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켈 매장량 1위 인도네시아…EV 열풍 타고 성장할까

2022-09-14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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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켈 세계 매장량 4분의 1 보유

공급망 재편ㆍ환경오염 유발 극복해야


전기차(EV) 업계가 동남아시아를 주목하기 시작했다. 전기차 수요가 증가하는 가운데 특히 전기차 배터리 생산을 위한 필수 광물인 니켈이 많은 지역으로 꼽히는 인도네시아가 주목받고 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전기차 열풍을 틈타 경제를 성장시킬 발판으로 삼으려는 모습이다. 미국의 공급망 재편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것과 공정 과정을 친환경으로 바꾸는 것이 인도네시아 니켈 산업의 과제로 보인다. 

◆EV 투자·美 인플레이션 감축법으로 열린 전기차 전성시대
최근 전기차에 대한 아시아 완성차 업체의 투자 움직임은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지난 12일 마힌드라는 신차 소개와 향후 투자 계획을 발표하며 전기차 투자 확대를 시사했다. 전기차 시장의 미개척지로 평가받던 인도마저도 주목한다는 것은 세계적인 전기차 열풍을 보여준다. 

일본 완성차 업체는 선제적으로 움직였다. 배터리 공급업체를 인수해버리거나 과감한 투자로 치고 나갔다. 지난 7일 닛산은 전기차 개발을 위해 배터리 공급 업체를 인수해 조달을 확대한다는 계획까지 밝혔다. 도요타자동차는 지난 8월 전기차 배터리 생산을 위한 7300억엔(약 53억 달러) 규모 투자 발표로 눈길을 끌었다. 여기에 지난 8월 전기차 구매 시 최대 7500달러를 지원하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까지 통과되면서 '전기차 전성시대'가 도래했다. 완성차 업체는 IRA가 통과되자 우후죽순으로 미국에 전기차 사업 관련 적극적인 투자를 시사했다. 

일부 국가 기관의 내연기관 차량 퇴출 발표는 전기차 전성시대를 더욱 앞당겼다. 지난 8월 24일 뉴욕타임스(NYT)는 "캘리포니아 환경 규제 당국이 2035년부터 휘발유 등 내연기관 신차 판매를 금지한다"고 전했다. 지난 6월 유럽연합(EU)도 2035년까지 내연기관 신차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 100% 감소를 발표하며 내연기관 차량 퇴출을 예고했다. 캘리포니아와 EU 모두 2035년부터 내연기관 차량 신차 거래가 불가능해 전기차 수요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업계의 판단이다. 

◆니켈 수요 증가···성장 발판 삼으려는 인도네시아

전기차 수요가 늘자 동남아시아 산업계도 덩달아 주목받고 있다. 동남아시아는 전기차 배터리 생산에 필요한 니켈의 주요 생산지다. 그중 매장량과 생산량이 유독 많은 인도네시아는 전기차 배터리 생산 필수 광물인 니켈을 지렛대 삼아 자국 경제를 성장시키려는 모습이다.

니켈은 공급 자체가 위태로운 광물이다. 전기차 1대당 필요한 니켈도 2022년 36㎏에서 2030년 41㎏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니켈 함량을 80% 이상으로 끌어올린 하이니켈 배터리 비중이 높아지면서 니켈 수요가 증가하는 추세다. 여기에 또 다른 니켈 사용처인 스테인리스강 수요도 꾸준해 배터리용 니켈은 2024년부터 공급이 크게 부족할 것으로 보인다. 

니켈 수요가 증가하면서 가장 눈길을 끄는 곳은 인도네시아다. 인도네시아는 전 세계 니켈 매장량 가운데 약 4분의 1을 보유하고 있다고 평가받는다. 2022년 미국 지질조사국 조사(USGS)에 따르면 채굴 가능한 인도네시아 니켈 매장량은 전 세계 매장량 중 22%로 1위였다. 생산량은 1000킬로톤(Kt)으로 세계 생산량 중 37%를 차지한다. 

