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모기지 금리 급등에 비은행권 줄도산 우려

2022-08-22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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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캘리포니아 모습 [사진=AFP·연합뉴스]


미국 모기지(주택담보대출) 금리 급등으로 비은행권 금융기관들이 줄도산 위험에 처했다는 경고가 나왔다. 주택 거품이 터졌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부동산 위기가 다시 올 수 있다는 분석이다.
 
21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세계 최대 채권 운용회사 핌코(PIMCO)가 관리하는 퍼스트 개런티가 지난 6월 법원에 파산 신청을 했다. 퍼스트 개런티는 금리 급등으로 신규 대출 수요가 급감하면서 회사를 운영하기 위한 자금을 확보할 수 없었다. 자금 조달 어려움으로 인해 직원 471명을 해고해야 할 정도였다.
 
대출 기관인 스프라우트 모기지 역시 7월 초 영업을 중단했다. 퍼스트 개런티가 파산 신청을 한 지 약 2주 만에 또 다른 기관이 문을 닫게 된 것이다.
 
이 두 기관의 공통점은 Non-QM(비-QM) 모기지 대출 기관이라는 점이다. Non-QM 모기지 대출이란 일반적인 대출과 달리 소득을 증명할 수 없는 저신용 차주나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대출을 말한다.
 
이들 기관은 모기지 금리가 급등하면서 신규 대출 수요 급감에 시달렸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올해 금리를 2.25%포인트(p) 인상하며 30년 만기 미국 모기지 금리가 5%를 넘기는 등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에 근접했다. 모기지은행가협회(MBA)에 따르면 올해 전체 모기지 신청 건수는 작년 동기 대비 50% 넘게 급감했다.
 
미국 UC버클리 하스 경영대학의 연구원인 낸시 월러스는 “비은행권은 자본이 부족하다”며 “모기지 시장이 침체할 경우 그들(비은행권)은 곤경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 블룸버그통신에 말했다.
 
모기지 위기는 비은행권을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다. 월가의 주요 대형 기관들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모기지 사업에서 손을 뗐기 때문이다. 미국 규제 당국이 은행권에 모기지 사업에 보수적으로 나서도록 지도한 영향이다. 미국 모기지 업계 큰손인 웰스파고는 당국 규제로 인해 모기지 부문에서 철수하는 안을 고려 중이다.
 
이에 따라 모기지 수요가 비은행권으로 몰렸다. 렌딩패턴스닷컴에 따르면 2004년에는 기존 모기지 상황을 위한 리파이낸싱(재융자) 대상 상위 20개 대출 기관 가운데 약 3분의 1만이 독립 모기지론 업자 등 비은행 대출업자였으나, 작년에는 이 비중이 3분의 2로 올라섰다. 또한 데이터 제공업체인 인사이드 모기지 파이낸스에 따르면 2016년 이후 은행의 모기지 시장 점유율은 절반에서 약 3분의 1로 줄었다.

블룸버그통신은 “스프라우트 모기지나 퍼스트 개런티 모기지 등 비은행권은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없는 수 없는 고위험 대출에 특화돼 있다”고 전했다.
 
주요 대형 은행들이 모기지 사업에서 철수한 덕분에 글로벌 금융위기 때 발생한 금융 시스템 붕괴가 또다시 일어나지는 않을 것이란 의견이 중론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금융 산업에서 정리해고가 급증하거나 비은행권의 파산이 확산할 수 있다고 봤다. 비은행권은 은행과 달리 위기 시 자금을 조달할 긴급 프로그램이 없거나 안정적인 예금 자금이 없는 경우가 태반이어서다. 특히 일부 기관들이 대출 금리를 급격하게 올리는 식으로 위기에 대응해, 차주들이 상환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연준은 일반적으로 회복 가능성이 있는 기관에만 긴급 자금 조달을 제공한다”며 “글로벌 금융위기 시절 수백 개에 달하는 은행과 비은행들이 파산한 바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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