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옥죄는 채무보증 증가세… 초대형 IB 부동산PF가 뇌관

2022-08-04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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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무보증 90%대가 손실 떠안는 매입확약

고금리·부동산 침체에 재무건전성 압박 부상

[사진=한국투자증권]

증권사 채무보증 규모가 44조원을 넘었다. 신규 사업 진출을 위해 자기자본 확충에 나서면서 채무보증액 역시 2020년 이후 꾸준히 증가했다. 특히 초대형 투자은행(IB) 중에서는 한국투자증권 채무보증 규모나 상승 폭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증권사 28곳의 올 1분기 채무보증 규모는 44조8248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말(42조6002억원)보다 5.22%, 2020년 말(38조7606억원)과 비교하면 15.65%(6조642억원) 증가한 수준이다.
 
이 중 초대형 IB 5곳(미래에셋증권·한국투자증권·NH투자증권·KB증권·삼성증권) 채무보증액은 17조9795억원으로 전체 채무보증 가운데 40% 이상을 차지한다. 채무보증 규모가 가장 큰 곳은 한국투자증권이었다. 한국투자증권의 올 1분기 채무보증 규모는 4조6397억원으로 2020년 말(3조5529억원) 대비 30.59%(1조868억원) 늘었다.
 
증권사 채무보증은 대부분 매입 확약 방식이다. 채무보증은 크게 매입 확약(신용 공여형)과 매입 보장(유동성 공여형)으로 나뉜다. 매입 보장은 신용등급 하락 등 문제가 생겼을 때 매입 보장 약정에 따른 의무가 없지만 매입 확약은 시행사가 대출을 못 갚았을 때 증권사가 일부 상환·매입에 대한 책임이 뒤따른다. 증권사에는 매입 확약이 부담스러운 요소다.
 
한국투자증권의 매입 확약 규모도 4조3853억원으로 전체 채무보증에서 약 95%를 차지한다. 초대형 IB 중 채무보증 대비 매입 확약 비율이 90%를 넘는 곳은 한국투자증권을 비롯해 삼성증권(96%), NH투자증권(92%) 등 3곳이다. 한국투자증권은 비율로는 삼성증권에 이어 두 번째지만 규모 자체는 초대형 IB 중 가장 크다.
 

[자료=금융감독원]


문제는 증권사 채무보증에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데 있다. 한국투자증권 채무보증 규모가 커진 원인도 부동산 PF 경쟁력 강화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대표는 2019년부터 본격적으로 부동산 PF 사업을 확장해왔다. 당시 정 대표는 IB 부문 본부로 있던 부동산PF본부와 대체투자본부를 통합해 PF그룹으로 승격했다. 같은 해 상반기에만 PF딜을 50여 건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행사와 함께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해 지분 투자한 초기 딜과 상환이 임박한 딜, 본 PF 집행 중인 딜 등을 포함한 건수다.
 
또한 지난해에는 PF그룹 자체적으로 직접 투자할 수 있는 한도를 4000억원대로 늘리는 등 부동산 PF 사업을 적극적으로 키웠다. 하지만 금리 인상과 부동산시장 위축 등 대내외적인 환경이 악화된 상황에서 향후 유동성 또는 재무건전성이 더 나빠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실제로 한국투자증권은 영업 실적이 감소세를 보이는 가운데 재무건전성에도 비상등이 켜진 상황이다. 대형 증권사 펀더멘털을 알아볼 수 있는 영업용순자본비율(구NCR)을 살펴보면 한국투자증권은 올 1분기 440%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1110%) 대비 670%포인트 감소했다.
 
전반적인 부동산 PF에 대한 전망이 밝지 않다는 점도 부담이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올 3월 말 기준 초대형사(자기자본 4조원 이상)의 자기자본 대비 부동산 PF 익스포저 비율이 70%에 달했다. 해외 부동산 시장에 불확실성이 부각된 가운데 초대형사 해외 익스포저 비율은 35%를 차지했다. 대형사(자기자본 1조원 이상 4조원 미만) 19%, 중형사(자기자본 5000억원 이상 1조원 미만) 4%를 크게 웃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그간 한국투자증권 부동산 PF 사업은 사업 다각화와 실적 개선에 도움이 되는 사업이었다”면서도 “금리 인상에 따른 부동산시장 침체기에 부동산 PF 리스크 예방과 재무건전성 관리 등에 직면하며 정 대표 경영 능력이 시험대에 올랐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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