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외환 건전성의 척도를 나타내는 단기외채비율이 41.9%로 1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외환당국이 올해 2분기중 1300원대로 치솟은 원·달러 환율을 안정시키기 위해 달러화를 순매도하면서 외환보유액이 줄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18일 발표한 ‘2022년 2분기 국제투자대조표(잠정)’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우리나라의 순대외금융자산 잔액은 전분기 말 대비 481억달러 늘어난 7441억달러로 집계됐다. 역대 최대치다. 순대외금융자산은 거주자의 해외투자를 포함한 ‘대외금융자산’에서 외국인의 국내투자로 분류되는 ‘대외금융부채’를 뺀 것으로, 한 나라의 대외지급능력을 의미한다.
구체적으로 거주자의 증권투자는 글로벌 주가 하락, 미 달러화 대비 주요국 통화가치 하락 등 비거래 요인의 영향으로 684억달러 줄었다. 사상 최대 감소폭이다. 직접투자는 8억달러 감소했다.
대외금융부채는 1조3794억달러로, 전분기말 대비 1139억달러 줄었다. 이 역시 사상 최대 감소폭이다. 국내 주가 하락, 미 달러화 대비 원화 가치 하락 등에 따라 외국인의 증권투자가 1378억달러 축소된 영향이다.
지난 6월말 기준 대외채권에서 대외채무를 뺀 순대외채권은 3861억달러로 전분기 말 대비 396억달러 감소했다. 대외채권(1조482억달러)은 중앙은행의 준비자산과 부채성증권을 중심으로 317억달러 줄어든 반면, 대외채무(6620억달러)는 예금취급기관의 차입금 증가에 힘입어 79억달러 늘면서 사상 최대치를 나타냈다.
이 기간 단기외채는 89억달러 늘었다. 단기외채의 경우 예금취급기관의 차입금(132억달러)에 힘입어 증가했다고 한국은행은 설명했다. 이에 대외채무 대비 단기외채를 의미하는 단기외채 비중은 27.8%로 전분기 말 대비 1.0%포인트(p) 상승했다.
준비자산(외환보유액) 대비 단기외채 비중인 단기외채비율은 같은 기간 3.7%p 오른 41.9%를 기록했다. 단기외채비율이 40% 넘어선 것은 2012년 3분기 이후 처음이다. 올해 2분기 원·달러 환율이 1300원을 넘어 가파르게 치솟자, 외환당국이 환율 방어를 위해 달러화를 순매도하면서 외환보유액이 줄어든 영향이 컸다.
한은은 다만 현 단기외채비율이 위험한 수준은 아니며, 대외 지급 여력이 여전히 양호해 국내 대외 신인도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유복근 한은 경제통계국 국외투자통계팀장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78.4%)와 비교하면 현 단기외채비율은 낮은 수준"이라며 "외환보유액 감소에 따른 준비자산 감소는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주요 신흥국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