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대출행태 서베이] 대출규제 강화됐지만… 은행권 "가계대출 문턱 낮추겠다"

2022-07-1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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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어든 가계대출 증가세 회복 목적

금리인상으로 가계대출 수요 감소 전망

기업대출 수요 늘었지만... 은행권 '엄격 관리'

서울의 한 시중은행 앞에 붙은 대출 상품 홍보 현수막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국내 은행들이 지난 2분기에 이어 3분기에도 가계대출 문턱을 낮출 예정이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대출 규제, 기준금리 인상으로 둔화된 가계대출 성장세를 회복하기 위해서다. 다만 은행권의 바람과 달리 대출을 받으려는 고객은 줄어들 전망이다. 기준금리가 빠르게 올라가면서 대출금리도 큰 폭으로 상승한 영향이다. 반대로 기업대출 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금리 인상으로 회사채 발행에 부담을 느낀 기업들이 은행 대출에 몰린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은행들은 국내외 경제의 불확실성이 확대돼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의 신용위험이 더 커질 것으로 보고 기업대출을 엄격하게 관리한다는 방침이다.
 
은행들, 가계대출 성장 둔화 만회 예고
11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2년 2분기 대출행태 서베이’에 따르면, 국내 은행의 3분기 대출태도지수는 6으로 전망됐다. 이는 전 분기 대비 13포인트 낮은 수치다. 이 지수가 양(+)이면 ‘신용위험·대출수요 증가’, ‘대출태도 완화’라고 응답한 금융기관의 수가 ‘신용위험·대출수요 감소’, ‘대출태도 강화’라고 답한 금융기관의 수보다 많다는 의미다. 즉 은행권이 3분기에도 대출 문턱을 낮추는 기조를 유지한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국내 은행의 가계주택 대출태도지수는 전 분기 대비 17포인트 줄어든 14, 가계일반 대출태도지수는 전 분기와 같은 19였다. 한국은행은 지난 몇 개월간 가계대출 증가율이 둔화되고 있어 은행이 가계대출에 완화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지난해 1월 은행권 가계대출 증가율(전년 동기 대비)은 11.4%였지만, 지난 1월 6.2%, 4월에 2.8%로 점점 줄었다.
 
국내 주요 은행은 지난 4월 신용대출 상품의 한도를 ‘연소득’에서 ‘연소득 이상’으로 늘렸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총량 규제 이전으로 대출 한도를 되돌린 것이다. 마이너스통장 한도 또한 최소 3000만원에서 최대 2억원까지 늘었고, 전세자금대출과 주택담보대출 상품의 금리를 소폭 낮췄다.

다만 차주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이달부터 확대되면서 은행권의 주택대출 증가율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DSR는 연간 총부채 원리금 상환액을 연소득으로 나눈 비율이다. 이달부터 총대출액이 1억원 이상(이전에는 2억원 이상)인 대출자에 DSR 40%가 적용된다.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소득의 40%를 넘을 수 없다는 의미다.

은행들의 바람과 달리 대출을 받으려는 고객은 줄어들 전망이다. 기준금리가 빠르게 올라가면서 대출금리도 큰 폭으로 상승한 탓이다. 3분기 가계주택 대출수요지수와 가계일반 대출수요지수는 각각 –6, –19를 기록했다.
 

[그래픽=아주경제 DB]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 커져... 기업대출은 엄격 관리
은행권은 기업대출을 더 조일 전망이다. 대기업 대출태도지수는 전 분기 대비 9포인트 줄어든 –6, 중소기업 대출태도지수는 전 분기 대비 12포인트 감소한 –6을 기록했다.

한국은행은 “대내외 경기 상황에 대한 불확실성 증대, 여신 건전성 관리 필요성 등으로 대출태도가 강화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기업대출 수요는 증가하고 있다. 3분기 대기업의 대출수요지수는 전 분기와 같은 6을 기록했고, 중소기업 대출수요지수는 전 분기 대비 2포인트 증가한 8이었다.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원자재 가격 급등, 주요국의 긴축 통화정책 여파로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회사채 발행 시장이 위축되자 기업들이 은행에서 자금을 조달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말 국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대기업 대출 잔액은 91조5688억원을 기록했다. 대기업 대출 잔액은 지난해 12월 82조4093억원을 기록한 후 6개월 연속 증가했다.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전월 대비 3조7998억원 늘어난 581조8307억원을 기록했다.
 

서울의 한 시중은행 창구 [사진=연합뉴스]

신용위험은 가계, 기업 불문하고 커질 것으로 예상됐다. 3분기 국내 은행의 신용위험지수는 전 분기 대비 12포인트 증가한 38을 기록했다. 대기업 신용위험지수는 3포인트 늘어난 11, 중소기업 신용위험지수는 5포인트 늘어난 31을 기록했다. 가계의 신용지수는 39로, 전 분기 대비 17포인트나 증가했다.

중소기업의 경우 취약업종 차주와 영세 자영업자의 채무 상환능력이 떨어져 신용위험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됐다. 가계 또한 대출금리 상승으로 채무상환 부담이 늘어 신용위험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편 저축은행, 상호금융조합, 카드사, 생명보험사 등 비은행금융기관은 3분기에 대출을 조일 예정이다. 한국은행은 “대내외 경제여건의 불확실성 증대, DSR 규제 강화, 금리 상승 등이 대출태도를 강화하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비은행금융기관은 3분기 차주 신용위험이 모든 업권에서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금리 상승으로 인해 대출자들의 이자부담이 커지고, 실질소득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됐다.

대출행태 서베이는 한국은행이 신용위험, 금융기관 대출태도, 대출수요에 대한 평가를 가중평균해 100과 -100 사이 지수로 산출하는 조사다. 지난달 15일부터 30일까지 국내 204개 금융기관(은행 18개·저축은행 26개·상호금융조합 142개·신용카드 9개·생명보험사 10개)의 여신업무 총괄 담당 책임자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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