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수교 30주년 인사이트] 한·중 무역의존도, 중국은 무엇을 우려하나

2022-08-1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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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중국에 대해 잘못 알려진 게 참 많다. 흔히 "네 발 달린 것은 책상, 날아다니는 것은 비행기 빼고 다 먹는다"는 말이 있다. 과연 그럴까? 우리가 평소 즐겨 찾는 음식 중에는 중국에선 잘 먹지 않는 것도 얼마든지 있다. 사실 '책상과 비행기' 이야기는 음식 재료 수보다는 조리 방법이 발달해 있다는 비유법에 가깝다. '음식 천국' 중국은 그렇게 널리 왜곡된 측면이 있다.

'세계의 공장'으로서 중국 상황은 어떤가? 거의 모든 원자재와 부품을 수월하게 조달할 수 있는가? 그렇지 않다. 미·중 무역전쟁, 코로나19 팬데믹,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발목을 단단히 잡고 있다. 다른 나라처럼 중국도 공급망 쇼크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 정부와 기업은 원자재 확보에 비상이다. 지난해 11월 중국공산당 정치국 회의에서는 하이테크·에너지·식량 등 3대 공급망 확보 문제를 국가 안전 전략 차원에서 다루기도 했다.

'지대물박(地大物博)'의 나라, 중국은 땅이 넓고 생산물이 풍부하지만 주요 원자재의 대외 의존도가 품목별로 매우 높다. 중국 유명 증권사인 초상증권 보고서(2022)에 잘 드러난다. 보고서가 1200여 개 품목을 조사한 결과(2022)에 따르면 원유와 액화천연가스의 수입의존도가 각각 72.3%와 83.7%에 달한다. 대두와 보리는 각각 81.0%와 78.4%를 수입에 의존한다. 동(92.9%), 망간(95.9%), 크롬(95%) 등 금속은 90% 이상이다.

산업 생산에 필수적인 이들 품목은 당장 공급에 이상이 생기면 중국 거시경제에 타격이 되고 물가에도 영향을 미친다. 대두는 중국에서 육류 가운데 소비량이 가장 많은 돼지 사료로 사용되는 핵심 전략물자다. 그런데 중국 내 생산량이 부족해 수입에 의존하지 않을 수 없다. 수입 경기에 문제가 생겨 대두와 돼지고기 가격이 폭등하면 이른바 '피그플레이션(pigflation)'이 발생해 경제에 경고등이 켜진다.

보고서는 대두와 신재생에너지 영역은 중국 정부의 꾸준한 증산 노력에 힘입어 국산화 대체율이 점차 높아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원유·천연가스·보리·원목과 펄프 등은 당분간 공급 부족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다.

한·중 간 상호 무역의존도는 어떤가? 구조적 특징을 분석하는 연구 방법에서 한국과 중국이 서로 다르다. 한국은 이런 흐름을 보여왔다. 종래 양국 간 교역 규모가 급팽창하던 시기에는 '상관관계(correlation)'를 살펴보는 것이 기본이었다. 중국이 성장하면 한국도 성장했고 중국 수출 실적이 좋으면 한국도 대중국 수출이 함께 늘어났기에 가능했다.

기업 간 경쟁이 과열되기 시작하면서 '현시비교우위지수(RCA)'와 '대칭적 현시비교우위지수(RSCA)'를 통해 중국 내 한국 상품 혹은 한국 내 중국 상품 경쟁력 수준을 품목별로 파악하는 연구자들이 많았다. 한·중 상품교역이 과거 산업 간 수직 교역에서 산업 내(품목 간) 교역 구조로 점차 전환되자 무역특화지수(TSI)로 수출경쟁력을 알아보기도 했다. 필자가 한·중 수교 20주년 때인 2012년 작성한 보고서(중국 경제 관계 5대 키워드)는 이런 방법론을 사용해 다음과 같은 시사점을 도출했다.

△상관계수=한·중 간 경제성장률 상관계수는 수교 이전 마이너스(-)였으나 2011년 +0.8 수준으로까지 확대됐다. 중국과 기타 주요국 계수와 비교해 가장 높고 극적인 확대 추세를 보였다. 이는 다시 말해 중국 경제가 성장하면 한국 경제도 성장한다는 의미다. 한국의 대중 수출은 중국의 수출·수입과도 매우 높은 상관관계를 보인다. 중국의 경제성장률/수출입 증가율과 한국의 대중 수출 증가율을 3구간 이동평균 추세선으로 비교할 때 한국의 대중 수출은 중국의 수출입 증가율과 매우 강한 동행성(同行性)을 보였다. 요인별·기간별 상관계수(correlation coefficient) 분석에서 한국의 대중 수출은 중국의 수출입 증가율에 따라 큰 영향을 받고 있으며 갈수록 그 강도가 커졌다. 2007∼2011년에 중국 수출 증가율/수입 증가율과 한국 대중 수출의 상관계수는 각각 0.9를 초과해 매우 강한 상관성을 보였다. 다만 같은 기간 중국 성장률과 한국의 대중 수출 간 상관계수(0.319)는 높지 않은 수준이었다.

