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 '러시아발 에너지 위기'가 본격화될 조짐을 보이자 미국이 유럽지역에 대한 재정·군사 지원을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우크라 전쟁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미국은 계속해서 NATO(북대서양 조약기구) 결속을 강화를 촉구할 것으로 보인다.
20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바이든 행정부가 NATO 균열에 대한 우려로 유럽에 수십 억 달러 지원을 약속하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유럽에는 러시아의 천연가스 공급 중단으로 인해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난방 수요가 급증하는 겨울에 천연가스 수요가 급증하기 때문이다. 가스가 공급이 줄어들 때마다 유럽 내 전력·가스 가격은 전례 없이 급등하기도 했다. 일반적으로 1MMBTU당 4달러 안팎에서 거래되던 천연가스는 러시아-우크라 전쟁 이후 7달러를 훨씬 웃돈 상태로 거래되고 있다.
NYT의 보도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에 대한 유럽 연합의 지원은 급격히 감소했다. 이 역시 천연가스 가격 폭등에 대한 부담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NYT는 킬 세계 경제 연구소를 인용해 △영국 △독일 △폴란드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의 우크라이나 지원은 5월부터 지속적으로 감소했다고 전했다. 특히 7월에는 어느 국가도 신규 지원을 발표하지 않았다. 킬 세계 경제 연구소 국제 금융 및 거시경제학 담당자 크리스토프 트레베스크는 "유럽 강대국들의 우크라이나 원조가 없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고 전했다.
미국이 최근 우크라이나와 유럽에 지원을 늘린 것도 유럽의 위기감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8일 블링컨 장관은 우크라이나를 찾아 새로운 재정 지원을 발표했다. 우크라이나에 10억 달러, 유럽 동맹국에 10억 달러 수준에 이르는 규모였다. 군사적 지원 약속도 이어졌다. 지난 15일 미 국방부는 우크라이나에 탄약을 비롯한 6억 달러의 무기 지원을 추가 발표했다. 앞서 지난 8일 로이드 오스틴 3세 미 국방부 장관도 우크라이나에 6억 7500만원 규모의 군수품을 보낼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와 더불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유엔 총회 연설에서 나토 결속을 촉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은 연설에서 러시아 규탄과 우크라이나 지원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같은 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유엔 총회에 화상 연설을 진행할 예정이다.
공화당마저도 바이든 행정부의 우크라이나 지원 정책에는 지지를 보내고 있다. 밋 롬니 공화당 의원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은 전 세계의 본보기가 되고 있다"며 "난방비가 천정부지로 치솟는 겨울에 우크라이나 지원이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이를 계기로 NATO가 단결하기를 바란다"고 NYT에 말했다.
한편, 러시아 역시 전장에 군수 배급부터 강화하려는 모양새다. 이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군수산업 발전 전략 회의에 참석해 "군수산업체들은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필요한 무기와 군사장비들을 군에 공급해야 한다"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