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한번에 기준금리 0.5%포인트를 인상하는 '빅 스텝'을 단행한 가운데 시중은행들이 속속 예·적금 금리 인상에 나서고 있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이날부터 예·적금 30종 기본금리를 최대 0.9%포인트 인상한다고 밝혔다. 하나은행 수신금리 인상 대상은 적금 22종, 예금 8종이며, 적립식예금(적금) 금리는 0.25~0.8%포인트, 거치식예금(정기예금) 금리는 0.5~0.9%포인트 인상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번 조치에 따라 하나은행 ‘내집마련 더블업 적금’(1년 만기)은 0.25%포인트 오른 최고 연 5.0~5.5% 금리를 적용받을 수 있다. 또한 월복리 적금 상품인 △주거래하나 월복리 적금 △급여하나 월복리 적금 △연금하나 월복리 적금 금리는 1년 만기 기준 최고 3.2%에서 3.7%, 3년 만기 기준 최고 3.5%에서 4%로 각각 0.5%포인트씩 인상된다. ‘3·6·9 정기예금(1년제 상품)’은 기본금리가 최대 0.85%포인트 상향 조정돼 연 2.8%가 적용된다.
우리은행 역시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회의 직후 주요 수신상품 금리를 최대 0.8%포인트 즉각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비대면 전용 '우리 첫거래우대 예금' 금리는 최고 연 3.10%에서 최고 연 3.60%로 상승했다. 적금 상품 가운데서는 '우리 SUPER주거래 적금' 금리가 최고 연 3.65%에서 최고 연 4.15%로 인상됐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비대면 상품뿐 아니라 영업점에서 판매 중인 대부분 적금 상품에 대해서도 금리를 0.2~0.8%포인트 인상했다"고 설명했다.
여타 은행들도 수신금리 인상을 검토하거나 준비 중이다. KB국민은행은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폭과 시장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다음 주 초 예·적금 금리를 인상할 예정이다. 앞서 지난 8일 수신금리를 최고 0.7%포인트 상향 조정한 신한은행 역시 이번 빅 스텝에 따른 후속 조치로 일부 수신상품에 한해 추가 금리 인상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들이 이처럼 수신금리 인상에 나서는 것은 전날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상한 데 따른 것이다. 한은 금통위는 사상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리는 '빅 스텝'을 단행해 기존 1.75% 수준이던 국내 기준금리는 2.25%로 뛰어올랐다. 국내 기준금리가 2.25%에 도달한 것은 7년 11개월 만이다. 사상 유례없는 큰 폭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은행 수신금리 인상 폭 역시 최대 1%포인트에 육박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금리 상승에 따른 예대마진 확대와 '이자 장사'에 대한 비판이 잇따르면서 기준금리 상승분에 대한 예·적금 금리가 과거보다 속도감 있게 반영되고 있다.
한편 은행권에서는 이 같은 수신금리 인상 움직임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한은이 물가 안정을 목적으로 추가적인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하고 있는 데다 금융당국이 예대금리차 축소를 주문하면서 대출금리 인하와 수신금리 인상에 대한 압박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하반기에도 은행권을 비롯한 금융권에서는 수신금리 인상 행렬이 계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