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펠로시 대만행 연일 경고
펠로시 의장은 1일 싱가포르에 도착해 일정에 돌입했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 등 중국 현지 언론들은 항공기 경로 추적 사이트인 '플라이트레이다24'를 인용해 펠로시 의장이 이끄는 미국 의회 대표단이 탑승한 C-40C 전용기가 현지시간 1일 오전 4시 20분(한국시간 오전 5시 20분) 싱가포르의 파야 레바르 공군기지에 도착했다고 보도했다. 펠로시의 전용기는 7월 31일 오후 1시(이하 한국시간)에 하와이에서 이륙해 같은 날 오후 9시를 전후해 괌 기지에 도착한 뒤 현지에 잠시 체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밤 11시 30분께 괌 기지에서 출발해 싱가포르에 도착했다. 펠로시 의장은 2일까지 싱가포르에 머물며 리셴룽 총리 등을 만날 예정이다. 순방 일정을 종합하면 펠로시 의장은 △싱가포르(1~2일) △말레이시아(2~3일) △한국(3~4일) △일본(4~5일) 순으로 방문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펠로시 대만 방문과 관련해 연일 경고를 내보내고 있다. 중국은 이날 건군(8월 1일) 95주년을 맞아 극초음속 미사일과 강습상륙함 등 첨단무기의 훈련 모습을 대거 공개했다. 건군 기념일을 맞아 군사력을 과시하는 동시에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계획을 겨냥한 경고 메시지를 발신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중국 공군 대변인과 국방부도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과 관련해 강경 대응할 방침을 밝힌 바 있다.
포털 사이트와 관영 매체도 연일 여론전에 뛰어들고 있다. 중국 내 강경파인 후시진 전 환구시보 총편집인은 펠로시의 대만 방문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경고 수위를 높이고 있다. 후시진 전 총편집인은 지난달 31일에도 "펠로시 의장은 대만을 찾아선 안 된다"며 "방문 시 심각한 후폭풍이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날 중국 관영 환구시보 등 중국 주요 언론 사이트엔 펠로시 의장의 인도·태평양 지역 순방 관련 기사가 상단에 노출됐다. 중국 누리꾼들은 펠로시 의장을 비난하는 글을 잇달아 공유하면서 그의 이름이 웨이보 인기 검색어 1위에 오르기도 했으며, 중국 최대 검색포털 바이두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서도 연일 '대만 방문을 언급하지 않은 펠로시의 의중', '펠로시 싱가포르 도착' 등 펠로시와 관련된 키워드가 상위권에 머물렀다. '펠로시가 대만에 온다면 중국군은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라는 해시태그도 소셜미디어를 통해 퍼졌다.
◆대만 정부, 펠로시 대만 방문에 침묵
반면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 가능성에 대해 대만 정부는 절제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CNN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대만 정부는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에 대해서 침묵을 지키고 있다며 차이잉원 대만 총통은 물론 총통실 관계자들도 펠로시의 방문을 환영 또는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분석가들은 "대만이 침묵을 지키는 것은 대응이 애매하다고 느끼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중국의 침공과 무력으로부터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해선 미국이 필요하지만 대만이 펠로시 의장의 방문을 열광적으로 환영하게 되면 중국의 분노를 촉발할 위험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앞서 대만 외교부는 28일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과 관련한 확정된 정보를 받지 않았다"면서 "이 문제에 대해 더 이상 언급하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원티숭 호주국립대 대만연구프로그램의 정치학자는 "대만 정부가 조용히 대응해 대만이 펠로시 방문을 적극적으로 추진했다는 인식을 주지 않는 것이 도움이 된다"며 "대만이 침묵을 지키는 상황에서 펠로시가 방문하게 될 경우 이는 온전히 미국과 펠로시가 결정한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지만, 대만이 공개적으로 요청할 경우에는 중국은 대만이 애초부터 (펠로시 의장의 방문을) 의도적으로 추진해왔다고 몰아갈 것이다"라고 말했다.
최근 들어 미국과 중국은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을 둘러싸고 역대 최고 수준의 갈등 양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중국 당국은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 가능성에 강력 반발하면서 "좌시하지 않겠다", "결연히 반격할 것" 등 경고 수위를 높인 데 이어 대만에서 126㎞ 떨어진 해역에서 실탄 사격훈련에 나서는 등 무력 시위에 나선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