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업 상속 관행 때문에 국내 제약바이오 업체 간 M&A(인수합병)가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황만순 한국투자파트너스 대표)
"지분 중심의 경영 방식을 혁파해야 (바이오 분야) 투자가 잘 이뤄질 수 있을 것"(이정규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 대표)
국내 제약바이오산업의 신뢰도 증가와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지분 중심 경영 방식 등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나왔다.
또한 △AI(인공지능)를 이용한 신약개발 △바이오 기업 가치 평가 기준 등 다양한 분야에서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 발전을 위한 방법들이 개진됐다.
이번 BIX2022에는 다양한 주제가 포함된 40개의 세션이 열리고 있다. 첫째 날 세션에서는 △바이오 산업의 현재와 미래에 관한 대담 △AI(인공지능)를 이용한 신약개발 동향 소개 △바이오 기업에 대한 가치평가 △바이오 콜드체인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등이 진행됐다.
◆ 국내 바이오 산업, 매년 성장 中..."성공적 M&A 위한 세제 지원 필요"
이날 개막식 후 '한국 바이오산업 현재와 미래를 그리다'를 주제로 열린 첫번째 기조좌담회에서는 오너 중심 경영이 성공적 M&A에 걸림돌이 된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이날 기조 강연에 참석한 황만순 한국투자파트너스 대표는 M&A 확대를 위한 장기적 세제 지원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그는 "국내 빅파마들의 M&A 케이스가 많지 않은 것은 환경적 요인이 작용한다고 판단된다"며 "회사를 자식에게 물려주려고 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상속 시 지분 희석 우려를 방지하기 위한 세제지원과 이사회 중심의 지배구조 확립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또한 황 대표는 "국내 바이오 기업 수가 누적으로 3000개 정도 되고 매년 창업이 이뤄지고 있다"며 "위탁생산(CMO) 글로벌 역량은 물론 진단키트의 조 단위 매출, 치료제 분야 성장 등 괄목할 만한 성장을 거두고 있어 긍정적"이라고 평했다.
그러면서 지속적인 바이오산업의 성장을 위해 △코스닥 시장의 활성화 △특허 고부가가치 지원 △산업 인력풀 확대 등을 제언했다. 한시적 공매도 제한을 통해 자금조달 및 산업 성장의 선순환을 유도하고, 특허의 질적 성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어 발언한 이정규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 대표도 바이오산업의 향후 10년 발전의 중요한 키워드로 'M&A'를 강조했다. 이 대표는 "(국내 바이오는) 창업 수가 너무 많고 분야별로 기업이 굉장히 쪼개져 있다"며 "잠재력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사이즈인지 물어본다면 대답은 '노(No)'"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바이오텍 회사를 자식에게 물려주는 것은 '구닥다리'다. 지분율 중심의 경영권 개념을 혁파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기조 세션 마지막 발제자로 나선 최윤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민간 중심의 바이오산업 성장 전략을 제언했다. 최 위원은 "창업이 많은데 질 높은 창업이냐, 중견기업으로 클 수 있느냐가 숙제"라며 "기업의 출구전략이 필요한데 M&A를 비롯해 기업 중심으로 커나가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정책 측면에서의 효율화 필요성도 제기됐다. 최 위원은 "정책 효율성 평가를 하면 우리나라는 중위권 수준"이라며 "공급 중심 연구개발 정책이 주를 이뤘는데 이제는 시장 정책이 균형적으로 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 AI 신약 시장 성공 사례 부족..."상업화 가능성에 집중해야"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신약개발'에 대해서는 속도에 지나치게 집중하기보다 정확도와 상업화 가능성에 집중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맹철영 SK바이오팜 신약개발부문장(부사장)은 "5년 전만 해도 일주일이면 AI를 활용한 신약개발이 완료된다는 식으로 알려지기도 했지만, 그렇지 않은 이유는 분명히 있다"며 "이제는 시간보다는 퀄리티(질) 쪽으로 생각을 돌려 많은 양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상업화 가능성이 높은 약물 개발 수요에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AI를 활용한 정보 분석은 보다 빠르고 정확한 결과 도출이 가능하기 때문에 시장에서 각광을 받았다. 이 때문에 관련 시장 규모는 오는 2024년까지 14억3400만달러(약 1조6000억원)로 연평균 40.8%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좀 더 상세하게 들여다보면 확실한 성공 사례가 아직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실제 2018~2019년 전세계적으로 100개에 달하는 후보물질이 도출됐지만, 임상이 본격화 된 물질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이에 최근 AI 회사들은 제약·바이오 회사의 수요에 맞추기 위해 AI 플랫폼을 단계별로 세분화하고, 회사별로 차별화된 접근 방법을 제시하는 방향으로 사업 모델을 변화하고 있다.
우상욱 팜캐드 대표는 "신약 초기물질 발굴에 집중함과 동시에 약물이 결합하는 수용체의 3차원 환경 분석을 통해 최적화된 효과를 예측하는 구조적 플랫폼 기술로 차별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성수 디어젠 CTO도 "회사 구성도 반은 AI, 나머지 반은 후보물질 실험을 할 수 있는 바이오 인력으로 꾸리고 있다"며 "AI 기술과 신약 개발 수요간 균형을 맞추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BIX 2022는 오는 5일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둘째날 세션 강연은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확장 전략, 마지막날에는 △유전자 가위 기술 등 다양한 세션이 예정돼 있다.
이번 BIX 2022 전시회에서는 350개 부스가 운영된다. 주요 전시 카테고리는 △디지털 헬스케어 △실험 장비 및 분석 △제조 및 설비 △패키징 △물류 △바이오테크놀로지 △원료(의약품·식품·화장품) △서비스 △병원·대학 및 공공기관으로 구성된다. 2022 특별관에서는 올해 바이오·제약산업 트렌드로 불리는 △CMO(위탁생산)·CDMO(위탁개발생산) ·디지털 헬스케어 △콜드체인 물류 △바이오소재·부품·장비 등이 소개된다.
아울러 파트너링을 위한 미팅에는 신규 파이프라인을 찾고 있는 제약·바이오기업, 헬스케어, 대학, 연구기관, 벤처, 스타트업, 투자를 원하는 VC(벤처캐피탈) 등 400여개 기관이 참여한다.
고한승 한국바이오협회 회장은 “바이오·제약·헬스 산업군은 올해 상반기 수출 100억 달러에 달하는 등 우리나라 15대 수출품목에 당당히 진입하며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며 “이에 올해 BIX에서는 바이오 업계 사업확장을 위한 공통 이슈를 함께 고민해 보고 해결방안을 찾고자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