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 찍은 휘발유·경유 수요...역대급 OSP 인상 예고에 정유업계 '비상'

2022-08-04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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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거리두기와 해외출국이 제한됐던 코로나19 대유행이 한풀 꺾인 지 반년이 지났음에도 석유제품 수요는 대유행 시기보다 낮은 실정이다.
 
특히 내수 시장의 석유제품 수요 회복이 부진한 상황이다. 국제유가가 조정단계에 들어서면서 하락하고 있고, 정제마진 역시 감소 추세다. 올해 상반기 역대급 실적을 올렸던 정유업계의 하반기 실적은 회복하지 못하는 내수 수요 부진에 산유국들의 원유 공식판매가격(OSP) 인상, 정제마진 하락 삼중고가 겹쳐 부진한 실적을 낼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 6월 국내 휘발유·경유 소비 올해 최저치, 상반기 누적도 지난해 못 미쳐...유류세 인하 돌파구 되나 
4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지난 6월 국내 휘발유·경유 소비는 1826만 배럴로 월별 기준 올해 최저치를 기록했다.
 
코로나19 대유행이 한창이던 전년 동기(2224만 배럴)와 비교하면 17.89%가 감소했다. 6월은 국제유가와 함께 국내 기름값이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한 시기다. 고유가가 지속됨에 따라 소비자들이 차량 운행을 최소화한 것으로 분석된다. 올해 상반기(1~6월) 누적 휘발유·경유 소비는 1억1935만 배럴로 전년 동기(1억2277만 배럴) 대비 2.78% 줄었다.
 
유류세 인하가 기존 20%에서 30%로 확대된 5월 한달 간은 휘발유·경유 수요가 전년 동기(2138만 배럴) 대비 13.89% 증가한 2482만 배럴을 기록하면서, 수요 회복세를 보였으나 1개월 만에 침체기로 돌아선 것이다.
 
그나마 긍정적인 것은 상반기 석유제품 수출이 전년 동기(2억639만 배럴) 대비 13.07% 증가한 2억3339만 배럴로 증가했다는 점이다. 다만 이 역시 6월 들어서는 증가 폭이 크게 감소했다. 6월 국내 석유제품 총 수출량은 3억5677만 배럴로 전년 동기(3억5495만 배럴) 대비 0.51% 증가하는 데 그쳤다.
 
그동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대러 제재에 나선 유럽연합(EU)이 경유 등 석유제품 수입에 차질을 빚으면서 글로벌 정유업계는 전쟁 특수를 누려왔다. 하지만 당초 예상과 달리 유럽의 석유재고는 늘고 있으며, 글로벌 공급량 역시 예상치를 웃돌고 있어 석유 선물 시장도 하락에 베팅하기 시작했다.
 
휘발유·경유를 쓸어 담았던 EU를 상대로 한 석유제품 수출도 하락세에 돌입했다는 의미다. 실제 OECD 유럽의 석유재고는 지난 1월 494만 배럴에서 꾸준히 상승해 5월에는 510만 배럴까지 증가했다. 하반기에는 상반기와 같은 석유제품 수출 호황을 기대하기 힘들게 됐다.
 
다소 희망적인 요소도 있는데, 이날 오후 국회가 유류세 탄력 세율 조정 한도를 현행 30%에서 50%로 확대하는 ‘교통·에너지·환경세법 개정안’과 ‘개별소비세법 개정안’을 의결했다는 것이다. 재계는 윤석열 정부가 추석쯤에는 물가안정 특별 대책을 내놓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유류세 인하 폭을 50%까지도 확대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는 기름값 하락 요인으로 차량 이동 및 석유제품 수요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고유가로 인해 석유제품 수요가 코로나19 대유행에 못 미치고 있다”며 “5월 유류세 인하 등이 시행되면서 순간적으로 수요가 증가한 것을 볼 수 있었는데 구제유가가 전고점 돌파 상승시 추가 유류세 인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 아람코, 9월 OSP 추가 인상 검토...하반기 정제마진 '비상' 
수요가 위축되는 동시에 정유사들의 이익도 줄어들고 있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7월 넷째 주 정제마진은 배럴당 4.3달러로 7월 첫째 주(16.13달러)와 비교해 73.34%나 감소했다. 전주(3.9달러)와 비교해서는 소폭 올랐으나 올해 고점인 6월 다섯째 주 29.5달러와 비교하면 큰 폭 감소한 것이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7월 넷째 주 주간 평균 정제마진은 주 초반 러-우 전쟁 이전 수준까지 되돌아가고, 아시아·유럽의 휘발유 재고가 급증하는 등 수요 둔화 조짐이 포착됐다”며 “다만 글로벌 정제설비 부족 및 추가적인 마진 둔화 시 가동률 축소 가능성을 감안하면 정제마진은 10달러 내외에서 저점을 형성할 것이라는 게 증권가의 분석”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OSP는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관측된다. 정유업계에 따르면 세계 1위 원유 수출 기업인 사우디 아람코는 7월 OSP를 2.1달러 인상한 6.5달러로 결정한 데 이어, 9월 추가로 1.5달러를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인상이 현실화된다면 OSP는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게 된다. OSP 인상분만큼 정유사들의 이익은 줄어들게 된다. OSP는 국제유가를 도입할 때 공급사에 추가로 지급하는 금액으로 시장 상황에 따라 공급사가 유동적으로 조정한다. 국내 도입되는 석유의 33%가 사우디산 원유로 주요 공급사는 사우디 아람코다.
 
종합해 보면 내수 수요는 부진하고, 수출은 감소추세며, 정제마진은 이미 하락세에 돌입했다. 9월 추가 OSP 인상이 단행된다면 정유사의 정제마진이 손익분기점을 밑돌 가능성이 있다. 상반기 벌었던 돈으로 침체기를 준비해야 하는 시기인 셈이다.
 
한 정유업계 관계자는 “우리가 많이 벌면 돈을 돌려달라고 하지만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면 누구도 도와주지 않는다”며 “다행인 점은 1~2분기 벌어둔 돈이 있어 단기 침체국면은 돌파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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