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길 막힌 전기차]"中 이어 美까지 무역장벽"…윤 정부 통상외교력 시험대

2022-08-29 15:59
  • 글자크기 설정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9일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발효로 현지에서 전기차 시장 점유율을 높여가던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역풍을 맞게 됐다. 전기차 보조금 혜택과 배터리 원자재 사용 의무 등을 담고 있는 IRA가 유예기간 없이 시행되는 등 개별 기업의 대응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윤석열 정부의 통상외교력도 시험대에 올랐다. 

29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이달 16일 미국 현지서 발효된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따라 내년부터는 북미에서 조립된 전기차에만 보조금이 지급된다. 현대기아차는 미국에서 19종의 전기차를 판매하고 있지만 전량 국내에서 만들어 수출하는 모델로, 아직 현지 생산 기반이 없어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된다.

중국에 이어 미국마저 자국 산업 육성을 위한 보호주의 카드를 꺼내들면서 정부와 업계도 당황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내연기관차보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싼 전기차는 정부 보조금이 판매에 결정적인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정부는 IRA와 관련해 통상규범 위배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미국 측에 우리 업계의 우려와 국내 여론 등을 전달한다는 대응 전략을 세웠다. 이를 위해 29일 각부처 국장급으로 구성된 정부 대표단을 미국에 파견해 무역대표부(USTR), 재무부, 상무부 등 미국 행정부 주요 기관과 의회에 이 같은 사항을 전달할 계획이다. 

이와 별도로 WTO 제소도 검토한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이날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 'IRA가 한미 FTA나 WTO 규정을 위반한 것인가"라는 더불어민주당 김한정 의원 질의에 "위반 소지가 높고 필요한 경우 WTO 제소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이 장관은 "한·미 FTA 규정상 (문제 제기를 위해) 한·미 FTA나 WTO 절차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돼 있다"며 "두 개를 잘 비교해 봐야하지만 WTO(제소)로 가면 같은 입장인 일본, EU(유럽연합) 국가들과 공조가 가능한 면은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WTO 제소의 경우 실효성이 높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2019년부터 WTO 상소기구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조정에만 몇 년이 걸릴 수 있는 WTO 제소는 외교적 마찰까지 야기할 수 있어 기업들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중국과 미국이 차별적 보조금 정책을 도입하면서 우리나라도 보조금 지급 기준을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각국이 자국 전기차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보조금 정책을 수단으로 활용하면서 우리도 국산차와 수입 전기차에 보조금을 차등 지급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중국·미국과 달리 수출이 경제의 근간이 되는 우리나라 입장에서 또 다른 비관세 무역 장벽을 세우는 것은 또 다른 산업 분야에서 피해를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하늘 국제법질서연구소 대표는 "과거 전세계적인 자유무역 기조에서는 각국이 보조금 정책과 전략산업 육성을 드러내지 않으려 했지만 이제는 중국이나 미국도 대놓고 추진하는 상황"이라며 "우리도 자유무역 기조는 내려놓는 게 좋겠지만 무역장벽을 세우는 부분은 자승자박이 될 수 있기에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정부는 30일  안덕근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 주재로 통상추진위원회를 열고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따른 대응 방안을 모색한다. 현재 현대차 등이 미국 내 전기차 생산을 위한 투자에 나서고 있는 만큼 미국 측에 유예기간 등이 포함된 법 개정과 완화를 요구하는 방안이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