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 인사이드] '교통사고 후유증' 극단적 선택...대법 "사고-사망 인과관계 있어"

2022-09-04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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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교통사고로 인한 후유증으로 우울증을 앓다가 극단적 선택을 했다면 사망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교통사고와 사망 사이의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없다는 보험사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A씨가 현대해상을 상대로 제기한 보험금 청구 소송의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4일 밝혔다.
 
◆ 비 내리는 날 차에 갇혀...비 오면 이상증상
판결문에 따르면 A씨는 2017년 9월 비가 내리던 날 운전을 하던 중 고양이를 피하다 가드레일을 들이받았다. 구조될 때까지 차에 갇혀있다 병원에 옮겨진 A씨는 뇌진탕 등으로 10일간 입원했다.

퇴원 후에도 A씨는 사고 후유증으로 그해 11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우울증 치료를 받았다. 치료 후 호전되긴 했지만, 비가 오면 몸이 떨린다거나 자다가 이상행동을 하는 등 후유증을 호소했다.

2018년 5월 A씨의 남편도 갑작스럽게 교통사고를 당해 입원하게 되면서 A씨는 그의 병원 화장실에서 극단적 선택을 했다. A씨의 아들은 현대해상에 보험금 지급을 신청했지만 거부당하자 A씨에 대한 교통상해사망 보험금 1억원을 지급하라며 보험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 "사고-사망 인과관계 없어" vs "교통사고로 우울증 발생"
보험사는 A씨의 사망과 우울증 사이의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없다며 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주장했다. A씨와 보험사와의 보험계약에는 '교통사고로 발생한 상해의 직접 결과로 사망한 경우' 보험금을 지급하는 특약이 포함돼 있었다.

1심 법원은 A씨 아들의 주장을 받아들여 보험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A씨가 사고 전 정신과 치료를 받은 기록이 없다는 점 등에 비춰 교통사고와 우울증 사이 인과관계가 있고 이로 인해 사망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본 것이다.

하지만 항소심은 보험사의 손을 들어줬다. 항소심 재판부는 교통사고로 우울증이 생기긴 했지만, 사망에 이르게 된 건 A씨의 자유 의지에 따른 행동이지 우울증과는 관계가 없다고 봤다. A씨 아들은 이에 불복해 상고를 제기했다.

대법원은 항소심 판단을 파기하고 재판을 다시 해야 한다는 취지로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에 돌려보냈다. A씨가 교통사고로 인해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와 우울증을 앓게 됐고, 완치되지 않은 상태에서 '남편의 교통사고'나 '비 오는 날씨' 등 사고 당일을 떠오르게 하는 상황을 맞닥뜨렸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사실관계에 더해 A씨가 사고 이전에는 정신질환을 겪거나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지 않았다는 점을 보태어 보면 A씨가 교통사고로 인한 상해의 직접 결과로 사망했다고 추단하기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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