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안 사면 어쩌나?"…일본 식품기업 가격인상 주저

2022-08-22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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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인플레이션에도 불구하고 일본 식품 업계는 제 살 깎기식 영업이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제품 생산 비용이 올라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나친 경쟁 구조 속에서 제대로 가격 인상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니혼게이자이(닛케이)는 22일 판매시점정보관리(POS) 데이터를 기반으로 조사한 결과 지난달 기준으로 16개 품목 중 5개 품목이 앞서 발표한 가격 인상치보다 낮은 가격에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기업들이 원가 상승을 이유로 가격 인상을 선언하기는 했지만, 치열한 가격 경쟁과 판매 감소 우려 등을 이유로 당초 선언한 폭보다 적게 가격을 올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나우캐스트는 1~5월에 가격 인상을 선언했던 식료품 16개 품목의 동향을 조사했다. 기업이 공표한 가격 인상폭과 7월 실제 매장 판매가격의 전년 대비 인상폭을 비교한 것이다. 이 중 5개 품목은 연초에 선언한 인상폭만큼 가격을 올리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햄과 베이컨, 소시지 등 제조기업 중 주요 4개 회사가 지난 2~3월 4~15%의 가격 인상을 공표했다. 그러나 매장에서 판매되는 가격의 경우 햄·베이컨이 1.8%, 소시지가 2.4% 인상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치즈류, 카레 등 품목도 마찬가지다. 그나마 실제 판매 가격이 앞서 기업들이 내놓았던 가격 인상 목표치의 평균을 넘어선 것은 마요네즈, 식빵, 과자 빵·찐빵의 3개 품목에 불과했다. 

일부 대기업의 독과점이 이뤄진 제품군의 경우 가격 인상이 원만하게 이뤄졌다. 매장 가격이 13.5% 오른 마요네즈가 대표적이다. 일본에서는 마요네즈의 경우 큐피의 시장점유율이 67.6%를 차지하고 있다. 큐피는 2021년 7월에 이어 2022년 3월에도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닛케이는 "임금 인상 둔화로 가계의 구매력은 여전히 낮은 가운데, 가격 인상이 이뤄지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고 있다"면서 "식품업계의 과당경쟁도 심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독점 기업이 없이 시장점유율이 비슷한 기업들이 경쟁하는 햄·베이컨과 같은 품목은 가격 인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닛케이는 "식품 부문의 경우 경쟁이 지나치게 심각해 하반기에도 가격을 인상할 수 있을지 여부가 불투명하다"면서 "소규모 기업이 저가 경쟁을 벌이는 식품업계의 구조는 디플레이션 압력이 높은 일본 경제의 축소판이라고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원자재 및 연료 부족 현상은 계속되고 있다"면서 "기업들이 원가 인상분을 적정하게 제품 가격에 전가하지 못할 경우, 성장을 위한 상품 개발이나 임금 인상 여력이 부족해지며, 이런 상황이 장기화하면 생존을 위한 산업계 재편이 진행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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