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원장은 6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회계법인 CEO 간담회'가 끝난 뒤 기자들을 만나 "일부 회계법인은 채용이 사실상 불가능할 정도로 인력 충원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같이 설명했다.
이 원장은 "이번 간담회에서도 회계법인 평가 기준과 관련해 시간적 여유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었다"며 "합리적인 의견에 대해서는 충분히 검토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금융당국은 지난 7월 회계사 수와 품질관리업무 인원 비중 등을 바탕으로 하는 감사인군 분류 개선안을 발표한 바 있다. 기존 분류안 대비 품질관리업무 인원 확충이 필요한 개선안이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회계법인을 중심으로 품질관리업무 인원을 채용하기 어려워 연내 기준을 맞추기 어렵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회계부정에 대한 엄벌 의지도 드러냈다.
이 원장은 "중대한 회계부정에 대해서는 사후적발·제재를 엄정하게 실시하되 사전 예방적 회계감독을 강화하겠다"며 "횡령 등 부정행위를 예방·적발할 수 있도록 내부회계관리제도 내실화를 통한 감시·감독 기능 강화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시사했다.
그는 이어 "회계법인이 감사 과정에서 적절하게 사실관계를 확인하지 않아 사고가 발생한다면 강력한 과징금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며 "회계법인은 게이트키퍼다. 문제가 생긴다면 금전적인 부담을 확실히 받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가상자산 관련 회계처리 불확실성 문제에 대해서도 해소 의지를 피력했다. 국제회계기준(IFRS)을 해석·적용하는 과정에서 가상자산 등에 대한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회계법인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신속히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이 원장은 "가상자산 관련 이슈를 선제적으로 파악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회계유관기관 등과 후속 논의를 거쳐 회계·감사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세미나 등을 통해 공론화할 예정"이라며 "신산업 분야 회계 처리 불확실성 해소를 위해 실무협의회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이슈를 발굴하고 감독 지침을 마련하겠다"고 예고했다.
그는 다만 "가상자산에 대해서는 선진국에서도 명확한 회계기준을 세우지 못한 상황"이라며 "독립적으로 기준을 세우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다만 회계 처리 과정에서 투자자들이 알아야 할 정보에 대해서는 주석과 기타 공시사항 등을 통해 공시할 수 있도록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나친 감리기간 장기화와 과도한 감사보수 등 불합리한 업무 관행도 혁신 대상으로 지목됐다.
이 원장은 "감리·조사기간을 원칙적으로 1년으로 한정해 감리기간이 지나치게 장기화하는 것을 방지하겠다"며 "현장에서 피조치자가 체감할 수 있도록 방어권을 보장해 실효적인 피조치자 권익 보호도 실현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지정감사인의 부당행위 방지 등을 위해 지난해 10월 마련한 지정감사인 감독 강화 방안 준수 여부도 철저히 점검할 계획"이라며 "감사보수 등이 과도한 부담이 되지 않도록 피감사 회사와 충분히 협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