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쿠데타 모의했다는 내용의 '윤필용 사건'으로 고문 끝에 강제 전역한 황진기 전 육군 대령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사건에서 청구권이 소멸했다는 원심의 판단을 대법원이 뒤집었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조재연 대법관)는 이날 황 전 대령과 그의 가족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윤필용 사건'은 1973년에 윤필용 당시 수도경비 사령관이 술자리에서 이후락 중앙정보부장에게 "박정희 대통령은 노쇠했으니, 형님이 후계자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는 점이 쿠데타설로 번진 사건이다. 황 전 대령은 이 일로 보안수사관실로 소환돼 고문과 폭행을 당했고, 전역 지원서를 써서 그해 4월 20일 전역 처분됐다.
그러나 1·2심 재판부는 "원고는 1973년 손해 사실을 알았는데 2018년 소송을 제기했다"며 손해배상 청구권이 소멸됐다고 판단했다. 민법 제766조에 따르면 손해배상 청구권은 손해가 발생한 날부터 10면, 피해자가 손해를 인지한 날부터 3년 이내 유효하다.
대법원은 이날 민법상 '손해를 인지한 날'은 불법행위를 구체적으로 인식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항 전 대령이 전역 처분 무효 판결이 나기 전까지는 국가배상 청구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몰랐던 터라, 무효 판결 확정 이후부터 소멸 시효를 기산해야 한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