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치를 웃돈 미국의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로 인해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울트라스텝'(기준금리 1.0%포인트 인상) 가능성이 커지면서 달러 관련 상품이 불기둥을 뿜었다. 금리인상 기조가 당분간 유지될 전망인 만큼 강달러 추이가 장기화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강달러 압력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원·달러 환율 상방을 높게 잡아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달러 관련 상장지수펀드(ETF)와 상장지수증권(ETN)은 일제히 강세를 보였다. 레버리지 상품 중에서는 'KODEX 미국달러선물레버리지'가 전일 대비 2.64%(355원) 오른 1만3805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TIGER 미국달러선물레버리지'(2.47%)와 'KOSEF 미국달러선물레버리지'(2.41%), '신한 레버리지 미국달러 선물 ETN'(2.28%) 등도 2%대 강세를 시현했다.
달러 관련 상품들의 강세는 강달러 기조의 부활에서 기인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이 1390원을 돌파하면서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월 31일 이후 13년 5개월여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지난 8일 1384.10원이던 원·달러 환율은 긴축 기조 완화 기대감 등이 달러 강세 압력을 줄이면서 지난 12일 1376.19원으로 떨어졌지만 다시 급등세로 돌아선 셈이다.
강달러의 귀환은 미국의 8월 CPI가 주도했다. 8월 CPI가 8.3%로 컨센서스(8.1%)를 웃돌면서 연준의 긴축 기조 강화가 전망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연준이 물가상승률 목표치를 2%대로 잡고 있는 만큼 오는 20일부터 21일까지 진행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울트라스텝'이라는 극약처방이 나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일본 노무라증권은 13일(현지시간) 발표한 보고서에서 "미국 CPI가 시장의 예상치를 상회하는 등 인플레이션이 잡히지 않고 있다"며 "연준이 오는 9월 FOMC에서 1.0%p의 금리인상을 단행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도 "내가 연준 관리라면 시장의 신뢰를 강화하기 위해 1%p의 금리인상을 선택할 것"이라며 공포감을 키웠다.
원·달러 환율이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추가 상승이 가능하다는 진단이 잇따르는 중이다. 강달러 요인 외에도 유로와 엔 등 다른 통화들의 가치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악순환이 전망된다는 이유에서다.
권아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돌파할 가능성도 열어둘 필요가 있다"며 "특히 유럽과 일본 등 자원을 수입하는 국가들의 경우 겨울철 에너지 수입 등으로 인해 무역수지가 악화되면서 통화 가치가 하락, 달러 강세 압력을 높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어 "달러 강세는 적어도 올해 말이나 내년 1분기까지는 이어질 것"이라며 "연준의 긴축기조 선회나 우크라이나 전쟁 종결 등 유의미한 변화가 없으면 달러 강세 기조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달러 강세 기조가 이어지면서 달러 가치 조정에 베팅한 개인투자자들의 손실도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3일까지 개인투자자들의 9월 주요 인버스 상품 순매수액은 △KODEX 미국달러선물인버스2X 573억원 △KODEX 미국달러선물인버스 54억원 △KOSEF 미국달러선물인버스2X 20억원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