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12일 오전 8시 30분께 을지로3가역 인근 교차로. 한 택시가 개정된 도로교통법에 따라 녹색 불이지만 보행자 없이 비어 있는 횡단보도 앞에서 일시 정지를 했다. 하지만 곧 이어 위험천만한 사태가 벌어졌다. 택시를 뒤따라 우회전을 하려던 트럭이 경적을 울리며 택시를 지나쳐 1차선으로 불법 우회전을 시도한 것이다. 다행히 사고는 없었지만 지나가는 행인들은 아찔한 상황을 지켜보며 심호흡을 내뱉었다.
횡단보도 앞 일시 정지 의무를 골자로 한 개정 도로교통법이 시행된 첫날부터 도로에서는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
개정된 도로교통법 제27조 1항에 따르면 모든 차량 운전자는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거나 건너려고 하는 때에는 횡단보도 앞에 일시 정지해야 한다. 종전에는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을 때만 차량 일시 정지 의무가 있었다면 앞으로는 보행자가 길을 건너려고만 해도 일단 멈춰야 한다. 사실상 보행자가 횡단보도 입구에 서 있는 게 보이기만 해도 일시 정지해야 한다.
특히 어린이보호구역 내 신호기가 설치되지 않은 횡단보도 주변에서는 보행자 유무와 관계없이 무조건 일단 정지해야 한다. 여기서 횡단보도는 보행신호가 있는 곳은 물론 신호가 없는 무신호 횡단보도도 모두 포함된다. 해당 조항은 12일부터 시행된다. 이 같은 법규를 위반하는 운전자에게는 범칙금 6만원(승용차 기준)과 벌점 10점이 부과된다.
보행자와 사고까지 낸다면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상 12대 중과실에 해당돼 5년 이하 금고나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경찰은 "최근 도로교통법이 다소 자주 개정되다 보니 특히 '우회전 방법'과 관련해 혼란을 느끼는 운전자들이 있다"며 "우회전 요령과 관련해 핵심은 보행자 확인"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러한 법 개정에 운전자들은 홍보 부족과 실효성 등을 언급하며 아쉬움을 토로하고 있다.
자차로 서울 서초동으로 출퇴근을 한다는 직장인 B씨(39)는 “12일부터 개정된 법이 시행된다는 이야기를 처음 들었다. 보행자 안전을 중시하려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홍보에 조금 더 신경을 썼어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을지로로 출퇴근하는 직장인 B씨(31)는 “을지로 인근은 차량이 많지만 왕복 4차로여서 골목으로 운행해야 할 때가 많다”며 “두 개 차로 중 한 개 차로를 차량이 점유한 상태인데 우회전할 때마다 사실상 멈췄다 가야 한다면 안 그래도 심한 정체가 더 악화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날부터 주택가, 상가 이면도로 등 보도와 차도가 분리되지 않은 도로에서 보행자가 차량을 피하지 않고도 통행할 수 있는 보행자우선도로 제도가 전국 21곳에 우선 도입된다.
행정안전부와 경찰청은 보행자우선도로를 도입하는 일명 '보행안전법'과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이날부터 시행된다고 밝힌 바 있다.
보행자우선도로에서 보행자는 도로 전 부분으로 통행할 수 있지만 운전자에겐 서행, 일시정지 등 의무가 부여된다. 불이행 시 범칙금을 물게 된다.
한편 경찰은 이러한 법 개정에 따라 한 달간 계도·단속 등 특별 교통 안전 활동을 벌인다.
서울경찰청은 계도 기간 한 달 동안 주요 개정 사항에 대해 시민들을 대상으로 홍보물 배부, 교통지도 등 계도·홍보활동에 나선다. 계도 기간이 끝나면 상시 단속으로 전환된다.
법규 위반 사실이 영상기록 매체에 찍혔을 때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는 항목도 13개에서 26개로 늘어난다. 경찰은 이에 따라 캠코더 등을 활용한 단속 활동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보행자 중심 교통 문화가 조속히 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법규를 준수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