 브랜드 가치가 훼손되고 일반 소비자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일부 업체에서는 ‘리셀 금지 조항’을 도입하고 있지만, 소비자들의 사적 거래까지 통제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나이키코리아는 최근 이용 약관에 '재판매를 위한 구매 불가' 항목을 추가하고 10월부터 적용하기로 했다. 나이키코리아는 약관에서 '나이키 플랫폼은 나이키가 제품을 최종 소비자에게 판매하려는 유일한 목적의 플랫폼이며, 재판매를 위한 제품 구매는 엄격하게 금지된다’며 재판매 행위를 근절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현재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한정판 제품과 희소성이 높은 명품의 리셀 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크림’과 ‘솔드아웃’ 등과 같은 리셀 플랫폼까지 생겨나면서 시장이 매년 커지는 추세다. 리셀을 전문으로 하는 업자들도 생겨났고, 리셀을 재테크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리셀테크’라는 새로운 투자 문화도 생겼다.
나이키의 경우 추첨(드로우) 형식으로 한정판 운동화를 판매한다. 당첨돼야만 제품을 구매할 수 있기 때문에 희소성이 높고 인기 제품의 경우 최종 구매가 대비 리셀 가격이 10배에서 100배 가까이 뛴다. 실제 피스마이너스원이 2019년 나이키와 한정판으로 협업 출시한 ‘에어퍼스1 파라노이즈’는 출시 후 가격이 100배 이상 뛰었고, 2014년 출시된 ‘에이 이지2 레드 옥토버’는 발매가 28만9000원에서 1500만원까지 가격이 급상승했다.
명품도 예외는 아니다. 명품 브랜드들이 매년 여러 차례 가격 인상을 단행하면서 ‘명품은 오늘이 가장 싸다’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에르메스와 샤넬 등의 경우 백화점과 플래그십스토어 앞에서 '오픈런' 현상을 빚기도 한다.
문제는 실사용 목적의 소비자들이 아닌 전문업자들이 물량을 대량 확보해 리셀 시장에서 비싼 값에 판매하면서 시장을 교란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제품을 구매해 웃돈을 얹어 재판매하는 형식으로 이익을 취하고 있다.
브랜드와 소비자들도 리셀러들로 인해 피해를 보고 있다. 리셀러들이 여러 명의로 한정판 구매 추첨에 참여해 부당하게 제품 추첨에 참여하거나, 매장에 제품이 들어오는 대로 사들이면서 소비자들은 정가 구매 기회를 박탈당하고, 브랜드들은 '충성 고객'을 리셀 플랫폼에 빼앗기고 있는 셈이다.
다만 브랜드에서 리셀 금지가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나이키 한정판 운동화의 경우 한 명의 연락처로 제품이 대량 배송되거나, 리셀 플랫폼으로 바로 배송되는 경우 리셀러를 적발할 수 있지만, 구매자 명의를 변경하는 등 얼마든지 다른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다. 또 고객이 리셀 목적으로 구매하는지 여부를 확인할 방법이 없다는 것도 걸림돌이다.
일각에서는 나이키와 명품 브랜드들이 리셀러들의 덕을 본 측면이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나이키는 리셀 시장에서 한정판 운동화를 활용한 재테크가 인기를 끌면서 소비자들의 높은 관심을 받았고, 명품 브랜드 역시 제품 품귀현상이 심화하면서 희소가치가 더욱 높아져 소비자들의 구매 욕구를 자극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판매만 하면 그만이라고 치부하기엔 리셀 시장이 너무 커졌고 업자들도 생겨나고 있어 브랜드 차원에서 이를 근절하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면서 “다만 지금처럼 구매자 명의 확인과 주소지 확인, 구매 수량 제한 등 소극적인 대응이 얼마나 실효성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