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감독 넷플릭스 아니면 출연도 안 한다"...국내 미디어 사업자 어려움 호소

2022-07-21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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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 제작 비용 늘어나는데 가입자·광고 수익은 줄어"

유료방송 규제 과감히 없애 공정한 경쟁 환경 조성해야...통합 미디어 컨트롤타워도 필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21일 '디지털대전환 시대 미디어 산업 혁신방안 모색'이라는 주제로 국내 주요 미디어 사업자의 애로사항을 청취했다. [사진=강일용 기자]

넷플릭스, 유튜브 등 글로벌 미디어 플랫폼이 국내 미디어 시장을 대부분 잠식한 상황에서 국내 유료방송 사업자(케이블·IPTV·OTT)들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과거 유료방송 시장에 적용된 복잡한 규제를 타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모았다.

21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디지털대전환 시대 미디어 산업 혁신방안 모색'이라는 주제로 국내 주요 미디어 사업자의 애로사항을 청취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종우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선임연구위원은 "넷플릭스의 한국 진출로 국내 미디어 시장은 대격변을 맞이했다. OTT와 인터넷 미디어 플랫폼으로 유료 가입자와 광고가 대거 이동함에 따라 국내 유료방송 시장은 위험 단계에 이르렀다"며 "현행 칸막이(사일로)식 규제 제도는 신규 콘텐츠·서비스 등장에 제때 대처할 수 없는 만큼 미디어 영역을 크게 공공과 산업으로 나누고, 산업 영역은 사전 규제보다 콘텐츠의 사회·경제적 영향력을 사후 평가하는 방식으로 갈 필요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향후 정부의 미디어 정책은 △개방적 미디어 환경에 부합 △유료방송과 OTT의 공정한 경쟁 여건 조성 △시장친화적 규제요건 구성 등 세 가지 요건을 중심으로 전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CJ ENM, SK브로드밴드(SKB),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웨이브 등 국내 미디어 사업자들은 넷플릭스의 등장으로 국내 콘텐츠 제작 환경이 급변한 것에 따른 어려움을 토로했다.

CJ ENM은 정부가 넷플릭스의 국내 진출 이후 콘텐츠 제작비용이 급격히 늘어난 업계 현실을 고려해서 정책을 짜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장원 CJ ENM 부사장은 "콘텐츠 제작비 상승 현황이 심각하다. 국내 미디어 사업자는 유료 가입자 수가 정체되어 있고 광고 매출이 꾸준히 줄어듦에 따라 콘텐츠 제작을 위한 재원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반면, 넷플릭스는 스위트홈을 제작하며 회당 30억원을 투입했고 애플은 파친코에 회당 100억원을 배정했다"며 "국내 사업자는 (콘텐츠 제작의 근간인) 수신료 구조가 취약하다 보니 외부 펀드로부터 투자 유치도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SKB는 글로벌 OTT가 올려놓은 콘텐츠 제작비용이 국내 사업자에 부담으로 돌아올 것을 우려했다. 김혁 SKB 미디어CO담당은 "글로벌 OTT라는 새 콘텐츠 구매자가 생김에 따라 콘텐츠 제작량도 2019년 119개(드라마 기준)에서 2022년 150개로 늘었으며, 글로벌 OTT의 까다로운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평균 제작비도 같이 올랐다"며 "국내 미디어 사업자는 이렇게 올라간 평균 제작비를 감당할 재원이 부족하다. IPTV는 홈쇼핑 수수료, 콘텐츠 판매, 광고 등 세 가지 축에서 수익을 내는데, 다른 미디어 플랫폼의 성장으로 인해 모두 역성장했다"고 지적했다.

조한규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부사장은 "국내서 콘텐츠를 제작할 때 주연 배우나 감독이 넷플릭스에 공급하지 않으면 촬영하지 않겠다고 한다"며 "국내 플랫폼용 콘텐츠를 만들려면 이들을 달랠 수 있는 반대급부(비용)를 더 내야 한다"고 유료방송용 콘텐츠 제작에 따른 어려움을 밝혔다. 

웨이브는 넷플릭스뿐만 아니라 유튜브와도 경쟁해야 하는 국내 유료방송 사업자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희주 웨이브 실장은 "한국인 60%가 퇴근 후 유튜브를 보는 반면 지상파 방송을 보는 사람은 18%에 지나지 않는다. 60%를 제외하고 규제에 대한 얘기를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며 "유튜브, 넷플릭스에 중간광고 금지나 공익 콘텐츠 편성 등의 규제를 할 수 없다면 이들과 경쟁하는 모든 미디어 플랫폼에 대한 규제를 그들과 같은 수준으로 완화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한국 미디어의 미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천일 미디어정책 학회장(숙명여대 교수)은 "미국은 연방거래위원회(FTC)가 아닌 연방통신위원회(FCC)가 미디어 인수합병을 관리함으로써 업체 간 대규모 인수합병이 활발하다. 국내에서도 (규제 기관인) 공정거래위원회보다 (진흥 기관인) 과기정통부가 미디어 인수합병을 먼저 심의함으로써 관련 인수합병이 활발해지도록 할 필요성이 있다"며 "과기정통부가 미디어 콘텐츠 사업의 컨트롤타워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윤규 과기정통부 제2차관은 "글로벌 미디어 플랫폼이 국내에서 많은 활동을 하는 상황에서 국내 미디어·콘텐츠 사업자가 국내를 넘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을 할 계획"이라며 "과도한 규제로 인해 국내 사업자들이 어려움을 겪는 부분이 무엇인지 살펴보고 개선 방안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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