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불어난 은행 예·적금 규모가 68조원 수준으로 나타났다. 주식 등 자산 시장이 부진한 가운데 여신(예금) 금리가 오르면서 주요 시중은행 정기 예·적금에 돈이 몰리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행이 사상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4회 연속 인상함에 따라 은행들도 예·적금 금리를 올리는 추세여서 시중 자금이 은행으로 되돌아오는 '역(逆)머니무브'가 빨라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역머니무브는 시중자금이 증시 등 위험자산에서 빠져 은행 등 안전한 투자처로 이동하는 현상을 말한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정기예금 잔액은 지난 25일 기준 718조8970억원으로 7월 말보다 6조4479억원 늘었다. 같은 기간 정기적금도 38조1167억원에서 38조7838억원으로 6671억원 증가했다. 이달 들어 5대 은행 정기 예·적금에만 7조1150억원이 새로 흘러들어간 셈이다.
은행권은 이런 추세가 적어도 연말까지는 이어질 것으로 본다. 시장에서는 기준금리가 연내 0.25%∼0.50%포인트 더 인상되고, 예금금리도 그만큼 더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한은이 사상 처음으로 빅 스텝(한번에 기준금리 0.50%포인트 인상)을 단행하자 주요 시중은행들은 예·적금 금리를 일제히 0.50∼0.90%포인트 올렸다. 이에 지난달에만 5대 은행 정기 예·적금이 28조56억원(722조5602억원→750조5658억원)이나 불었다.
지난 25일에도 한은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렸고, 은행들도 기준금리 인상 폭을 웃도는 최대 0.50%포인트까지 예·적금 금리를 상향 조정했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8월 기준금리를 반영한 예·적금 금리 인상 효과가 이번 주부터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이라며 "연말 기준금리가 2.75∼3.00% 수준까지 더 오를 것이 확실시되는 만큼 예·적금 금리 상승과 잔액 증가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미 예·적금에 가입한 금융 소비자들은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지금이라도 기존 예·적금을 해지하고 금리가 더 높은 새 상품으로 갈아타는 것이 나은지, 아니면 유지하는 것이 나은지 판단하기 어려워서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만기까지 3개월도 채 남지 않았다면 다른 상품이 더 높은 금리를 제공하더라도 기다리라고 조언한다. 정기예금을 중도 해지하면 통상 납입 기간에 따라 이자율을 기본금리(우대금리 제외) 대비 50∼80%만 적용하기 때문이다.
가입한 지 3개월이 지나지 않았다면 중도 해지하고 다른 상품에 가입하는 편이 낫다고 전문가들은 권한다. 한 시중은행 WM(자산 매니저) 전문위원은 "중도해지 이자율이 적용돼 다소 손해를 본다고 해도 3개월 이내하면 이자율이 더 높은 다른 상품으로 갈아타는 것이 나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