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병서 스페셜 칼럼] 대만 TSMC 능가할 KSMC 만들면 어떨까

2022-09-13 06:00
  • 글자크기 설정
·

[전병서/경희대 China MBA 객원교수]

 
  
기술격차를 생명으로 하는 안보산업 반도체산업을 미국 바이든은 국가안보로, 중국 시진핑은 산업의 심장으로 격상시켰다. 미국은 4차 산업혁명 전쟁을 반도체로 시작하고 있다. 첨단 반도체는 공장 짓는 데 2년, 정상가동에 1년 이상 걸린다. 미국은 반도체법, 칩포(Chip4)동맹을 통해 반도체산업을 미국으로 다시 회수하는 전략(Reshoring) 을 쓰고 있지만 40년 전에 집 나간 미국의 반도체산업이 4년 만에 다시 돌아갈 수는 없다.

안보산업 반도체는 동북아지역에서 지정학적 리스크가 있다. 바로 북핵과 중국 리스크다. 세계 최첨단 반도체 공장이 한국과 대만에 밀집해 있어 한반도에 유사시 불상사가 생기거나 대만해협에 위기가 발생하면 전 세계는 첨단반도체 없는 4차산업혁명을 맞이해야 하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
미국이 대중국 반도체 봉쇄를 정말 할 경우 중국은 어차피 못 먹는 감, 대만 반도체 공장을 공격함으로써 미국의 4차산업혁명을 좌초시킬 계기로 삼을 수도 있다. 지금 이런 지정학적 리스크 때문에 미국은 미국이 만든 반도체기술을 미국으로 회수하는 전략을 쓰고 있는 것이다.

Chip4, 반도체법을 통해 미국에 들어온 공장과 기술은 다시 미국에서 못 나간다. 다시 내보낼 거라면 법 만들고 막대한 보조금을 줄 이유가 없다. 그러나 기술은 격차로 관리하는 것이지 이미 기술, 장비, 소재, 생산, 조립에서 국제분업이 완벽히 이루어진 반도체산업에서 이를 다시 원상태로 돌리는 것은 실현가능성이 낮다. 산업구조를 무리하게 원상태로 돌리는 것이 아니라 기술격차를 벌려 상대를 하청으로 전락시키는 것이 답이다.

세계 반도체 업계에서 기술과 생산을 가진 서방세계와 시장과 소재를 가진 중국은 입술이 없으면 잇몸이 시린, 순망치한의 관계가 아니라 이미 손바닥과 손등과 같은 동일체 관계로 바뀐 상태다. 원료 공급망에 대한 대책 없는 제품생산 통제는 재앙이다. 만약 현 단계에서 미국이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와 Chip4를 통해 세계 최대 반도체 소비시장인 중국에 대한 봉쇄를 실행한다면, 세계 반도체 업계에는 대규모 공급과잉이 불가피하다.

한국, 반도체산업에 대한 새로운 전략이 필요

미·중의 전쟁이 기술전쟁으로 가고 미국이 반도체를 무기로 신냉전을 시작했다. 이젠 반도체는 기업의 수익사업이 아니라 국가운명이 걸린 안보산업으로 바뀌었다. 한국도 반도체산업에 대한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

한국이 세계 1위인 DRAM은 우리 내부경쟁이지만, 첨단 파운드리는 치열한 국제 경쟁이고 기술전쟁이다. 한국은 이젠 메모리가 아니라 첨단 파운드리에서 대만을 추월하는 것이 반도체산업에서 과제다. 미래는 시스템반도체, AI반도체가 세상을 바꾼다. 첨단 파운드리에서 2등 하면 망한다. 시장 점유율 15%인 한국의 삼성이 시장점유율 53%인 대만의 TSMC를 잡을 전략이 있어야 한다. 현재와 같은 점유율이 지속되면 첨단 반도체 생산에서 영원한 2등이고 계속 1위와 갭이 커지는 2등에 머물 수밖에 없다.

5nm급의 첨단 파운드리의 고객은 정해져 있다. 애플과 퀄컴, AMD, 엔비디아,  미디어텍, 롬 같은 회사들이다. 이들 기업 중 애플과 퀄컴, AMD, 엔비디아 같은 빅4의 점유율이 80% 이상을 차지하는데 이들 기업은 모두 삼성전자의 다른 사업부와 경쟁관계다.

