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3연속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 여파로 원·달러 환율(이하 환율)이 1410원을 넘어섰다.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연준이 치솟는 물가를 잡기 전까지 경제 성장률 하락까지 감수하겠다는 입장을 강조하자 달러가 초강세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연내 환율이 1450원까지 오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을 내놨다.
2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환율은 전 거래일 종가 대비 15.5원 오른 1409.7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1398원에 출발한 환율은 개장 직후 1400원을 돌파했고, 장중 한때 1413.2원까지 올랐다. 환율이 1410원대를 기록한 건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월 31일(고가 기준 1422원) 이후 13년 6개월 만이다.
이날 환율은 간밤에 연준의 자이언트 스텝 결정뿐만 아니라, 기준금리가 당분간 더 오를 것이란 우려가 반영되면서 상승한 것으로 분석된다. 연준은 올해 남은 두 번(11월·12월)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각각 자이언트 스텝, '빅 스텝(기준금리 0.50%포인트 인상)'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위원들의 금리 전망을 보여주는 점도표에서 올해 말 예상 금리 수준은 4.4%, 내년 말 금리 수준은 4.6%로 상향 조정됐다. 지난 6월 점도표에서 각각 3.4%, 3.8%를 언급했던 점을 고려하면 매우 큰 폭의 상승이다.
기준금리 인상은 기업의 투자와 가계 소비를 위축시켜 경기 침체를 유발한다. 이는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를 불러와 달러 가치를 높이고 환율 상승을 부추긴다. 실제로 연준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기준금리를 빠르게 인상한 결과, 달러 가치는 2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올해 4분기까지 환율 상단을 1450원대까지 열어둬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준영 흥국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경기 둔화의 끝자락이 아직 가시거리에 들어와있지 않아 그만큼 달러의 고점 확인도 늦을 것”이라며 “미 연준의 매파 성향이 확인돼 연말까지 환율 상단을 1450원까지 열어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승혁 NH선물 연구원은 “미국의 올해 말 예상 기준금리가 4.4%로 올랐고, 연준이 경기 침체도 불사하겠다고 얘기하는 등 긴축 기조가 생각보다 훨씬 강해졌다”며 “연준의 피보팅(방향 전환) 시간이 오래 걸릴 것으로 보이는데, 그 기간에 달러 강세는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