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설명에도 경기 침체 우려가 식지 않는다.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은 소비와 생산이 둔화됐다고 인정하면서도 경기 침체는 아니라고 반박했다. 파월 의장의 반박에도 경기 침체를 우려하는 목소리는 줄어들지 않는 모습이다.
27일 (현지시간) 미국 연준은 자이언트 스텝(75bp 인상·1bp=0.01%포인트)을 단행했다. 이후 진행된 기자회견에서는 경기 둔화, 경기 침체 관련 질문이 주를 이뤘다.
연준은 인플레이션 완화를 위해 의도적으로 경기 둔화를 유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40년 만에 최악의 인플레이션을 완화시키기 위해서는 성장을 늦추는 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파월 의장은 "우리(연준)는 성장을 늦추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파월 의장은 "성장률 둔화는 우리가 기대하는 모습이다. 우리는 인플레이션을 2%로 되돌릴 수 있다면 성장률 둔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연준은 이날 '소비자 지출과 기업 투자가 줄어든 것과 관련 경기 둔화가 예측대로 이뤄지고 있냐'는 질문에는 유보적으로 답했다. 파월은 경기 둔화가 이뤄질 것이지만 미국의 노동시장이 이를 감내할 수 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2분기에 현저한 경제 성장 둔화는 상당히 광범위하다. 연준은 그것을 지켜볼 것"이라고 답했다. 경기 둔화가 예측과 다른 모습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본 것이다.
연준이 경기 침체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핵심 근거는 미국의 탄탄한 노동시장이다. 현재 미국 노동시장은 낮은 실업률과 높은 임금 상승률을 자랑한다. 일각에서는 미국 노동시장에 균열이 가기 시작한다고 우려하지만 연준은 노동시장의 굳건함을 믿고 있다. 지난 3월부터 현재까지 미국 실업률은 3.6%를 유지하고 있다. 이는 최근 50년 사이 최저 수준이다. 임금 상승률도 올해 1월 5.7%를 기록한 후 5%대를 상회하고 있다.
파월 의장이 경기 둔화라고 선을 그었지만 경기 침체 가능성에 대한 우려는 끊이지 않았다. 월가에서는 국내총생산(GDP) 가능성도 제기된다. 기자회견에서도 '2분기 GDP가 마이너스가 되면 연준은 경기 침체로 볼 것이냐'는 질문도 나왔다. 파월 의장은 "연준을 이를 고려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일반적으로 시장은 2분기 연속 GDP가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면 경기 침체가 도래했다고 본다. 지난 1분기 미국의 GDP 성장률은 -1.6%를 기록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금리 인상으로 인플레이션을 해결하려는 연준의 모습을 경고했다. 샘 클라우디아 전 연준 이사는 현재처럼 금리를 올려 인플레이션을 잡겠다는 모습은 경기 침체 가능성만 키운다고 비판했다. 인플레이션은 수요 중심 경제에서 의미가 있지만 현재 인플레이션은 공급망 혼란으로 온다는 것이다. 클라우디아 전 이사는 "더 높은 금리는 공급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오히려 투자만 위축시켜 상황(경기 침체)을 악화시킬 것이다"고 분석했다.
미국 경제 연구소의 매그너스 이사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GDP가 마이너스가 나왔을 때 백악관이 경기 침체를 인정하지 않는다면 지표를 종합적으로 고려하겠다는 백악관의 주장과 대치된다"며 "백악관이 경제적 현실과 상충하는 정치적 우선순위(11월 중간선거)를 갖고 있어서 경기 침체에 빠지지 않기를 바란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