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딸기 찾기(上)] 10년 만에 국산 품종 보급률 10배로

2022-07-1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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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품종 몰아내고 국내 개발 품종이 96.4% 차지

흰가루병 등 각종 바이러스에 강하고 당도도 높아

농진청 "신품종 육성 연구 박차...우수성 알릴 것"

<편집자주> 전 세계에 한류 열풍이 부는 가운데 국내 농가에도 K-품종이 보급돼 수출 효자로 자리매김했다. 대표적 K-품종인 딸기는 일본 품종을 몰아낸 주역으로 꼽힌다. 아주경제는 농촌진흥청과 성공적인 딸기 정착 과정을 살펴보고 '제2의 딸기'가 되길 기다리고 있는 K-품종을 조명한다.
 

지난 3월 24일 서울 시내 이마트에 딸기 판매대 모습. [사진=연합뉴스]

2005년 9.2%에 불과하던 국내 육성 딸기 품종 보급률이 4년 만에 외국 품종을 역전했다. 외국 품종은 사실상 자취를 감췄으며 K-딸기는 이제 국내를 넘어 수출 효자로 입지를 다져가고 있다.

16일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국내 육성 딸기 품종 보급률은 2015년 90%를 넘어 지난해 9월 역대 최대치인 96.3%를 차지했다.
과거 한국 딸기 농가는 ‘육보’와 ‘장희’라는 품종을 키워왔다. 일본에서 개발된 두 품종은 맛이 우수하고, 저장성이 높아 농가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다. 2005년 일본 품종 점유율은 85.9%로 사실상 대부분 농가가 일본 품종을 키운 것이다. 이후 국내 품종이 농가에 보급되자 일본 품종 점유율은 2010년 36.9%에서 지난해에는 3.6%까지 떨어졌다.

일본 품종을 몰아낸 1등 공신은 지난해 점유율 84.5%를 차지한 ‘설향’이다. 2005년 충남농업기술원 딸기연구소에서 개발한 ‘설향’은 당도 10.4브릭스에 과실이 크고 수량이 많다. 설향은 초세(식물세력)가 왕성하며 크기가 큰 대과성, 수량이 많은 다수성을 갖췄다.

또한 가온을 통해 빨리 재배 수확을 하는 촉성재배를 진행할 수 있다. 촉성재배 시 딸기는 3월 육묘를 시작해 11월부터 겨울 동안 수확할 수 있다.

설향은 흰가루병에도 강하고 과즙이 풍부해 농민과 소비자 모두에게 호평받고 있다. 비닐하우스 등 시설 재배에서 많이 발생하는 흰가루병은 작물 잎이 시드는 것을 시작으로 결국 식물체 전체를 말라 죽게 만든다.

설향 다음으로는 경남농업기술원에서 육성한 ‘금실’이 주목받고 있다. 당도 11.4브릭스로 설향보다 달콤한 ‘금실’은 열매가 단단해 내수와 수출이 가능한 품종으로 평가받으며 재배가 늘고 있다. 금실은 매향보다도 개화기가 일주일 정도 빠르며 평균 과중이 20.4g으로 중대과 생산이 가능하다.

3위 품종은 담양군농업기술센터에서 육성한 ‘죽향’이다. 죽향 당도는 12.8브릭스이며 품질도 좋다. 출하는 12월부터 시작되며 과피가 단단하여 유통성이 양호하다.

4위는 저온기 기형과율이 높지만, 맛과 유통성이 우수해 수출용으로 재배되는 ‘매향’이다. 이외 농진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이 육성한 ‘대왕’은 고당도에 외관이 우수해 경도가 강한 특징이 있으며 아리향은 과실 크기가 균일해 수량성을 확보할 수 있다.
 

