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수교 30주년 특별 기고] 먼저 친구가 되고 그 다음에 비즈니스를 해라

2022-09-07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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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올해는 1992년 8월 24일 한국과 중국이 수교한 지 30년이 되는 해입니다. '삼십이립(三十而立)'이라는 말이 있듯이 한·중 양국 관계의 우호와 협력을 다져야 하는 시기가 됐습니다. 한국과 중국 수교 30주년을 맞아 지난 시절을 되돌아보며 앞으로 뜻을 함께하자는 취지로 각계 저명인사의 깊이 있는 견해가 담긴 글을 본지에 싣게 되었습니다. 지난 30년은 한·중 양국이 어려움을 함께 극복해나가고 경제 파트너로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는 등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물론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에 적지 않은 어려움도 있었지만 한국과 중국은 함께 많은 역경을 이겨왔습니다. 한·중 관계는 이제 새로운 기점에 서 있습니다. 

이번 기고 릴레이에는 한·중 수교 과정의 경험담부터 한·중 교류를 위해 현장에서 땀 흘린 여러분들의 이야기까지, 양국 수교 30주년의 역사가 생생히 살아 숨 쉬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다가오는 30년에 대한 희망과 기대가 가득히 담겨있습니다. ​한국의 북방외교와 중국의 개혁개방 그리고 세계사의 변화에 순응하는 한·중 수교는 우리들의 소중한 역사이기에 독자들에게 이 글이 한·중 관계를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박근태 전 CJ대한통운 대표[사진=한·중수교 30주년 기념사업준비위원회]

필자가 중국과 처음 인연을 맺게 된 것은 지금으로부터 38년 전인 1984년이었다. 그 당시 필자 나이 30세로, 대우실업 입사 4년 차인 대리로 홍콩 주재원으로 발령받았었다. 그로부터 몇 년 뒤인 1992년, 덩샤오핑(鄧小平)이 남순강화를 통해 선전, 광저우 등 개혁·개방 시범도시를 시찰하고, 발전상을 목도했다. 덩샤오핑은 개혁·개방 정책이 옳았으며, 흔들림 없이 추진해야 한다고 천명했다. 그리고 그해 8월 24일 역사적인 한·중 수교가 체결됐다.

지금 돌이켜 보면 1992년 한·중 수교가 중국의 개혁·개방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었다고 생각한다. 당시 중국은 외자 유치가 필요했고 우리나라에서는 1980년대 후반 이후 경영환경 변화로 새로운 생산기지가 필요했다. 양국의 상황이 맞아떨어지면서 수교 이후 한국기업들이 물밀듯이 중국으로 몰려들었다.

중국이 고성장을 거듭하고 있었기에 필자 역시 상당한 성과를 냈다. 1980년대 홍콩 주재원 시절 맺었던 인맥들이 중국 본토에서 위력을 발휘했다. 고맙게도 홍콩에서 사귀었던 중국 친구들이 일을 적극적으로 도왔고, 그들은 많은 베이징의 관료들과 기업인들을 필자에게 소개해줬다. 필자는 2006년 CJ그룹 중국 본사 대표이사로 영입됐으며, CJ그룹 중국 본사 대표로서 15년을 근무한 후 2020년 12월에 CJ대한통운 상근 고문직으로 물러났다.

필자는 중국에서 37년을 근무했다. 37년이라는 시간은 내 인생의 절반을 훌쩍 넘는 시간이며, 필자 직장 생활의 거의 전부이다. 중국 경험을 돌이켜 보면, 결국 사람과 사람의 신뢰 관계가 가장 중요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홍콩에서 중국어를 열심히 배우고, 중국인들에게 진심으로 다가갔기에 그들은 필자에게 마음을 열었다. 중국 본토에서의 비즈니스도 마찬가지였다. 성의를 보이고, 진심으로 대했기에 그들도 필자를 적극적으로 도왔다. 한국인들에게 적재적소의 중국 친구들을 연결해줘 ‘안파이(安排, 알선)박’이라는 영광스러운 별명을 얻기도 했다.

중국은 한국의 이웃 나라이다. 서로 좋은 관계로 발전해 나가야 함은 당연지사다. 일을 만들어가는 것은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 기초한다. 한·중 관계가 발전해 나가기 위해서는 양국 간에 진정한 친구들이 많아야 한다고 본다. 정치인들, 외교관들, 기업인들이 상대국의 친구들과 함께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고, 대화하다 보면 실타래같이 엉켜있는 문제라도 접점이 찾아지게 마련이다. 한·중 관계는 양국관계, 남북관계, 미·중 관계, 동북아 관계에 복잡하게 얽혀 있다. 양국의 이익이 합치되지 않는 부분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앞으로 난관은 더욱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그럴 때일수록 대화와 소통이 필요하다. 바라는 것은 중국과 관련된 일을 하는 한국인들은 진정한 중국 친구,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중국 친구를 만들기를 권한다. 한·중 수교 30주년을 넘어 한중관계의 미래를 이끌어나갈 후배들에게 하는 진심 어린 부탁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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