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친족범위 혈족 6촌→ 4촌으로…정부, 대기업집단 제도 손본다

2022-08-10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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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대기업집단 제도 합리화 위해 시행령 개정

사실혼 배우자 사이 자녀 있으면 총수 관련자에 포함

외국인 총수 지정 기준 마련 제외..."관계 부처와 조율"

윤수현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이 10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동일인의 친족 범위 조정 등 대기업집단 제도 합리화를 위한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안 입법예고와 관련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공정거래위원회가 내년부터 대기업집단 동일인(총수)의 친족 범위를 ‘혈족 4촌, 인척 3촌’으로 축소하는 등 대기업집단 제도를 손본다. 총수와 사이에 자녀를 둔 사실혼 배우자도 친족으로 포함되면서 이번 제도 개편으로 일부 대기업들이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10일 공정위는 대기업집단 제도 합리화를 위해 이러한 내용이 담긴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안을 발표했다. 공정위는 다음 달 20일까지 해당 개정안을 입법예고한다.

이번 개정안에 따라 총수 관련자에 포함된 친족 범위는 현행 혈족 6촌, 인척 4촌에서 혈족 4촌, 인척 3촌까지로 축소된다. 다만 혈족 5~6촌과 인척 4촌은 회사 주식 1% 이상을 보유하거나 회사와 채무 보증·자금대차 관계가 존재하면 친족 범위에 포함된다.

친족 범위 조정으로 60개 대기업집단 친족 수는 8938명에서 4515명으로 절반 가까이 감소하지만 계열회사 수에는 변동이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래픽=아주경제]

사실혼 배우자는 법률상 친생자 관계가 성립된 자녀가 존재하면 총수 관련자로 명시된다. 총수 관련자는 모든 지분과 거래 관계 등 공시가 의무화되고 부당지원행위 등이 금지된다.

업계는 SM그룹이 이번 개정안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우오현 SM그룹 회장의 사실혼 배우자가 SM그룹 계열사 일부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만 친족 등 총수 관련자로 간주되지 않았다.

롯데와 SK그룹은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고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과 사실혼 배우자인 서미경씨 사이에는 딸이 있지만 최근 롯데그룹의 대기업집단 총수가 신동빈 회장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2015년 김희영 티앤씨재단 대표와 사실혼 관계이며 딸이 있다고 밝혔으나 이미 티앤씨재단이 공익재단법인으로 등록돼 김 대표가 총수 관련자에 포함된 상태다.

시행령 개정으로 사외이사가 총수와 별도로 소유한 회사는 원칙적으로 계열회사 범위에서 제외된다. 사외이사 지배회사가 임원독립경영 요건을 충족하지 못할 때에만 예외가 인정돼 계열회사로 편입된다.

임원독립경영 신청을 위한 매출·매입 거래액 산정 기준은 신청일의 ‘직전 1년간’ 거래 금액 산정에서 신청일이 속한 사업연도의 직전 해를 기준으로 산정하도록 개선하기로 했다. 그동안 관련 시행령을 적용하면서 재무제표상 결산금액과 달라 불필요한 비용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중소기업 계열 편입 기준이었던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 '5% 이상'은 '3% 이상'으로 완화된다. 중소벤처기업 자회사도 계열 편입이 유예될 수 있으며 대기업집단 계열 편입 요건을 충족한 후 1년 내까지 유예신청이 가능하다.

정부는 입법예고 기간 동안 경제계와 시민단체 등 이해관계자와 관계 부처 의견을 수렴한 후 규제심사, 법제처 심사, 국무회의 등을 거쳐 개정을 완료할 계획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시행령 개정안이 통과되면 친족 등 특수관계인과 계열회사 범위가 합리적으로 개편돼 과도한 기업 부담이 줄고 제도의 실효성도 제고될 것”이라며 “대기업집단의 중소·벤처기업 계열 편입 유예제도의 활용도가 높아져 벤처 생태계가 보다 활성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개정안에 외국인도 총수로 지정할 수 있도록 요건을 규정하는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미국 국적인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은 내년 5월 1일에도 총수 지정을 피할 수 있다.

윤수현 공정위 부위원장은 “외국인에 대한 총수 지정 기준 마련은 산업통상자원부, 외교부 등 관계 부처와 충분한 협의를 거쳐 통상 마찰 우려를 최소화한 후에 개정을 추진할 것”이라며 “지금 단계에서 김 의장을 쿠팡 총수로 지정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단정적으로 말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계 외국인이 지배하는 기업집단이 등장하고 외국 국적인 총수 2~3세가 증가함에 따라 형평성과 합리성 제고를 위해 관련 기준 마련을 추진해왔다”며 “시행령 개정에 6개월 정도 소요되는 것을 고려하면 내년에 지정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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