전기차 수요 증대로 니켈 수요가 증가하자 인도네시아 정부는 이를 경제를 성장시킬 기회로 보고 있다. 세계 각국의 전기차 전환 정책과 이를 호응하는 기업 전략에 따라 니켈 수요가 감소할 가능성은 매우 낮기 때문이다. 자원 부국인 인도네시아는 원광 수출 금지부터 시행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2020년부터 니켈 원광 수출을 금지해 기업들로 하여금 직접 생산에 참여하도록 반강제하고 있다. 단순히 자원을 내다파는 것이 아닌 부가가치를 키우는 등 파급효과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급기야 최근 인도네시아 정부는 니켈 수출세 카드까지 만지작거리고 있다. 이 역시도 니켈을 수출하기보다 기업이 들어와 협력하며 투자와 고용을 담당하기를 바라는 것이다. 지난 8월 13일 조코 위도도(조코위)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블룸버그와 인터뷰하면서 연내 니켈 수출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밝혔다. 세율이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2~3%가 유력하게 거론된다.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지난 3월 16일 브카시 현대차 인도네시아공장 준공식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조코위 대통령은 자국 내에서 니켈이 가공된다면 350억 달러 규모의 부가가치가 창출될 것으로 보인다고 지난해 말했다. 하지만 블룸버그는 조코위 대통령 주장에 동의하지 않았다. 블룸버그는 "니켈 수출세는 단기적으로 인도네시아 수출 수익을 줄이는 한편 2020년 니켈 광석 수출 금지 도입 직후처럼 니켈 가격을 상승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니켈 가격은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14일 톤(t) 당 2만4655달러를 기록했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직후 거래가 중단된 3월 초 기록한 10만 달러에서는 내렸지만 9월부터 다시 가파르게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IRA 배제·환경 오염 유발 극복해야"

인도네시아가 전기차 투자 열풍을 활용해 본격적인 경제 성장을 이루려면 몇 가지 과제부터 해결해야 한다. 인플레이션 감축법 배제 조항에 저촉되지 않는 동시에 니켈 생성 과정도 친환경적으로 탈바꿈시키는 일이 필요해 보인다.  

IRA은 미국 또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국가에서 배터리 광물을 추출하거나 제작할 때만 전기차 보조금을 지급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니켈을 포함한 배터리 주요 금속 중 40%는 미국과 FTA를 체결한 국가에서 만들어야 한다. 2026년부터는 비중이 80%까지로 확대된다. 

문제는 인도네시아가 미국과 FTA를 체결하지 않은 국가이고 중국 전기차 배터리 업체와 협력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그 때문에 인도네시아산 니켈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전기차 구매 시에는 보조금을 지급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인도네시아의 주요 니켈 광산은 중국 개발업체와 협력해 이뤄지는 점도 리스크로 작용한다. 

에너지 경제·재무 분석 연구소 운송 부문 에너지 분석가 푸트라 아디구나는 "중국산 배터리가 인도네시아 니켈을 사용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인도네시아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면서 "다만 현시점에서 그 크기를 파악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는 중국 전기차 시장이 미국 시장의 2~3배 규모다. 하지만 미국이 중국산 제품을 차단하고 인플레이션 감축법과 같은 추가 조치를 시행한다면 인도네시아 니켈은 미국의 공급망 재편으로 인한 파급효과를 느끼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 자본과 협력 비중을 줄이지 않는다면 미국 시장에 니켈을 수출하기는 어렵다는 의미다. 

생산 과정을 친환경적으로 바꿔야 하는 점도 인도네시아 니켈 업계의 과제로 제기된다. 유럽이 산업 생산 과정에서 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일 것을 권장하기 때문이다. EU가 2024년 7월부터 배터리에 대해 탄소발자국 신고를 의무화하는 등 니켈 공급망에 대한 통제를 강화할 예정이다. 또 RE100 가입을 권장하는 분위기도 있다. RE100은 Renewable Energy 100%라는 뜻으로 2050년까지 기업 전력소비 100%를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로 대체하자는 자발적 캠페인이다. 

하지만 현재까지 인도네시아 니켈 업체는 공정 과정에서 환경 오염을 많이 유발한다고 평가받는다. 정치 컨설팅 업체 리포르마시의 케빈 오 루케는 지난달 인도네시아는 유럽에서 니켈을 판매할 자격이 없다고 지적했다. 머지않아 EU가 전기차 배터리 조달 과정에서 친환경 생산 공정을 요구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케빈 오 루케는 "인도네시아 니켈 정제 공정은 전적으로 석탄 화력 발전소에 의존하는 동시에 환경에 유해한 물질을 생성한다"며 "현재까지 인도네시아 EV 배터리 산업은 역동적인 성장을 기록하고 있지만 (이런 점 때문에) 미래 시장에서는 의구심을 갖게 만든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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