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대만 방문을 마치고 떠났다. 그러나 후폭풍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중국의 대만 보복에도 인도·태평양 지역 지원 활동을 계속할 것을 시사했고 중국은 예고했던 '대만 포위 군사훈련'을 단행했다. 전문가들은 대만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장기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3일(이하 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오전 안보팀과 회의를 한 사실을 공개하고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과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꾸준한 지원 등 다양한 우선순위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외신은 백악관이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과 이에 대한 중국의 반발을 둘러싼 대응책을 논의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그는 중국이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을 공격적 군사 행동을 늘리려는 구실로 삼고 있다고 지적한 뒤 "우린 중국이 그런 식으로 행동할 것을 알고 있었다"며 "미국은 (대만 해협에) 위기를 추구하지도, 원하지도 않는다"고 강조했다. 제이크 설리반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이날 NPR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우리는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우리의 이익과 가치를 수호할 것임을 중국에 분명히 전달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에는 변화가 없다는 입장을 공개했지만, 중국의 반발은 좀처럼 사그러들지 않고 있다. 지난 2일 밤 펠로시 의장이 대만을 방문하자 중국은 대만을 상대로 즉각적 경제 보복에 나섰다. 지난 3일부터 중국산 모래의 대만 수출을 금지하고 대만 감귤류 등 물품의 수입을 잠정 중단한다고 밝혔다. 중국 관계자는 수출 금지에 대해 "상관 법률 규정에 따른 조치"라고 설명하고 감귤류 수입을 중단한 것은 수입품에서 유해 생물이 발견됐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관련 조치들이 모두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 뒤 발표됐다는 점을 감안할 때 경제 보복의 성격을 지닌 것으로 풀이된다.
미리 예고한 대만 포위 실탄 사격 훈련도 실행에 옮겼다. 중국 국영방송 CCTV는 인민해방군(중국군)은 4일 낮 12시(대만 시간)부터 대만 본토 인근 해안 6개 지역에서 전투 훈련을 시작했다. 훈련 기간 동안 선박과 항공기는 영해와 영공을 진입해서는 안 된다"고 전했다. 이어 오후1시(대만 시간)께 중국 매체 펑파이는 "대만을 관할하는 인민해방군(중국군) 동부전구 육군 부대는 대만해협 동부에서 장거리 실탄 사격 훈련을 해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고 전했다.
이에 대만 당국은 인민해방군(중국군)이 사실상 대만을 봉쇄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대만 국방부는 "이번 중국군의 실탄 사격 훈련은 중국 정부의 비이성적 행동"이라며 "대만군은 중국군에 대한 경계를 강화하고 있으며 각급 군대는 매일 훈련을 시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양안간의 군사적 긴장감이 커지기를 바라지 않지만 우리의 주권과 안보를 침해한다면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을 계기로 미·중 갈등은 더욱 심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사회과학원의 루샹 연구원은 중국 집권 공산당 산하 타블로이드판 글로벌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의 대응은 일시적인 조치가 아니다. 중국 정부는 대만 주변의 안보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보복 행위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루 연구원은 대만을 둘러싼 지역에서 개최될 예정인 중국의 군사 훈련은 전례가 없는 것이며 "(이번 훈련은) 무력으로 (대만을) 통일하고, 통일을 방해할 수 있는 외부 세력에 맞서 싸우는 상황을 상정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판 시핑 대만 국립 정치대학원 교수는 대만과 중국의 갈등은 양안만의 일이 아니라고 봤다.
판 교수는 워싱턴포스트(WP)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이번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을 막기 위해 노력한 것은 대만 문제가 더 이상 양안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만일 중국이 대만을 상대로 무력을 행사한다면 중국이 받을 제재는 현재 러시아가 받는 수준보다 강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