[그래픽=아주경제]

현재 국내 딸기 재배면적은 5683헥타르(ha)다. 2005년 6457억원에 불과하던 딸기 생산액은 15년 사이 1.9배 늘어나 2020년 1조227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체 채소 생산액 약 11조2000억원 중 10.9%를 차지하며 채소 작물 중 가장 큰 규모다.

재배방식은 토양에서 수경재배로 전환되는 분위기다. 수경재배란 자연 토양이 아니라 물이나 양분 배양액을 녹인 인공 토양에서 작물을 기르는 재배 방식이다. 10년 전 딸기 농가 토양재배와 수경재배 비율은 각각 97.4%와 2.6%로 압도적인 차이가 났으나, 현재 토양재배는 64.5%, 수경재배는 35.5%로 격차가 좁혀졌다.

국내 품종 딸기는 수출 효자 노릇도 하고 있다. 2020년 기준 딸기 수출량은 4823톤(t), 금액으로는 5474만7000달러로 2005년 수출액(440만6000달러)보다 약 12배 증가했다. 주요 수출 품종은 ‘금실’, ‘매향’ 등이다. 현재 국내 580여 농가 중 수출용 딸기를 재배하는 면적은 약 285ha로 집계된다. 금실 비중이 49.23%로 가장 많으며 설향(28.96%), 매향(20.39%) 등 순이다.

주요 수출국은 홍콩·싱가포르·태국·베트남·말레이시아 등이다. 지난해 홍콩 수출액은 1736만 달러로 가장 많았다. 이어 싱가포르(1404만1000달러), 태국(772만7000달러), 베트남(651만6000달러), 말레이시아(377만9000달러) 등 순이다. 과거 국내 딸기 재배에 지배력을 갖고 있던 일본에도 지난해에만 61만5000달러어치를 수출했다.

농진청은 지난해 12월 온도와 습도를 비롯해 산소, 이산화탄소, 에틸렌 등 대기 환경을 조절하는 CA(Controlled Atmosphere) 컨테이너에 딸기 약 1500㎏을 실어 홍콩으로 시범 수출한 바 있다. 농진청 관계자는 “수송 기간이 2주가 걸렸음에도 불구하고 금실·아리향의 품질이 유지돼 현지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말했다.

홍콩 수출업체 관계자는 “CA 저장 기술 덕분에 우리 딸기의 우수한 품질을 홍콩 시장에 알릴 수 있어 자부심을 느낀다”며 “한국의 농식품 수출이 역대 최고 실적을 올리고 있는 상황에서 CA 컨테이너 도입으로 한국 농산물의 위상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농진청은 설향, 금실, 죽향 등에 그치지 않고 다음 세대 딸기 품종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06년 농진청이 설립한 딸기연구사업단은 전국 도농업기술원·시군농업기술센터와 공동 연구를 통해 딸기 우량 품종 개발과 보급에 앞장서고 있다. 또한 채소·화훼·과수·버섯 등 네 분야 13개 작목에 대한 국산화 사업도 진행 중이다.

지난해부터는 인공지능(AI) 기술을 접목한 ‘최적 환경안내 서비스’를 시범적으로 운영해 딸기 재배 농업인 수요를 파악해 전략적으로 딸기 재배 기술을 관리하고 있다. 겨울철 재배 정밀 환경 관리로 딸기 수확기를 앞당기고 작기 전체의 안정적인 생산량을 유지하기 위해 시기별로 환경을 관리한다.

농진청의 국내 품종 육성 노력에 농가도 수익 개선 기대감을 갖고 있다. 한 딸기 농가 관계자는 “소비자 취향을 반영하는 다양한 신품종이 개발돼 농가 소득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며 기대감을 표했다.

이우문 농진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채소과 과장은 “당도와 경도가 우수하고 저온기 기형과 발생이 적은 신품종 육성 연구를 진행 중”이라며 “농민들이 품질 좋은 딸기를 생산할 수 있도록 재배 지침을 개발해 보급함으로써 국산 딸기 신품종의 우수성을 알리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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