넉넉한 노후생활의 안전판 역할을 하는 퇴직연금 시장이 커지며 연금 유형별 수익률을 둘러싼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지난해에는 활황세를 보인 증시에 힘입어 증권사의 개인형퇴직연금(IRP) 바람이 불었다. 이는 평균 10%를 웃도는 수익률 덕분이었다. 하지만 1년 만에 증권사 개인형 IRP가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는 등 굴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2분기 증권사 개인형 IRP 단기 수익률(1년)은 -6%를 기록했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증시 상승세에 힘입어 증권사 개인형 IRP가 평균 10.02%의 압도적인 수익률을 기록했지만 장기수익률은 정반대의 모습이다. 실제 △3년 4.88% △5년 2.92% △7년 2.46% △10년 2.7%로 기간이 누적될수록 오히려 낙폭이 커지는 모습이다.
DB형은 올 2분기 단기 수익률이 0.67%로 증권사 퇴직연금 상품 중 가까스로 마이너스 수익률을 면한 수준이지만, 기간별 수익률을 살펴보면 △3년 2.01% △5년 1.84% △7년 1.93% △10년 2.44% 등으로 변동폭이 적은 모습이다.
DC형은 개인형 IRP와 마찬가지로 -5.15%로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기간별 수익률을 따져보면 △3년 4.77% △5년 3.40% △7년 2.92% △10년 3.34% 등으로 기간이 누적될수록 양호한 수익률을 기록했다.
실제 개인고객의 수익금액을 따져보면 차이점이 더 명확히 드러난다. 퇴직연금 계좌에 1000만원을 넣은 고객의 유형별 수익금을 기간별로 살펴보면 DB형의 경우 △1년 6만7000원 △3년 20만1000원 △5년 18만4000원 △7년 19만3000원 △10년 24만4000원 등이다.
이어 DC형은 △1년 -51만5000원 △3년 47만70000원 △5년 34만원 △7년 29만2000원 △10년 33만4000원이다., 반면 IRP형은 △1년 -60만원 △3년 48만9000원 △5년 31만6000원 △7년 26만7000원 △10년 29만2000원 등으로 증시 환경을 고려할 때 장기 수익률은 비슷하게 수렴되거나 DC형과 비교했을 때 더 줄어든다.
특히 개인별 편차를 배제한 평균치를 따져보면 DB형의 경우 17만7800원, DC형의 경우 18만5600원, 개인형 IRP는 15만2800원이다. DC형의 평균 수익금이 가장 높고 고수익이 장점인 IRP의 수익은 가장 줄어든다.
증권사들도 개인형 IRP 수익률이 악화되자 당황한 기색이다. 과거 증권사들은 개인형 IRP 신규 및 타사이전 고객들을 상대로 수수료를 면제해주는 등 공격적으로 고객을 모집했다. 하지만 1년 만에 증시 부진으로 인해 개인형 IRP 수익률이 역성장하며 고객이탈 우려가 높아진 상황이다.
증권사 관계자는 “퇴직연금은 수수료를 제외하면 사실상 회사에 이익이 나지 않는 상품”이라며 “이익이 나지 않더라도 퇴직연금 고객이 자연스레 자사 금융상품 활용도가 높아질 수 있기 때문에 시너지를 보고 적극적으로 모집해왔다”고 설명했다.
이익을 포기하고도 개인형 IRP 고객을 모집했던 증권사들은 다른 유형의 퇴직연금 상품을 내세워 고객 유출 방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불확실성이 높아진 시장에서 DC형의 수요가 많아질 것으로 예상하며 다양한 라인업을 갖춘 상품을 선보이는 중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증권사 퇴직연금 상품은 타 업권보다 유연한 투자포트폴리오를 가질 수 있다”며 “투자자에게도 당장의 손실보다는 중장기적 수익률을 높일 수 있는 안목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