△현시비교우위지수=현시비교우위(RCA·Revealed Comparative Advantage)지수를 통해 분석한 중국 시장 내 한국 상품의 경쟁력 수준은 품목별로 엇갈려 나타났다. 광학기기는 2000년대 중반까지는 경쟁력 열세 품목이었으나 이후 경쟁력이 급상승해 중국 시장에서 '매우 경쟁력 있는 품목'으로 전환됐다. 유기화학품은 일부 시기를 제외하면 지수 2.0 이상으로 비교적 경쟁력 있는 품목으로 분류된다. 최대 수출 품목인 전기전자와 기계류는 지수 소폭 상승세 속에 보통 수준의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광물성 연료는 해마다 경쟁력이 뚜렷하게 약화되는 경쟁력 열세 품목이 됐다.

△무역특화지수=한·중 간 상품교역이 종래 산업 간 교역에서 산업 내(품목 간) 교역으로 점차 전환되고 있는 점도 특징적이다. 우리나라 대중국 10대 수출품목(MTI 2단위)의 대중국 무역특화지수(TSI)는 전체적으로는 아직 우려할 수준은 아니지만 중국의 생산력 확대 추세에 따라 품목별로 한국의 수출 특화 약화(경쟁력)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향후 대중국 교역 경쟁력 유지에 노력해야 할 시점이다. 2012년 1~6월 실적 기준 비교적 강한 수출특화품목(TSI 0.5 이상)은 석유화학제품(0.84), 광물성 연료(0.73), 전자부품(0.52), 산업용기계(0.51) 등이었다. 약한 수출특화품목(TSI 0~0.5 미만)은 수송기계(0.40), 기초산업기계(0.37), 비철금속제품(0.32), 산업용전자제품(0.05) 등이었며 철강제품(-0.44)은 이미 강한 수입특화품목에 포함됐다. 정밀화학제품(-0.18)에 이어 산업용전자제품(0.05)도 조만간 수입특화품목으로 전환될 것이 우려된다.

당시 이상과 같은 분석을 통해 얻은 결론은 한·중 양국은 코피티션(copetition), 즉 협력 속 경쟁, 경쟁 속 협력 관계가 불가피하다는 것이었다.
 

한·중무역관계구조도 [그래픽=아주경제]

10년이 지난 시점에 이상과 같은 방법론을 다시 생각해본다. 상호 경쟁력과 보완성의 구조와 추세를 살피는 데는 유효하지만 무역의존도 심화에 따른 리스크를 파악하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 특히 한국과 중국처럼 상호 긴밀한 분업체제를 유지하면서 품목별로 무역의존도가 높으면 더욱 그렇다. 이런 문제점을 보완할 수 있는 방법으로 중국 더방증권(德邦證券)이 개발한 '중·한무역관계구조도(中韓貿易關係邏輯導圖·TRFM)'가 눈에 띈다.

보고서는 중국의 수출입 의존도(a)와 한국의 수출입 의존도(b) 등 두 변수의 조합으로 위험 수준을 평가한다. 중국의 대한국 수출입 의존도가 높으면서 한국의 수출입 의존도는 낮은 품목군을 중국의 고위험군으로 분류한다.(a高-b低) 양자 모두 높은 의존도를 보이는 품목은 중간 위험군이 된다(a高-b高). 한국의 대중국 의존도는 높지만 중국의 대한국 의존도가 낮다면(a低-b高) 한국에 고위험군이 된다.

이 분석에 따르면 중국의 대한국 수출에서 중국의 고위험군은 주로 업스트림 원재료와 핵심 품목에 집중돼 있다. 석탄, 석유화학, 기초화공, 유색 금속, 건축자재, 반도체 산업사슬 등이 포함된다. 중국의 대한국 수입에서 중국의 고위험군 역시 거의 유사한 품목이다. 이들 품목은 양국 간 교역에 이상 요인이 발생하면 중국에 불리해진다는 것이 보고서의 주장이다. 특히 반도체 분야와 기초화공과 유색 금속은 중국이 공급망 관리에 유의해야 할 품목으로 꼽았다.

더방증권 보고서는 한·중 무역의존도에 대해 중국이 무엇을 우려하고 있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한·중 무역 관계가 갈수록 복잡해지고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양국 간 무역 관계를 분석하는 방법론도 더욱 진화해야 할 것이다. 특히 국내와 서방 학계의 접근법 외에 중국 학계 동향도 잘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박한진 KOTRA 중국경제관측연구소장

필자 주요 이력

▷현 코트라 중국경제관측연구소장 ▷현 한국외대 중국외교통상학부 객원교수 ▷전 코트라 중국지역본부장 ▷전 한중사회과학학회 부회장 ▷중국 푸단대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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