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출발기금] 허들 높이고 깐깐심사 예고했지만...'빚 탕감 유혹' 우려는 여전

2022-08-28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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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은행 상담창구. [사진=연합뉴스]


금융당국이 빚탕감 논란을 빚은 새출발기금 시행 과정에서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를 막기 위해 소득과 재산에 대한 심사를 강화해 고의 연체차주는 구제하지 않겠다고 못을 박았다. 채무조정 후라도 허위서류나 은닉재산이 파악되면 즉각 지원을 취소한다고도 했다. 하지만, 채무 탕감을 받기 위해 고의로 연체를 늘리거나 재산을 숨긴 차주들을 시스템이 잘 걸러낼 수 있을지에 대해선 우려의 목소리가 여전하다. 
 
28일 발표된 새출발기금 최종안에 따르면, 금융위는 ‘연체차주 빚 탕감’을 둘러싼 그간의 지적을 의식한 듯, 제도 곳곳에 도덕적 해이 방지 장치를 보완해 마련했다. 대출을 받은 지 6개월이 지나지 않은 신규대출이나 부동산임대업 등 특정 업종에 대해서는 신청을 제한했다. 부실우려차주 요건인 '신용평점 하위차주 또는 고의성 없이 상당기간 연체가 발생한 경우'에 대한 세부적인 판단기준도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이로 인해 차주 스스로가 지원대상 여부를 판단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되자, 금융당국은 “신용평점 하위 몇 %가 기준이라고 공표를 하면 본인 점수를 그에 맞춰 고의적으로 조정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그 자체를 공개하지 않고 플랫폼 접속을 통해 대상 여부를 파악할 수 있도록 한 것”이라며 “현재 표준화된 모델을 만들고 있는데 이를 공개하지 않는 것이 맞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당국은 또한 새출발기금 신청자격에 맞추기 위해 일부러 대출을 갚지 않거나 고액자산가가 소규모 채무 감면을 받으려는 시도 등을 감안해 채무조정 거절요건을 마련하고, 소득과 재산에 대해 ‘질적심사’를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쉽게 말해, 서류 상 형식적인 요건을 갖췄더라도 실제 채무조정을 거부할 수 있도록 장치를 둔 것이다. 또, 허위서류 제출이나 고의 연체 사실이 뒤늦게 확인된 경우에는 채무조정을 즉각 무효화하기로 했다. 채무조정 시행 시엔 2년간 채무조정 이용 사실을 공공정보로 등록하는 등 신용페널티(불이익)를 부여한다는 방침도 세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당 제도를 둘러싼 우려는 여전하다. 기존 연체 상황을 일부러 악화시켜 더 높은 감면 혜택을 받거나 재산은닉 등을 통해 빚 탕감을 받으려는 사례가 충분히 시도될 수 있는 만큼, 이를 시스템적으로 얼마나 걸러낼 수 있을 지가 관건으로 꼽힌다. 또한 30~90일 연체차주에 대한 조정금리가 최대 4%대로 책정된 만큼 성실상환자와의 역차별 불씨도 여전하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고의 연체자에 대해서는 심사 과정에서 거절한다는 것이 당국 방침이지만, 그에 대한 판단을 어떻게 정교하게 할 수 있을지는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며 “고의 연체자에 대한 채무조정 심사를 사각지대 없이 철저히 해 성실상환 고객에 대한 역차별을 방지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이와 함께 기존 신복위 채무조정 및 파산 제도와 새출발기금을 둘러싼 이용자 혼란 가능성도 제기된다. 일부 차주의 경우 개인별 대출 상황 등에 따라 기존 제도가 오히려 더 유리할 수 있어서다. 금융위 역시 “경우에 따라서는 기존 프로그램이 더 나을 수도 있다”면서 “상환능력을 상당히 상실했거나 과다부채일 경우에는 법원으로 가서 채무조정을 하거나 더 나아가 파산을 하면 100%까지도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금융위는 다만 정책적인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10월 새출발기금 콜센터 운영 등을 통해 지원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변제호 금융위 금융정책과장은 “현재 신복위에서도 상담사들이 개별 차주 채무조정에 대한 상담을 해주고 있다”면서 “개인 차주들이 자신에게 유리한 프로그램을 직접 판단하기 쉽지 않은 만큼 창구에서 확인해드릴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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