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 가치가 20여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한 가운데 은행권 내 엔화예금 규모가 빠르게 늘고 있다. '역대급 저점'이라는 인식 속 향후 화폐 가치가 반등할 경우 ‘환차익’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면서 엔화 투자에 대한 관심 또한 높아지고 있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신한·우리·하나·NH 등 5대 시중은행의 엔화예수금 잔액은 전일(20일) 기준 6786억6304만엔(한화 6조5885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1년 전인 작년 9월 말(4430억9920만엔)과 비교해 2355억6384만엔(한화 2조2849억원) 가량 증가한 수치다.
특히 5대 은행 가운데서도 신한과 농협은행의 엔화예금 규모가 1년 만에 2배 이상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한은행의 경우 작년 9월 688억3206만엔에서 20일 기준 1556억5000만엔을 넘어섰고 농협은행 역시 100억엔을 밑돌던 엔화예금 규모가 232억엔대로 훌쩍 뛰었다.
한국은행이 집계한 외화예금 추이를 보더라도 이같은 움직임을 확인할 수 있다. 지난 8월 말 기준 거주자 외화예금 동향에 따르면 미국 달러화 예금이 한 달 만에 15억7000만달러 감소한 것을 비롯해 유로화예금(-4억6000만달러), 위안화예금(-4억달러) 등 주요통화 대부분이 감소한 반면 엔화예금(57억4000만달러)만 유일하게 확대됐다.
달러 대비 엔화 가치가 하락한 주 원인은 양국 간 금리 격차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의 경우 연속적인 자이언트스텝(0.75%포인트 인상) 등 고강도 통화긴축 정책을 단행, '킹달러' 기조가 심화되고 있는 상황. 반면 일본의 경우 수 년째 마이너스금리(-0.1%)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강달러 시대를 맞아 주요 통화들이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엔화 역시 평가 절하가 심화된 상태다. 그에 따라 은행권에 엔화 투자에 대한 문의도 잇따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엔화에 투자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환전을 통해 저렴한 시점에 엔화를 매입한 뒤 비싼 가격에 팔아 그에 따른 차익을 얻는 것이다. 이 경우 이자가 별도로 붙지 않지만 환차익 수익이 발생했을 때 비과세다. 은행 외화 보통예금과 정기예금을 통해 엔화를 넣어두는 방법도 있다. 다만 이 경우 일반 예·적금과 같이 소득세(15.4%)를 내야 한다. 만약 출금 없이 단순 환차익만 노린다면 증권사 계좌를 통해 엔화를 환전할 수도 있다. 엔화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하는 상품도 관심을 끌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엔화 투자에 공격적으로 뛰어드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는 시각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엔화에 투자할 시기는 맞으나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하다"며 "특히 정책 결정 과정에 시간이 걸리는 만큼 실제 환차익을 실현하는 데에는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될 수 있는 만큼 장기적 관점에서 고려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엔화 통장은 은행에 엔화 넣어두는 방법은 외화 보통예금과 정기예금임.
지난해 9월 2000주였던 하루 평균 거래량도 이달 4만8000주로 크게 증가했다.
현재로는 일본이 제로금리 시대를 끝낸다는 이야기가 나와 엔화가 오를 가능성도 거론. 은행권에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