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무역 빨간불] 금융위기 이후 첫 4개월 연속 무역적자 '초읽기'

2022-07-21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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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10일 부산항 신선대부두 야적장에 컨테이너가 가득 쌓여 있다. [사진=연합뉴스]


7월 들어 20일까지 무역수지가 81억2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하고, 올해 누적 무역적자 규모는 180억 달러를 돌파했다. 국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고, 최대 교역국인 중국 수출 성장세가 꺾인 탓이다.

월말까지 이런 상황을 극복하지 못하면 우리나라 무역수지는 4개월 연속 적자 늪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금융위기였던 2008년 이후 14년 만이다.
 
7월 1~20일 무역수지 81억 달러 적자
21일 관세청이 발표한 '7월 1∼20일 수출입 현황'을 보면 통관 기준 수출 잠정치는 372억45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5% 늘었다.

이 기간 조업일수는 15.5일로 지난해와 동일해, 일평균 수출액 증가율도 14.5%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수입액은 453억4800만 달러로 1년 전보다 25.4% 증가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6월부터 13개월 연속 수입 증가율이 수출 증가율을 웃돌았다.

수입액이 수출액을 크게 앞지르며 이달 1∼20일 무역수지는 81억2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기록한 36억3600만 달러 적자보다 2배 이상 많은 적자액이다.

효자 품목 수출이 늘었지만 원유를 비롯한 국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한 탓이다. 

7월 들어 20일까지 반도체(13.2%), 석유제품(109.7%), 철강제품(5.0%), 승용차(15.0%), 자동차부품(10.5%) 등의 수출액은 1년 전보다 늘며 호조세를 보였다. 반면 무선통신기기(-12.2%), 정밀기기(-2.4%), 컴퓨터 주변기기(-12.1%), 가전제품(-2.3%) 등은 감소했다.

여기에 원유(107.5%), 반도체(35.7%), 가스(43.1%), 석탄(148.9%), 석유제품(21.9%) 등의 수입액이 크게 늘었다.

특히 3대 에너지원으로 꼽히는 원유·가스·석탄 수입액은 총 128억98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65억7800만 달러보다 96.1%나 증가했다. 품목별로는 원유 수입액이 81억6900만 달러, 가스는 24억9300만 달러, 석탄은 22억3600만 달러를 각각 기록했다.

우리나라 최대 교역국인 중국향 수출이 역성장한 것도 악재로 작용했다. 대중국 무역수지는 지난 5월 11억 달러 적자를 내며 1994년 8월 이후 27년 9개월 만에 첫 무역적자가 발생했다.

이어 6월에도 12억1400만 달러 적자를 보이며 2개월 연속 무역적자를 기록했다. 이달 들어서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7월 1~20일 대중 수출액은 80억7600만 달러로 1년 전보다 2.5% 줄었다. 반면 수입액은 23.5% 늘어난 96억1500만 달러를 기록하며 15억3900만 달러 적자를 냈다.
 

지난 5일 서울 시내 한 주유소 앞을 시민이 걸어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4개월 연속 무역적자 가시화

수입액이 수출액을 앞지르는 상황이 계속되면서 무역적자가 4개월 연속 이어질 가능성이 한층 커졌다.

산업통상자원부와 관세청 자료를 보면 올해 1월 무역수지는 47억42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2월에는 9억 달러 흑자로 전환하며 지난해 12월(-4억2600만 달러)부터 2개월째 이어지던 무역적자 고리를 끊었다. 지난 3월에도 2억1200만 달러 흑자를 거두며 호조세를 이어갔다. 애초 3월 무역수지는 1억4000만 달러 적자로 잠정 집계됐으나 확정치에선 2억1000만 달러 흑자로 정정됐다.

하지만 4월 들어 다시 무역적자로 돌아섰다. 수출은 578억5800만 달러로 1년 전보다 12.6% 늘고, 수입은 603억2300만 달러로 18.6% 증가했다. 무역수지는 24억6500만 달러 적자로 집계됐다.

5월 수출액은 615억10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21.3% 늘었다. 5월을 기준으로 역대 가장 많은 수출액이다. 역대 모든 월 기준으로도 올해 3월(637억9000만 달러) 이후 두 번째로 높다. 그러나 수입액도 급증하면서 무역수지는 적자에 머물렀다. 수입은 32% 증가한 632억2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무역수지는 17억10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6월 들어 상황은 더욱 나빠졌다. 지난달 수출액은 576억2600만 달러로 1년 전보다 5.2% 증가하는 데 그쳤다. 두 자릿수 성장률도 한 자릿수로 꺾였다. 반면 수입은 602억 달러로 19.4%나 늘었다. 이로써 6월 무역수지는 25억75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이달도 마찬가지다. 이달 1~20일 무역수지 적자액은 벌써 81억200만 달러에 달한다. 통상 월말로 갈수록 수출액이 늘어나기는 하지만 수입액이 더 많은 지금의 추세가 이어지면 무역적자를 피할 수 없다.

7월까지 무역수지가 적자를 보이면 4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하게 된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6∼9월) 이후 14년 만에 처음이다.

누적 적자액이 불어나는 점도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올해 1월 1일부터 7월 20일까지 수출액은 총 3877억원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5% 증가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수입액이 26.1% 늘어난 4061억5900만 달러를 기록하며, 무역수지는 184억5800만 달러 적자에 머물렀다. 1년 전 136억6400만 달러 흑자였던 무역수지가 적자로 전환한 것이다. 

이미 지난 상반기(1~6월) 무역수지는 103억 달러 적자로, 상반기 기준 역대 최대 적자액을 기록했다. 

전망도 좋지 않다. 기획재정부는 20일 발표한 '최근 경제동향 7월호(그린북)'에서 "중국 성장 둔화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등 대외 여건 악화 지속 등으로 물가 상승세가 확대되고, 향후 수출 회복세 제약 등으로 경기 둔화 우려된다"고 내다봤다.
 

지난 17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군 탱크가 동부 돈바스 지역의 전선과 멀지 않은 지점에서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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