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유로=1달러' 코앞…패리티 무너지나 "0.95달러까지 내릴수도"

2022-07-12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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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화 0.95달러까지 하락" 전망도

ECB 어쩔 수 없이 비둘기파로 남나

미국 달러와 유로 가치가 1대 1인 ‘패리티(1유로=1달러, 등가)에 가까워졌다. 글로벌 경기침체 속에서 미국만은 잘 버텨낼 것이란 기대감에 달러 강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유로 가치는 속절없이 하락한 영향이다. 유로의 달러 환산 가치가 0.95달러까지 내려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유로화 0.95달러까지 하락" 전망도

유로화 [사진=신화통신·연합뉴스] 

12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경기침체 우려에 유로 가치가 속절없이 하락했다. 투자자들의 위험회피 심리가 강해지면서 미국 달러는 랠리를 이어갔지만, 유로는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패리티가 무너질 위기다.
 
이날 아시아 외환시장에서 유로화값은 전장 대비 1.3% 하락하며, 1유로의 가치가 1.0005달러까지 내려갔다. 이는 2002년 이후 20여 년 만에 최저치다.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 인덱스는 한때 108.5까지 오르는 등 2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블룸버그는 “유로 가치의 하락 추세가 빠르고 잔인했다”고 전했다. 올해 2월만 해도 유로는 1유로당 1.15달러 선에서 거래됐다. 그러나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공격적인 금리인상에 달러 가치가 급등한 반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유로존의 경제에 그림자가 드리우면서 유로화 가치는 추락했다.
 
유니크레디트 애널리스트들은 이날 메모를 통해 “외환시장과 자산시장 전반에는 연준이 앞으로 금리를 인상할 여지가 많다는 공통된 인식이 퍼져있다”고 했다. 이어 “반면, 유럽중앙은행(ECB)과 영국 잉글랜드은행(BOE) 등은 이들 국가 경제가 에너지 위기에 직접적으로 노출돼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금리인상에) 더 신중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글로벌 경제 부문장인 제니퍼 맥키운은 유로화 약세가 유럽 경제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봤다. 그는 “사람들은 종종 유로화 약세가 (유럽의) 수출에 좋다고 말한다”며 “그러나 현재로서는 (유로화 약세는) 부정적인 것으로 간주된다”고 말했다. 그는 “(유로화 가치 하락은) 수입 상품 가격이 올라 인플레이션 압력을 가중한다”며 “이는 ECB가 정말로 원하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유로화 약세가 심화할 것으로 본다. 패리티가 무너져 유로의 달러 환산 가치가 0.95달러까지 내려갈 수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도이체방크의 환율 전략가인 조지 사라벨로스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이처럼 말하며 러시아가 유럽에 천연가스를 공급하는 파이프라인인 ‘노드스트림1’에 주목했다.
 
러시아 국영 에너지기업 가스프롬의 자회사인 노드스트림 AG는 11~21일까지 열흘간 가스 공급을 중단하기로 했다. 표면적인 이유는 가스관 점검이지만, 유럽은 러시아가 점검을 끝난 뒤에도 가스 공급을 재개하지 않을 수 있는 점을 우려한다.
 
사라벨로스는 “유지 보수 기간이 지나서 가스 공급이 재개되더라도 (에너지) 리스크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씨티그룹의 애널리스트인 톰 피츠패트릭 역시 유로의 달러 환산 가치가 0.95달러까지 하락할 것으로 봤다.
 
더 비관적인 전망도 있다. 제프리즈의 글로벌 통화 책임자인 브래드 벡텔은 “연준의 공격적인 태도와 유럽이 수많은 문제로 인해서 달러를 보유하는 움직임에 반대하기 어렵다”며 “시장의 많은 사람이 패리티 붕괴를 목표로 삼았기 때문에 (유로 가치가) 단기적으로 하락하는 것은 놀랍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CB, 어쩔 수 없이 비둘기파로 남나
ECB는 앞서 통화정책을 긴축으로 선회하겠다고 거듭 밝혔지만, 시장은 계획처럼 금리인상이 수월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 경기침체 위험이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경제적 충격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가능한한 비둘기파적인 태도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영국 자산운용사 LGIM(Legal & General Investment Management)의 최고투자책임자(CIO)인 손자 라우드는 “유럽의 경기침체가 더 일찍 발생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미국은 에너지 수출국이지만, 유럽은 수입국이다. 에너지 환경이 모든 차이를 만든다”고 말했다.
 
발디스 돔브로브스키스 EU 수석 부집행위원장은 이날 유로존 재무장관 회의를 앞두고 이뤄진 기자회견에서 “러시아의 가스 공급 완전 차단은 배제할 수 없는 위험”이라며 “오는 14일 EU 집행위원회가 새 경제지표를 발표하면서 물가상승률 예상치를 상향 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EU집행위원회는 이번 주 중 새로운 경제 전망을 발표할 예정이다. 만약 인플레이션 전망이 높아지면 ECB의 금리인상 움직임에 압력이 가해질 수 있다고 CNBC는 전했다. ECB는 다음 주 열리는 통화정책 회의에서 11년 만에 처음으로 금리를 인상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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