TSMC의 고객을 삼성 파운드리의 고객으로 대체하는 것은 월등한 기술격차로 고객을 빼내야 하는데 이는 대규모 투자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반도체는 전형적인 규모의 경제가 작용하는 산업이기 때문에 시장점유율 15%인 한국의 삼성이 시장점유율 53%인 TSMC와 계속 경쟁하면 이길 수 없다. 이를 극복하려면 막대한 자금과 정책지원이 필요하다.

가정이지만 한국 파운드리산업의 지배구조 전환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주주구성을 전환함으로써 삼성전자 파운드리 고객의 경계심을 누그러뜨리고 대규모 자금을 조달할 방안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파운드리사업을 분리해 독립시키고 회사경영은 삼성이 하지만 국민+연금+삼성그룹이 3분의 1씩의 지분을 갖는 주주구성으로 삼성전자가 아닌 KSMC(Korean Semiconductor Manufacturing Co)를 만들어 파운드리 사업을 국가사업으로 키우는 것이다.

국가사업이기 때문에 미국, 대만, 중국이 제공하는 특혜를 넘어서는 파격적 조건의 편의를 제공하고 인재 조달을 위해 IPO(기업공개)를 통해 전 세계 최고 수준의 스톡옵션을 제공함으로써 부족한 인재를 광범위하게 확보하는 것이다. KSMC의 파운드리사업이 성공해 만약 5~10년 내 대만의 TSMC를 넘어선다면 모두가 윈윈이다. 2022년 9월 9일 현재 TSMC의 시총은 4133억 달러인데 이 중 3분의 1이 국민연금의 지분이라면 193조원에 달한다. 이는 현재 국민연금의 자산규모 882조원의 22%에 달해 국민연금의 고갈을 막는 방안이 될 수 있고 삼성전자의 시총 374조원의 52%에 달하는 금액이다.

담대한 시각으로 획기적인 돌파구를 만들어야

지금 아태지역의 기술판도, 지정학적 판도를 바꿀 수 있는 것이 반도체산업이다. 한국은 담대한 사고와 전략적 사고로 반도체를 키워야 한다. 재벌의 사업이 아닌 한국의 방패로 키워야 한국이 미·중의 전쟁 속에서 당당하게 큰소리치면서 살 수 있다.

기술전쟁에서 패하면 상처만 남고 사라진다. 반드시 이겨야 살고 이를 위해서는 파격과 발상의 전환이 있어야 성공한다. 한국은 미국의 반도체지원법을 벤치 마크하고 이를 뛰어넘는 법과 제도를 안 만들 이유가 없다. 한국의 반도체와 배터리기업이 보조금과 우대정책에 미국으로 가는데 한국이 그냥 손 놓고 있어서는 안된다. 미국 주정부의 반도체우대정책에 삼성이 향후 20년간 미국에 11개 공장을 짓는다는 신청을 했다. 11개의 첨단반도체 공장을 한국에 짓는다면 한국의 고용과 지방산업 육성에는 어떤 영향이 있겠는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이젠 반도체가 절대 권력이고 4차산업혁명의 판도를 바꾸는 비밀병기다. 한국이 2천여년의 역사에서 미국과 중국에 당당해질 수 있는 천재일우의 기회를 잡았는데 이 불씨를 못 살리면 천추의 한이고 후손들 볼 낯이 없어진다. 중국과의 무역적자문제도 반도체 수출이 늘면 해결될 일이다. 중국에 경쟁력 떨어진 전통산업 붙들고 중국에서 시장퇴출 탓만 하고 있을 시간이 없다. 한국이 경쟁력이 강한 폼목에서 치고 나가 수출을 2배로 늘리면 될 일이다. 한국, 반도체산업에서 담대한 시각으로 획기적인 돌파구를 만들어야 한다


전병서 필자 주요 이력

△푸단대 경영학 박사 △대우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 △경희대 경영대학원 객원교수 △중국경제금융연구소 소장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1개의 댓글
0 / 300
  • 한국에선 가능성 없다. 공적자금을 왕창 투자해서 KSMC를 만들었다 해도, 몇 년 뒤엔 모피아나 정치인이 개인 재산으로 빼돌린다. 지금 포항제철이나 SK telecom이나 석유회사들이나 KT 처럼...

    공감/비공감
    공감:1
    비공감: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