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기준금리를 한번에 0.5%포인트 인상하는 사상 초유의 ‘빅 스텝’을 단행했지만 코스피 지수는 상승 마감했다. 기준금리 인상을 ‘불확실성 해소’로 인식하고 기관을 중심으로 한 투자자들 유입이 이어진 결과다. 다만 한국 시간으로 13일 오후 9시 30분 발표 예정인 6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에 대한 경계심리가 유입되며 지수는 상승 폭을 축소하며 장을 마쳤다.
이날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10.85포인트(0.47%) 오른 2328.61으로 장을 마쳤다. 개인과 외국인이 각각 2568억원, 995억원어치 순매도한 반면 기관은 3567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이날 코스닥지수도 12.38포인트(1.65%) 오른 763.16으로 거래를 마쳤다. 개인이 678억원어치 순매도한 반면 외국인과 기관은 10억원, 735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코스피는 장 초반 불안한 등락 이후 한국은행의 빅 스텝 발표를 기점으로 상승세를 기록했다”며 “금통위 결과와 내용은 전반적으로 매파적이었으나 선반영 인식과 오히려 불확실성 해소 심리 유입에 증시는 강세로 전환됐다”고 말했다. 이어 “원화 강세로 인한 원·달러 환율 하락으로 장 중 외국인 순매수 전환도 코스피 상승을 지지했다”면서 “다만 외국인 거래 규모가 다소 적고 다시금 순매도로 전환한 점은 추가 상승을 제한했다”고 평가했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도 “오전 금통위가 금리 인상을 발표한 이후 불확실성이 해소되며 증시는 상승세를 유지했다”면서 “다만 미국 6월 CPI 발표에 대한 경계심과 중국 증시 하락 전환에 상승 폭은 일부 축소됐다”고 말했다.
이날 시장에서는 기준금리보다 CPI 경계심에 주목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한은의 강한 매파 기조로 환율이 반락하고 외국인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시장은 안정된 모습을 나타냈다”면서도 “미국 CPI 발표를 앞두고 있는 상황이라 신중한 시장 접근이 필요해 보인다”고 조언했다.
업종별로는 섬유의복(4.02%)과 비금속광물(2.01%), 운수창고(1.86%), 서비스업(1.69%), 음식료업(1.42%), 운수장비(1.19%), 철강금속(1.02%)이 올랐으며, 의료정밀(-1.78%), 보험(-1.09%), 전기가스업(-0.94%) 등은 부진했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 중 SK하이닉스(0.75%), 현대차(2.51%), 네이버(1.71%), 기아(1.40%), 카카오(2.28%)가 강세를 보였고, 삼성전자(-0.17%), LG에너지솔루션(-0.25%), 삼성바이오로직스(-0.24%)는 하락 마감했다.
이날 빅 스텝 고비를 넘겼다면 다음 고비는 문제는 6월 CPI다. 현재 시장 컨센서스는 전년 동월 대비 8.8% 증가로 맞춰져 있다. 이는 전월(8.6%) 대비 높은 수준이다. 높은 물가 수준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기준금리 인상 명분이 된다. 최근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하는 자이언트 스텝을 통해 금리를 빠르게 올린 만큼 7월 FOMC에서도 매파적인 행보를 이어갈 수 있다는 얘기다.
김중원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CPI와 상관성이 높은 미국 휘발유 평균 가격이 6월에도 전월 대비 10.7% 높은 갤런당 5.03달러를 기록했다는 점은 6월 CPI 쇼크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라며 “지난 6월 발표된 영국 5월 CPI가 9.1%를 기록했는데 미국 6월 CPI가 9%대를 기록한다면 변동성 확대는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채현기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주 가장 주목해야 하는 이벤트는 미국 6월 CPI”라며 “증시는 미국 6월 CPI 발표에 따라 이를 소화하는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