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현 금융위원장은 2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금융시장 전문가 간담회를 열었다. 김 위원장은 "현재 경제·금융시장 상황은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통화긴축, 지정학적 갈등과 공급망 교란 등이 중첩되면서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복합위기 국면"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이번주 미국 FOMC 기준금리 결정과 오는 28일 2분기 GDP 발표, 8월 발표될 우리나라·미국의 7월 소비자물가지수 등 향후 변동성 확대요인을 면밀히 모니터링·대응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의 진단에 동의하며 경기침체와 금융시장 변동성에 대한 대비책을 확고히 세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자산배분 파트장은 "통화정책과 펀더멘털을 감안한 남은 골든타임은 앞으로 1분기"라면서 "글로벌 경기둔화로 인한 수출위축과 급격한 금리인상으로 인한 가계부채 부담증가 등 금융불균형 요인을 중점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유럽 경기둔화, 반도체 업황 우려 등으로 하반기 수출둔화 가능성이 큰 데다가 한국의 경우 기준금리가 중립수준을 넘어서고 있어 가계부채 등 서민경제 안정이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으로 지정학적 갈등이 확산하면서 경제·안보 블록화에 따른 공급망 교란과 재편이 더욱 가속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서철수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중 갈등이 심화될 경우 우리나라 산업별로 차별화된 영향이 발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품목이 중국과 대체재인 경우 수출 경쟁에 유리하겠지만 보완재의 경우 상호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당분간 경기침체가 예상되더라도 강력한 긴축으로 조기에 인플레이션을 잡아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박석길 제이피모건 이코노미스트는 "글로벌 인플레이션 추세가 3분기부터 안정화될 것으로 기대하나 추세가 지속가능한 경우도 상존한다"면서 "경기 둔화 위험에도 긴축을 통해 인플레이션 안정을 도모하는 것이 빠른 금융시장 안정과 경기회복을 위해 필요하다"고 했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 3고(高)의 끝은 고통스러운 경기침체인 만큼 금융시장 리스크·취약계층 금융애로에 관한 투트랙 대응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신용상 금융연구원 금융리스크센터장은 "가계·자영업 부채, 부동산 금융 등 취약부문 리스크를 중점 관리하고, 금융기관의 손실흡수능력도 선제적으로 강화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민생안정 금융지원과 함께 성실상환자 인센티브 강화 등 서민금융지원체계 개선 등을 통해 취약계층 지원의 효율성 개선도 병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영수 키움증권 이사도 "여신전문금융사·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직접금융시장 자금조달 비중이 높은 금융회사의 유동성·건전성에 대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면서 "채권시장 안정펀드, 국채시장 안정화 조치 등 시장 안정화 조치를 준비하고 부채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등 금융회사 유동성 위기에 대한 선제적 정책대응을 해야 한다"고 했다.
이에 김 위원장은 "금융시장 변동성 완화와 금융부문 잠재리스크 대응을 위한 정책적 노력을 지속 중이며 어려움이 예상되는 서민·취약계층과 한계차주의 금융애로 해소 지원을 위한 정책적 노력도 차질 없이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효과적인 정책대응을 위해서는 통계상으로 보이지 않는 금융시장의 실제적 현황을 적시성 있게 파악하는 것이 중요한 만큼 오늘 간담회를 시작으로 시장전문가 여러분들과 '원팀'을 이뤄 시장의 생생한 분위기를 가감없이 공유하고 시장상황을 함께 진단·대응해 나가고자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