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국세청은 지난달 말부터 현재까지 애경산업을 상대로 특별(비정기) 세무조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애경그룹은 그간 지주사 위에 지배회사가 있는 옥상옥 구조로 관계사들을 통해 오너 일가 배를 불린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애경산업은 지주사인 AK홀딩스와 오너 일가가 지분 100%를 보유한 애경자산관리 등 특수관계자가 63.13%를 소유한 기업이다.
애경산업은 애경자산관리에 해마다 수수료 비용과 고정자산 구입, 배당금 명목으로 40억~50억원에 달하는 비용을 지급해왔다.
수수료 비용 등 애경자산관리가 애경산업을 통해 거둔 매출은 2018년 39억원, 2019년 54억원, 2020년 53억원, 2021년 39억원 등이었다.
이 가운데 애경산업은 애경자산관리에 배당금으로 지난해 9억5000만원, 2020년 21억원, 2019년 27억원, 2018년 28억원을 지급했다.
애경자산관리는 애경산업뿐 아니라 에이케이에스앤디, 제주항공 등 그룹 관계사들을 대사응로 매년 수백억 원대 매출을 올렸다. 지난해엔 에이케이에스앤디 133억원, 제주항공 179억원 등 총 425억원을 거뒀다.
이어 2020년과 2019년엔 각각 354억원, 355억원을 올렸고, 2019년에는 내부거래 비율이 70%에 달했다.
애경자산관리는 최근 5년 새 사명을 두 번이나 바꿨다. 2018년 10월 오너 일가가 사재를 출자해 만든 SI(System Integration·시스템 통합)사인 에이케이아이에스와 합병한 후 이름을 애경유지공업에서 에이케이아이에스로 변경했다. 이어 지난해 10월 현재 사명으로 바꿨다.
애경자산관리가 사명을 연이어 바꾼 데 대해 관련 업계는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 사익편취 규제 대상에 포함되면서 총수 일가 회사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 논란이 확산하자 이를 진화하기 위한 일종의 ‘요령’으로 해석하고 있다.
앞서 2020년 11월 공정위는 2020년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현황 분석 결과 에이케이아이에스(현 애경자산관리)와 애경개발 등이 공정거래법상 사익편취 규제 대상 기업이라고 밝혔다.
이번 국세청 세무조사가 애경그룹에는 가습기 살균제 사태 및 애경 2세들과 관련된 오너 리스크와는 또 다른 커다란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일각에서 나온다.
코로나19 사태 발발 이전 최악의 사회적 대참사로 불리는 가습기 살균제 사태에 대해 채 부회장을 비롯한 애경그룹 오너 일가가 미온적으로 대응했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특히 둘째인 채동석 애경산업 부회장은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와 전화 통화하면서 신분을 속인 사실이 알려지면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지난해엔 장 회장 셋째 아들인 채승석 애경개발 전 대표는 마약류인 프로포폴 투약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결국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한편 최근 애경그룹이 채형석 AK홀딩스 부회장의 셋째 자녀이자 장남인 채정균씨를 후계자로 세우는 3세 승계 작업에 시동을 걸고 있다는 시각이 나온다.
앞서 지난해 9월 채정균씨는 장내 매수로 AK홀딩스 주식 3만7706주를 취득했다. 당시 정균씨가 매입한 주식은 약 8억원 규모로, 정균씨 보유 주식은 기존 27만여 주에서 30만8314주로 증가했고 지분율도 2.33%로 늘어 애경그룹 3세 중 가장 많은 지분을 보유하게 됐다.
이에 앞서 채형석 AK홀딩스 부회장은 2020년 9월 정균씨에게 AK홀딩스 지분 25만주를 증여한 바 있다. 또한 장 회장은 2016년 7월 손자·손녀 7명에게 AK홀딩스 주식 일부를 증여할 당시 정균씨에게만 다른 손주들보다 6000주 정도 더 많은 주식을 증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