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가 론스타에 약 2800억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이른바 '론스타 판정'에서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 중재판정부가 외환은행 매각과 관련해 론스타가 '먹고 튀었다'를 넘어 '속이고 튀었다'고 본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한국 정부 역시 매각 승인을 보류했기 때문에 양측 동일한 책임이 있다고 봤다.
법무부는 지난달 31일 오전 9시경(한국 시간) 선고된 론스타가 한국 정부를 상대로 2012년에 제기한 국제투자분쟁(ISDS‧Investor-State Dispute Settlement) 사건의 400쪽짜리 판정문을 번역 및 분석해 요지를 정리해 6일 공개했다.
구체적으로 중재판정부는 "2011년 10월 6일 선고된 주가조작 사건 서울고법 파기환송심 유죄 판결로 인한 금융위의 외환은행 주식 매각 명령에 따라 론스타 측은 2012년 5월 18일 이후에는 외환은행의 대주주 지분을 더 이상 보유할 수 없게 됐다"며 "금융당국이 매각가격 인하를 도모할 수 있는 여지를 줬다"고 판단했다.
다만, 한국 금융당국 역시 부당하게 매각 승인을 보류했기 때문에 양측 책임이 동일하다고 봤다.
중재판정부는 "금융당국은 매각가격 인하가 이뤄질 때까지 승인심사를 보류하는 'Wait and See' 정책을 취했고, 이는 정당한 정책적 목적을 위한 것이 아니어서 자의적이고 비합리적"이라며 "한국의 정치인들은 국회에서 금융위원장에게 가격인하가 필요하다고 압박하고, 가격인하 이후에는 성공한 것을 축하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소수의견에는 "가격인하를 위한 '암묵적 압력'에 대해 오직 간접적 정황증거에만 의존하고 있다. 직접증거라고 할 수 있는 하나금융과 금융위 측 증인들은 일관되게 금융당국의 가격인하 개입을 부인했다"며 "론스타가 주가조작 사건의 유죄판결을 받지 않았다면 매각 승인이 보류되지 않았을 것이므로 한국 정부의 책임을 인정할 수 없다"는 내용이 담겼다.
론스타 판정과 관련해 주요 쟁점은 △관할 △금융 △조세 △손해액 등 크게 4가지였다. 중재판정부는 이 중 '금융 쟁점'을 제외하고 대부분 한국 정부 손을 들어줬다.
먼저 관할 쟁점과 관련해 중재판정부는 한-벨기에‧룩셈부르크 투자보장협정이 발효된 2011년 3월 이전의 정부 조치 및 행위에 대해서는 관할이 없다고 봤다. 일부 관할이 있는 조세 청구의 경우에도 우리 정부의 과세처분에 투자보장 협정상 자의적‧차별적 대우가 없었다고 판단했다.
금융 쟁점에서 론스타는 '매각 과정에서 한국 정부가 부당하게 개입해 이익금이 줄어들었다'고 주장했는데, 3명의 중재재판부 중재인 중 2명이 해당 주장을 일부 받아들인 것이다.
론스타는 2003년 외환은행을 1조3834억원에 사들인 뒤 여러 회사와 매각 협상을 벌이다가 2012년 하나금융지주에 3조9157억원에 되팔았다. 당시 매각 협상 과정에서 금융위원회는 심사 기간 내 승인을 결정하지 않거나 승인을 지연했다.
중재판정부는 금융위가 매각 가격이 떨어질 때까지 승인을 지연한 것이 권한 밖 행위라고 봤다. 다만 당시 론스타가 외환카드 주가 조작 사건으로 유죄 판결을 받은 영향도 있다고 보고 론스타 측 책임을 50% 인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