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15%에 달하는 영토를 합병하기 위한 주민투표를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지자, 미국을 비롯한 서방이 ‘가짜 투표’라며 비판하고 나섰다.
2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러시아는 오는 23~27일 우크라이나의 루한스크, 도네츠크, 헤르손 및 자포리자 등 총 4개 점령지 전체에서 영토 합병을 위한 주민투표에 나선다. 이들 지역은 우크라이나 영토의 15%에 달하며, 헝가리 전체 크기에 맞먹는다.
러시아는 그간 우크라이나 침공을 ‘특별군사작전’이라고 불렀다. 그러나 이번 국민투표를 계기로 점령지에서의 전투를 러시아 영토에 대한 우크라이나의 공격으로 재구성할 경우 러시아는 200만 명에 달하는 예비군을 동원할 수 있는 정당성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로이터는 짚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인 돈바스(루한스크, 도네츠크)를 독립 국가라고 주장한다. 반면, 우크라이나와 서방은 러시아군이 해당 지역을 강제로 불법 점검했다고 맞선다.
제이크 설리번 미국 국가안보보좌관은 러시아의 주민투표는 ‘가짜 투표’라고 평가절하했다. 그는 “미국은 러시아의 주민투표 추진을 분명히 반대한다”며 “유럽연합(EU)과 캐나다도 주민투표 계획을 비난하고 있다”고 말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영상 연설을 통해 주민투표는 러시아의 ‘소음’일 뿐이라며, “우리의 입장은 이런 소음이나 발표로 달라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크라이나의 모든 우방국이 보여준 강력한 규탄에 감사드린다"며 "러시아는 또 다른 사이비 주민투표를 조직하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호세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는 EU와 EU 회원국들이 국민투표 결과를 인정하지 않을 것이며 투표가 진행된다면 러시아에 대한 추가 조치를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유엔총회 연설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유엔헌장의 철학과 원칙을 짓밟는 행위"라며 "절대 용납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가 점령한 헤르손에 대한 대대적인 반격을 시작했다. 헤르손은 러시아가 완전히 점령한 유일한 주요 도시다. 자포리자의 경우 대부분 지역은 러시아가 통제하고 있지만, 해당 지역의 주요 거점은 여전히 우크라이나에 속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