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닫는 코넥스] 코스닥 등용문 옛말… 불량기업만 수두룩

2022-07-20 17:01
  • 글자크기 설정

코스닥 허들 낮아져 찬밥 전락… 연초 이후 상폐기업만 10개



코스닥 시장의 등용문, 강소기업의 요람으로 불리며 출발한 코넥스(KONEX, Korea New Exchange) 시장이 해가 지날수록 전진 아닌 퇴보를 이어가고 있다. 상장기업 수는 급격히 줄어든 대신 감사의견 거절 등으로 상장 폐지되는 기업들이 늘면서 시장에 대한 신뢰성마저 의심받고 있다.
 
◆올해 감사의견 거절 상장폐지 5개사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연초 이후 최근까지 코넥스 시장에 상장한 기업 중 상장폐지된 기업은 10개사로 나타났다. 비플라이소프트와 인카금융, 에드바이오텍은 코스닥 시장으로 이전상장하면서 자연스럽게 시장에서 빠지게 됐지만 감사의견 거절로 상장폐지된 회사는 5개사로 전체의 50%에 달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이전상장은 숫자는 3건으로 같은 반면 감사의견 건수는 전년 0건에 비해 크게 증가한 것이다. 이전 연도인 2020년 1월부터 7월 중순까지 9건의 상장폐지가 있었다. 감사의견 거절이 3건, 지정자문인 선임계약 해지 후 미체결은 2건 등으로 집계됐다. 반대로 이전상장은 2건에 불과했다.
 
오히려 코넥스시장 신규상장 건수는 줄어드는 추세다. 올해 코넥스에 신규상장한 기업은 3곳에 불과하다. 지난 2016년 50곳에서 2017년 29곳으로 감소한 뒤 2018년 21곳, 2019년 17곳, 2020년 12곳, 2021년 7곳 등으로 매년 빠르게 줄고 있다.
 
코넥스 시장 상장 기업들의 상장폐지 러시는 자금력이 낮은 중소형 기업들이 최근 경기둔화 등으로 이익 훼손이 이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 지난 6월 16일 외부감사인의 감사의견 거절로 코넥스 시장에서 퇴출된 티티씨디펜스의 경우 자본총계(-142억2838만원)가 자본금(50억원)보다 낮은 자본잠식 상태에 있었고 인터코스, 미애부, 엠앤씨생명과학 등도 자본잠식 상태였다.
 
아울러 케어룸의료산업의 경우 유지비 절감을 위해 올해 1월 자진으로 상장폐지를 결정한 바 있다. 당시 회사 측은 “공장부지 매입 및 공장 신축에 따른 부채 비율 증가와 상장사 유지비용이 증가하면서 원가 및 경비 절감에 주력하고자 상장폐지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당국 집중 지원에도 코넥스 찬밥… 이유는?
 
금융당국이 코넥스 시장 활성화를 위해 팔을 걷었지만 여전히 찬밥 신세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코넥스 시장 신규상장 건수가 줄어드는 것과 관련해 코스닥 상장 요건 완화를 이유로 꼽는다. 거래소는 지난 2013년부터 기술특례상장 적용 대상을 확대하고, 적자 기업에도 상장 기회를 제공하는 ‘테슬라 요건’을 도입한 바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코스닥 상장 기준이 낮아지면서 코넥스에 상장하지 않아도 코스닥 시장에 곧바로 상장하는 방법이 다양해졌다”며 “또 기업들에 대한 정보를 접하기가 어려워 투자자들의 발길이 끊긴 것도 코넥스 소외 현상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이는 거래대금에서도 드러난다. 지난 6월 코넥스 시장의 일 평균 거래액은 26억6500만원으로 작년 6월(72억1200만원) 대비 반토막 수준으로 떨어졌다. 증시가 불안한 흐름을 나타내면서 코넥스 시장도 직격탄을 맞은 셈이다.
 
현재 금융당국은 코넥스 시장 활성화에 적극적인 행보를 이어오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5월 2일부터 3000만원 이상이던 기본예탁금 제도와 3000만원 한도의 소액투자 전용계좌 제도를 폐지한 바 있다. 또 코넥스 시장에서 코스닥 시장으로의 이전상장이 빠르게 이뤄질 수 있도록 매출액과 영업이익 등 재무 요건에 대한 평가 없이 시가총액 및 유동성 평가를 중심으로 이전상장이 가능토록 규제를 완화했다.
 
아울러 코넥스 기업들의 상장 유지 부담을 덜기 위해 상장 후 지정자문인의 공시대리 기간을 1년으로 단축했다. 이를 통해 연간 4000만~5000만원에 달하는 지정자문인 수수료 부담을 줄였다.
 
◆코넥스 시장 활성화 답 없을까?
 
정부의 이같은 지원에도 코넥스 시장 활성화는 쉽지 않다는 게 금융투자업계의 설명이다. 상장 완화와 신속 이전상장 등 이미 쓸 수 있는 카드는 다 나온 셈이다. 규제를 더 풀면 오히려 시장 신뢰도가 떨어져 역풍을 맞을 수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코넥스 시장 활성화를 위해 현재 정부가 할 수 있는 카드는 모두 쓴 셈”이라며 “만일 상장 기준을 더 낮출 경우 투자자들이 받을 수 있는 피해도 함께 커지는 만큼 더 이상 상장문턱을 낮추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코넥스 투자자들이 대부분 개인들로 구성돼 있는 만큼 기관 투자자들의 유입을 이끌 요소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실제 지난 6월 코넥스 누적 매수금액 533억원 중 375억원이 개인들이 차지했다.
 
또 기업과 시장에 대한 홍보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동현 리서치알음 대표는 “코넥스 시장에 대한 인지도가 코스피와 코스닥에 비해 크게 떨어져 있는 만큼 시장과 기업들을 알리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다양한 기업분석 보고서와 더불어 기업설명회(IR)도 반기에 한번 정도 정기적으로 개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코넥스 시장의 태생적인 한계가 분명한 만큼, 코스닥 시장과 통합 운영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조언도 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위험도가 기존 시장보다 상대적으로 높아 활성화가 이뤄지기에는 태생적인 한계가 분명히 있다”면서 “코넥스와 코스닥 시장을 단계적으로 통합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