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현지시간) 영국 BBC에 따르면 미국 해군이 이날 성명을 내고 미사일 순양함 챈슬러스빌호와 앤티넘호 2척이 국제법에 따라 공해상의 항행과 상공 비행의 자유가 적용되는 대만해협을 통과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해군은 "대만해협 통과는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에 대한 미국의 헌신을 보여준다"며 "미군은 국제법이 허용하는 한 어디서든 비행하고 항해하며 작전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작전은 낸시 펠로시 하원 의장의 대만 방문에 따라 미·중 긴장이 고조된 이후 처음이라고 BBC가 전했다. 앞서 펠로시 의장은 아시아를 순방 중이던 지난 2일 대만을 방문해 하루를 묵고 3일 떠난 바 있다.
미국 순양함이 대만해협을 통과하자 중국이 즉각 맞섰다. 대만 국방부는 이날 오후 5시 현재까지 중국군 군용기 23대와 군함 8대가 대만 인근에서 포착됐다고 밝혔다.
대만을 관할하는 중국 인민해방군 동부전구 스이(施毅) 대변인은 이날 오후 위챗 공식 계정을 통해 "미국 앤티넘과 챈슬러빌 순양함이 대만해협을 통과하며 노골적으로 화제를 만들었다"며 "동부전구는 미국 군함의 전 과정을 감시하고 경계했다"고 발표했다. 이어 그는 "동부전구 모든 부대가 고도의 경계태세를 유지하며 언제든 어떤 도발도 좌절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 관영 매체들도 미국 군함의 대만해협 통과 소식을 잇달아 보도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후시진(胡錫進) 전 환구시보 편집인은 본인 웨이보를 통해 "지난 2012년 이래 미국 군함이 대만해협을 통과한 것은 이미 100여 차례"라며 "미국 측이 매번 중국에 '도발'함으로써 대만 당국과 지역 동맹국들을 안심시키고 대륙의 군사적 압박에 밀리지 않는다는 것을 알리려고 하고 있지만 미국 군함의 대만해협 통과는 더 이상 대륙에 대한 어떠한 억지력도 가질 수 없다"고 지적했다.
대만을 자국 영토로 여기는 중국은 대만해협 전체가 중국 영해라고 주장하지만, 미국은 해협 대부분은 어느 나라의 선박도 항행할 수 있는 공해라고 맞서고 있다. 대만해협 중간선은 1955년 군사적 충돌을 막기 위해 미국이 그은 경계선이다. 중국과 대만도 협정 등을 통해 공식 인정한 적은 없지만, 실질적인 경계선으로 여겨졌다.
중국은 전임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와 갈등이 고조된 2020년 수십 차례에 걸쳐 군용기를 중간선 너머까지 보냈지만, 조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한 작년부터는 도발을 자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펠로시 의장의 방문 이후 중국 군용기와 군함이 연일 대만해협 중간선을 넘나들면서 중국이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을 명분 삼아 대만해협 중간선 무력화를 포함한 '뉴노멀(새로운 기준)'을 만들려고 한다는 관측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