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 당국과 감염병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10월~11월께 코로나19 ‘7차 유행’이 나타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고작 2~3개월 시차를 두고 재유행 국면에 진입하는 데다, 인플루엔자(독감)까지 동시에 유행하는 ‘트윈데믹’(twindemic) 우려가 높아지면서, 국내 코로나 치료제 개발에 다시 주목도가 높아지고 있다.
25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현대바이오, 신풍제약, 일동제약, 대원제약, 진원생명과학 등이 코로나19 치료제 임상을 진행 중이다.
아울러 현대바이오는 해당 치료제 긴급사용승인 신청에도 속도를 낸다. 회사는 월 20만명분의 'CP-COV03'를 생산하기 위해 전용 제조설비 15대를 발주 완료했고, 일부 설비는 이미 납품을 받아 조립 중이다.
신풍제약은 말라리아 치료제로 개발했던 ‘피라맥스’를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하고 있다. 지난 6월 식약처로부터 임상 2상 시험승인 허가를 받았고, 이달 임상 대상자 모집을 완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국내 임상 2상은 오미크론 변이에 대한 피라맥스의 효능을 확인하기 위한 것으로 임상 종료 시점은 내년 6월로 예상된다. 이외에 델타 변이에 맞춰 진행되는 치료제의 국내외 임상 3상도 진행중이다.
일동제약은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로부터 일본 시오노기제약과 공동개발 중인 먹는 코로나19 치료제 조코바(S-217622)에 대한 임상 2/3상 시험계획 변경을 승인 받았다.
변경안은 경증·중등증 환자 수를 1785명에서 1590명으로 줄이고 실시 기간을 올해 7월까지에서 9월까지로 늘리는 내용이다. 조코바는 현재 임상 3상의 시험 투여가 완료됐으며, 일본 후생노동성은 오는 9월에 나오는 3상 결과를 반영해 승인을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일동제약 관계자는 “이번 변경은 임상 종료 시점에서 처음 계획과 달라진 부분을 수정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대원제약은 고지질혈증 치료제 ‘티지페논’을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하기 위해 국내 임상 2상을 진행하고 있다. 진원생명과학은 과면역 반응을 억제하는 면역조절제인 ‘GLS-1027’을 코로나19 감염증 경구용 치료제로 개발하고 있다. 지난 6월 글로벌 임상 2상 시험대상자 등록을 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하반기 감염자가 급속히 증가할 것으로 예고되면서 치료제 개발에 다시 관심이 높다”면서 “다만 임상 3상은 1000명 단위로 대상 환자 수가 많아 1·2상보다 까다롭고 시간도 오래 걸리는데 유행 시기가 지나가면 또 어떻게 국면이 바뀔지 모른다”고 봤다.
그러면서 “올해 출시가 가능할지 당장 기약이 없는 데다, 글로벌 제약사에서 들여온 먹는 치료제(팍스로비드, 라게브리오) 처방률도 높은 편이 아니라 향후 어떻게 사용될지 역시 미지수”라고 말했다.
앞서 코로나19 팬데믹과 함께 치료제 개발을 선언했던 기업은 20여 곳에 달했다. 이후 개발비에 대한 부담이나 시장성이 낮다는 평가 등을 이유로 대웅제약, 제넥신, HK이노엔은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중단을 선언한 바 있다.
이에 전문가들 사이에선 정부의 투자 문제를 공론화하기도 했다.
정기석 국가감염병 위기대응 자문위원회 위원장은 최근 우리나라 백신과 치료제 개발과 관련해 “후진국”이라고 지적하면서 “전체 예산 중 연구·개발(R&D) 예산이 20조원이 넘어가는 나라에서 왜 이렇게 개발을 못 한 것인가에 대해 심각하게 반성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정 위원장은 현재 기업들의 치료제 개발 상황에 대해서는 “당장 눈에 띄게 기대되는 국내 기업은 없다”면서도 “올해 치료제 개발 완료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이고 향후 일정도 장담할 수 없지만, 코로나는 계속될 것이기 때문에 제대로 된 국산 치료제가 꼭 나와야 한다. 특히 가격 경쟁력을 갖춘다면 늦더라도 활용도는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